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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김민선 피소의 맹점, 일곱 방에 다 잡아주마

김민선 피소의 맹점, 일곱 방에 다 잡아주마

배우 김민선 씨가 모 쇠고기수입업체 3억원대 피소를 당해 실시간 검색어 차트에 올랐다. '청산가리 발언'으로 유명한 작년 촛불정국 당시의 발언을 문제삼았는데 뒤늦게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불붙은 논란인 셈이다.

논란이 됐던 지난날 그녀의 글 전문을 다시 찾아 읽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머릿속엔 납득할 수 없다는 물음표만 맴돈다.

자아, 그렇다면.

뼈도 살도 다 추리고(그러고 보니 뭐가 남지? 순대?), 간략하게 이번 피소건이 어떤 점에 있어 허점이 있고 문제가 있는지 단 다섯 방에 잡아보겠다.

먼저, 김민선 씨를 대신해 앞 세트는 수비를 담당한다.


첫째. 소송 제기한 업체를 지칭해 글에 올린 적 있나?

혹시나 내가 제대로 캐치 못하고 뻘짓 하고 있나 싶어 조심스레 글 읽는 분께 여쭤보는데, 혹시 이번에 소를 제기한 특정업체의 이름이 지명된 부분이 있나? 있으면 꼭 댓글로 말씀 남겨 달라. 곧장 수정하겠다.

글에는 '나랏님'이라던가, '정부', '매스미디어'는 올라있을지언정 소송을 제기한 업체를 지목한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지탄의 대상에 지목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의도적으로 이 글을 통해 자신들 쪽으로 읽는 이들의 시선을 좁혀 나갈 단서 조차 보이지 않는다. 혹 이를 유추할 힌트가 있다면 지적해 달라.

적어도 '주어가 없다'는 한마디는 이럴 때 쓰는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둘째, 자기가 자기 입에 뭘 털어넣든간에 무슨 상관이야?     

앞서 밝혔듯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의 핫 키워드는 '청산가리'다. 당시 찬반을 떠나 '청산가리'라는 단어 자체는 상당히 임팩트 있는 단어였던게 사실이다. 만일 저 글에서 해당업체에 막대한 피해액을 불러왔다고 주장할 핵심 부분을 찾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저것이 0순위다.

근데 말이다. 본인이 본인 입에 뭘 털어넣듯 그게 소송을 제기할 만한 발언이 맞긴 맞는가?

만일, 김민선 씨가 누군가 특정인을 호명(혹은 불특정다수를)하며 '나 말고 네 입에 청산가리를 넣어줄게'라고 썼다면 그건 또 모르겠다. 최소한 그 누군가를 불안에 떨게 만들어 도의적 논란에 오를 수는 있었을 터. 한발 더 나아가 타인에 '너! 쇠고기 먹지 마요. 청산가리 먹는게 더 낳아'라고 썼다면 그건 일종의 '불매 운동을 유도한 기폭제'라고 주장할 수도 있었겠지. 헌데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라는 틀 안에선 '청산가리'가 아니라 어떤 막판 단어가 나와도 이걸로는 납득이 안 돼. 자기가 자기 입에 털어넣는다는데 그게 청산가리던 농약이던 초코우유던 딸기맛 미역이던 무슨 상관이야?

혹자는 저 글을 보며 "여기엔 '나'라던가 하는, 김 씨 자신을 지칭한 부분도 없음이요"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맞는 말이다. 헌데 바꿔 말하면 타인을 지칭한 부분도 없다니깐. 글의 문맥에 비춰볼때 굳이 말하자면 본인 자신을 지칭했다 보는 편이 맞다. 무슨 자살 방지를 위한 인권단체의 권고도 아니고, 자기가 자기 입에 어떤 엄청난 것을 털어넣겠다고 표현을 했다 한들 그걸 두고 토를 달 수 있나?

표현의 자유란 이럴 때 쓰는 게 적절하지 않을까. 

혹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어차피 자신이나 타인이나 지칭한 바 없는 애매모호한 글인 이상, 이걸 두고 함부로 자의적 해석할 건덕지는 없다. 


셋째, 공인이 자기 미니홈피에 꺼낸 개인적 발언에서 '영향력'만 묻고 '여론의 자유'는 제쳐 둘수 있는가  

이번 소식을 타전한 언론보도를 살펴보니 소송을 제기한 측은 김 씨에 '유명세'를 말한다. 다시 말해 김 씨가 영향력 있는 공인임을 인정한 셈이 된다.
영향력 있고 유명한 연예인은, 그 파괴력 때문에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자기 미니홈피에 자기 의사 개진하고 표현하고 주장하는 것 조차 제한되어야 하나? 영향력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건 틀림없이 맞는 말이지. 헌데 그 때문에 여론의 자유 자체를 박탈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 앞서 두번째에서 밝혔듯, 저 정도 발언에 대해선 최소한 두가지 모두 저울질 해봐야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지 않을까. 
만일 내가 여기다 꺼내놓는 각 챕터마다 제대로 납득시킬 수 없다면 그 땐 '개인이 할 말을 할 자유'를 아예 배제하고 그저 '너처럼 유명한 애는 말하면 안 돼'라는 말 한마디로 밖엔 해석할 수가 없는데.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할말은 할 권리', '언론의 자유', '폴리테이너의 자유 의지'를 좌악 늘어놓더라도 문제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자, 이제부터 공수교대다.
 

넷째. 왜 하필 그녀야?

이번 일도 그렇고, 이제 김민선 씨는 촛불 정국과 관련해 쇠고기 수입 내지 정부쪽 손을 들어주는 편에 유독 공격을 많이 받은 연예인으로 남게 됐다. 예전에 지만원 씨도 '문근영 논란' 당시 그녀를 함께 언급하며 '이상한 여배우'라고 발언해 논란이 인 바 있다. 그리고 이젠 1년전 당시 발언을 직접 문제삼는 소송에 오르게 됐다. 

왜 하필 이번 소송에서 그녀만 지목된걸까. 그녀 외에도 당시 정국에 소신 발언을 한 연예인은 꽤 많지 않았나. 이미 이전에도 김민선 씨가 공격의 대상에 오른 전례가 있는 이상, 우연이던 아니던간에 이부분 만큼은 확실한 답변을 요하지 않을까. 유독 한 사람만 타겟이 되는 것은 추가로 여러 의혹이 무성하게 나올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리고 사견을 하나 달자면, 그 땐 그녀가 아니라 다른 어떤 유명 연예인이 같은 발언을 해도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올 공산이 큰 시국이었다. 실제로 대통령이 두번이나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할 만큼 정부 스스로 삽질 했음을 인정한 실정의 결과였다고, 탓을 하려면 네거티브한 시국을 열었던 정부 탓을 하는 편이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다섯째, 왜 이제 와서? 

여기서 트위스트 서브가 나간다.
벌써 1년 이상 지난 문제다. 어째서 시국이 불리하던 그 때, 쇠고기 파문 정국 당시엔 가만 있다가 이제 와서 소송 논란이 불거진 걸까. 
'거센 바람 지났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란 걸까.
이거 모양새가 좀 그런데.


여섯째, 손해액수 20억, 그 근거는?

사실, 다섯째 물음에 대해선 이렇게 답할 수도 있다. '그간 그로인해 손실이 발생하는데 걸린 시간차, 그리고 그것이 얼마의 손실을 가져왔느지 계산하기 위한 시간의 딜레이였다'라고.
소송을 제기한 업체는 그녀와 PD수첩으로 인해 20억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 20억이란 수치가 어떻게 산출이 됐는지 보다 자세한 근거를 듣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향후 이 논란이 보다 확대되면 아무래도 불거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긴 하다. 


일곱번째, 손실을 봤다면 그게 정말 그녀의 영향력 때문일까, 소비자의 공감대 형성 실패가 문제가 아니고? 

마지막.
소송을 제기한 측의 논리를 간략히 들춰본다면, '영향력있는 유명배우 김민선 씨의 발언이 소비자들의 불매를 조장해 판매율 저하로 타격을 입었다' 정도가 된다.
정말 진심으로 묻고 싶은데, 쇠고기 판매가 지지부진해 손해가 수십억에 달했다면 그것이 정말 김민선 씨를 비롯 특정한 유명인들의 '선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수십만 인파가 수십차례를 걸쳐 광장을 메웠던 그 시국, 소비자들 스스로 미국산 쇠고기를 등지고도 충분한, 그 영향력이 지금까지도 계속될법한 시국이었다고는 인정할 수 없는가? 
자아, 다시 묻는다. 특정 연예인이 네거티브한 발언을 해 그처럼 엄청난 쇠고기 파문이 일었던 것일까, 아니면 이미 국민적 반감이 드셌던 파문 속에서 특정 연예인이 이에 동조한 한 사람으로서 말을 꺼낸걸까. 설령 일정 영향력을 미쳤다 하더라도 후자의 경우는 전자와 차원이 다르다고.
판매 손실이 궁극적 이유는 결국 쇠고기 파문에서 소비자들 스스로가 반감을 갖고 등을 돌린, 공감대 형성의 실패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