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만일 야동이 없어진다면?

포르노업체 한국네티즌 수천 고소... 만일 인터넷 야동이 없어진다면?


오늘,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충격파'가 날아들었다. 무려 1만개나 되는 ID가 해외 포르노업체에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당했다는 기사다. 중복된 ID를 감안해도 수천에 달할 거라나.

네티즌 반응보면 설왕설래다. 음란물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냐는 물음들. 법무법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도 있다. 항간에선 이렇게도 묻는다.

"한국이 호구냐? 왜 한국만 갖고 그래?"

가장 부정하기 어려운 건 이 대목인데...

"솔직히 까 놓고 안 받아본 사람 있긴 있냐?"

흐음. 어찌됐든 저찌됐든 큰 파장이 일 것은 사실이다. 향후 추가 고소도 준비 중이라니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 길이 없다. 기사에 언급된 헤비업로더는 물론 다운로더까지 고소 범위가 확대되는거 아니냐는 불안감까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이 쯤에서 현 반응은 접고,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일 이 나라에서 인터넷을 통한 '야동'이 없어진다면 차후엔 어떤 일이 벌어지는거지?'라고. 너무 앞서갔나?


1. 다시 서울 고속터미널과 부산 남포동에서 '비디오' 리어카가 등장한다?

아마도 내 세대는 음란물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도기(이래 써 놓고 보니 무지 거창하다)에 딱 걸린 세대가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 '어른들의 아이템'이라 하면, 둘 중 하나였다. 책방의 18금 화보집, 아니면 음지의 비디오 테이프. 이걸 학교에서 돌려보는 애들이 있었는데(난 단연코 아니다) 요즘 애들도 이 위험천만한 일을 하는지 어쩌는지 모르겠다. 

만일 요즘 학생들이 '학주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그 짓을 했어요?'라고 묻는다면 딱 한마디로 납득시켜 줄 수 있다.

"그 땐 인터넷은 커녕 컴퓨터 자체가 부모 잘만난 애들이나 갖고 있던 귀중품이었걸랑."

인터넷을 통해 '야동'을 볼 수 있다는 건, 십수년전 아이들에겐 생각치도 못한 일이었다. 당연히 모든 것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조금 담이 큰 애들은 책방에서 기웃대는 거고, 더 큰 애들은 과감히 비디오 리어카가 있는 곳을 물어물어 찾아가는 거고... 
자. 그럼. 아주 강력한 제재가 들어와 수년간 성황을 이뤘던 온라인 유통이 완전히 끊긴다고 치자. '야동'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후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가 보기에 가장 유력한 답은 이거다. 다시 오프라인 유통이 살아난다는 거. 복고풍이 유행이라지만 세상에 이런 가능성을 다시 돌아볼 줄은 몰랐다.   

뭐... 소년시절을 그렇게 보냈던 사람들에겐 추억에 젖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2. 책방의 18금 서적에 다시 관심?

앞에서도 소개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뭐 저런 정도로 그리 호들갑 떨었나 싶은 성인 책들이 '귀하신 몸'이었던 시대가 분명 있었다. 비디오보다 약하지만 더 보편화된(?), 합법적인(물론 미성년자에겐 판매 자체가 불법인) 아이템들.
'핫윈드'라던가 '열혈남아' 같은 월간지를 요즘 다시 찾아본다면 사람들, 저마다 어떤 감상에 젖을까? 여튼, 90년대만 해도 소설에서 간혹 등장하는 성적 묘사조차 남학생들 시선을 붙잡던 시대였다고.  
인터넷 시대가 열린 후 서점과 담 쌓고 지내던 분들, 그래도 이 쪽 코너로나마 다시 컴백?


3. 모니터 위 벽에다 불상을 새기고 염불을 외운다

과거 열녀들이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며 마음을 정화시켰다고 하던가. 그럼 이젠 솔로남들이 그래야 할 차례로다. 불상을 새기고 염불을 외워 욕정을 다스려라. 부처님 곁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공중부양술의 경지까지 오르면 모든 것이 허망할 테니.

...설마 그럴리가.


4. 해외 서버 이용한 무료 버퍼링 야동의 부활?

이번 경우는 야동의 멸망이 아닌, 잔존의 경우로 볼 수 있겠다. 사실 지금과 같은 p2p나 다운로드 시스템이 자리잡기 전, 수년전까지만 해도 '야동'이라 하면 이 쪽이었다. 주소창에다 손수 주소를 입력해서 들어가던 성인 사이트들 기억하는가. 대문엔 뭔가 야릇한 이미지가 뜨고, 주민번호를 통한 성인인증을 요구하던 'x마담' 같던 사이트들. 회원가입이니 유료고객이니 따질 거 없는 무료사이트도 분명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록 무료 방문자들에겐 버퍼링 심한 몇분, 혹은 몇초의 짤막한 샘플만 허용됐지만. 
뉴스에선 드문드문 이들 사이트의 단속 소식이 뜨곤 했다. 그러나 그 뉴스의 말미엔 항상 이런 멘트가 흘렀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대개의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대는 흘러, 이제 컴퓨터 성능은 빛의 속도로 흐르고 100메가 광랜 서비스도 보편화됐다. 이제 버퍼링은 없는 것일지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어둠의 사이트가 다시 돌아오는건 아닐지. 


5. '3s 보완 계획' 등장, 그리고 그 일환으로 다시 원위치? 

과거, 5공시절에 유명했던 3s 정책. 스크린, 스포츠, 섹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말 생각하기 싫은 추측인데,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이라서 말이다. 만일 야동의 맥이 끊긴다면 가장 싫어할 곳은 현정부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든 자신들에 반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유리할 터.
정부 입장에선 현행 유지가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아주아주 씁쓸한 소견 하나를 낸다. 영화 산업이나 스포츠야 양지에서 눈부신 성장을 했고 나머지 하나도 역시 음지에서 '야동'의 보편화로 이어진 한국이다. 따로 3s를 정책으로 꺼낼 필요도 없는 것이 현상황. 생각해보면 해가 갈수록 감소하는 투표율은 이 때문이 아닐지.
하지만, 인터넷 야동이 사라진다면 3s의 축 하나가 무너지는 꼴, 정부로선 곤혹스러울 수 밖에. 만에 하나, 또 뭔가 기폭제가 되어 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나와 촛불을 켠다면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내부 브리핑에서 그 원인 중 하나로 이를 꺼내들지도 모르겠다. "야동은 우매한 군중을 잠재우는, 실로 위대한 거였어" 라고 외치며 말이지.
혹 그것을 복구하고자 이번 일을 유야무야 시킬수도 있지 않을까. 마음만 먹는다면야 방도는 뭐... 있겠지요. 이름하야, '3s 보완계획'.
해서 이번 파문에 불만을 갖게 된 야동 매니아들에겐 '현 정부 최대의 치적'으로 평가받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얻을지도.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