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서울은 서울이다."
서울서 타향살이 하는 사람 입에서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짚이는 데야 많겠으나 여기서 꺼낼 다음 말은 이거다.
"누울 자리 구하기 힘드네."
...인정?
36. 서울에서 둥지 틀기
갑자기 방을 비워 주게 됐다. 때 아닌 역마살에 폭염을 뚫고 전세금에 맞춰 서울 전역을 돌아다녔다. 신촌, 구로, 정릉, 미아리, 수유리, 화곡동, 외곽의 안양까지 동서남북을 훑으며 내 한몸 누울 한칸짜리 전세방을 찾았다.
소감은 OTL. 1년새 어째 이리도 많이 올랐는가. 4천만원하던 시가가 2천만원씩 올랐다고 하질 않나, 처음부터 씨가 말랐다고 손사래를 치질 않나. 태연하게 6천은 쥐어야 방을 구한다고 말하는 것에 아연실색. 작년에 3천선으로 방 구하던 이들이 지금은 5천선에서 고군분투한다니 눈앞이 까마득했다. 그 뿐인가. 한 부동산 아주머니는 앞으로 저가 원룸 전세도 7천, 8천선까지 오를 거라 하니 갈 수록 태산이다. 이건 뭐 이번에 운좋게 뻗을 자리를 구해도 다시 2년 뒤엔 저만한 목돈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거 아닌가. 어디 인정 좋은 주인 만나 4, 5년 눌러앉고 싶던 희망사항은 그저 꿈많던 시절의 속절없는 로망으로 끝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각않던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뒤적이게 됐다. 물론 연식이 좀 된 것으로 말이다.
오늘자 아시아경제신문에서 오피스텔이 주택시장 침체속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기사가 올랐다. 댓글 반응은 차갑다. "기자야 오피스텔 팔 거 있냐"는 말도 있던데, 마음고생할 작성자에게 같은 '업자'로서 깊은 연민을 표한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오피스텔 값이 오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평소 부동산에 문외한이었던 입장에서, 오피스텔은 상당히 재밌는 점이 있었다. 먼저, 싼 집을 찾다보면 의외로 저렴하게 내 집마련이 가능하다는 거. 만만한 집값이 어디있겠느냐만은, 그래도 '억' 소리 연발에 내집의 꿈은 팔만오천리 저 너머 환상으로만 다가오던 것을 생각한다면 놀랄 법도 했다.
다만, 전세를 찾는 사람에겐 오히려 벽이 더 높을지도. 전세와 매매의 차이가 그다지 없었다. 예로 6천선에 거래되는 매물을 구한 뒤, 여기서 살지 않고 전세를 놓으면 5천을 부를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전세보단 그냥 사는게 더 낫겠다"란 말이 나올 정도(물론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말이지만)였다. 그리고 이같은 말이 나오는 데엔 또다른 이유가 있으니, 바로 앞서 말한 상한가 세태 때문. 최근 동향을 전해들으니 전세 세입자는 향후를 내다보기 힘든 처지였다.
오피스텔 거래가 비교적 활발하다는 강서구의 중개사무소를 여럿 찾았다. 한결같이 "지난 두세달 사이 심상치 않게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바꿔 말하면 예전엔 훨씬 싼 가격에 거래됐다는 말.
6500만원에 거래되던 집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웃 거주자를 만날 수 있었다. 석달전 입주했다는 신혼부부는 집가격을 듣더니 놀란다.
"어머, 우린 5200에 왔는데... 자기야 대박났어!"
살다보면 가끔은 저런 행운도 찾아오나 보다.
껑충껑충 뛰던 새댁을 생각하니 오피스텔 상한가 기사는 새삼 강하게 다가온다. 저 오피스텔은 불과 석달만에 시세가 1500만원 가까이 뛰어오른 것. 20, 30%가 넘는 상승률이다. 가까운 지역의 타 오피스텔도 상황이 비슷했다. 얼마전 6000에 내놨다는 물건은 금새 6500까지 뛰어올라 거래물로 등록. 그런데 이는 다시 최대 800만원가량 오른 7300선으로 거래선이 움직이는 중이었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 대림역과 신도림역 사이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의 가격은 7000만원. 방금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중개사는 근래들어 이 지역 시세가 1천에서 2천가량 뛰어올랐다고 말했다.(이 매물은 언제 등록됐을지 모를 온라인 상의 정보엔 5500으로 책정돼 있었다)
한 관계자는 "수년간 오피스텔 가격은 다른 주택시장에 비해 제자리 걸음이었다"며 "헌데 요즘 들어 갑작스레 상한가를 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그 말대로라면 이젠 오피스텔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내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에겐 한숨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빌라는 이미 '천정부지'란 말이 무색할 지경. 3, 4년전 구로에서 7800만원에 빌라로 내 집마련에 성공했다는 지인 말을 들어봤다. 지금은 2억을 가볍게 넘겼다고 하니 당시 시세를 기억하던 이라면 기겁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왜 이렇게 서울 집값은 비싸나요"라고 물으면 답변은 어디에서나 한결같았다.
"뉴타운 예정지거든요."
지난 4월 총선 때 "서울 지역서 뉴타운 공약 안 내건 후보가 없다"는 말까지 나오더니, 그 말이 맞긴 맞나 보다. 그게 아니면 본인이 하필 예정지만 골라서 찾아갔거나. 하지만 '뉴타운' 세글자만으로는 납득키가 어렵다. "언제쯤 뉴타운 계획이 실행되느냐" 물으면 대개는 "그거야 모르죠"라고 웃는다. "한 10년 내다봐야 할 문제 아니냐"고 물으니 "아마 그 정도는 지나야 윤곽이 나오지 않느냐"란 답이 들려오기도. 결국 언제가 될 지 모를 미래의 뉴타운 덕분에 서울 지역 서민들은 전세던 내집마련이던간에 둥지 틀기가 훨씬 어려워지고 있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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