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이사할때면 꼭 청소를 두번 한다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이사 다니는 게 싫은 이유를 꼭 하나만 집으라면 역시 이거다.
'매번 나만 남 뒤치닥거리해 준다는 피해의식에 젖는것도 지친다.'
38. 이사할 때면 꼭 청소를 두번 한다
사실 이건 사적인 비밀인데, 엉덩이가 무거워서인지 한 곳에 오래도록 눌러앉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 여행자도 방랑객도 모두 동경하는 직업(?)이지만, 역시 이건 이사 걱정 없는 떠돌이를 전제한 이야기고 설령 전세계를 방황하더라도 돌아갈 고향과 정 붙일 집은 기본 옵션으로 설정되어야 사람다운 인생이란게 본인 철학이다.
잦은 이사 좋아할 이 어디 있게느냐만은, 특히나 이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1인을 자처한다. 딱히 생활가지를 많이 늘려놓고 지내진 않지만 어지간하면 한 곳에 정붙이고 살고픈게 소박한 로망.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손해보는 장사기 때문. 무슨 말인고 하니, 새 집 주고 헌 집을 얻는단 이야기다.
살던 집 열쇠를 다음 주자에게 넘겨줄 때면 언제나 때빼고 광내는 작업을 한다. 정작 내 이사는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초장부터 지치고 만다. 그러나 내게 집을 물려주는 이는 매정하게도 이같은 아량을 베풀지 않는다. 매번 이삿짐은 풀어보지도 못하고 "어쩜 이렇게 더럽게도 살았냐"는 욕지거리를 입에 달며 반나절을 또다시 청소로 보낸다. "다신 이짓거리 하나봐라" 하면서도 다음번 이사 때가 되면 또 살던 집에서 내 자취를 없앤다. 2년간 세번째 반복하는 정기행사다.
이사를 안 하고 그냥 몇년씩 한 곳에서 먹고 자면 이럴 걱정 없지 않냐고? 근데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질 않더라. 그냥 사람좋은 주인 만나 전세금 한번 걸고 5년씩 오손도손 지내면 좋겠지만 이건 꽤나 걸리기 힘든 행운이었다. 갑자기 바뀐 주인이 나가달라 할 땐 먼저 역마살을 의심하고 다음이 빗자루 귀신 원혼에 섥힌 의혹 차례. 이젠 그저 집 치워주는 좋은 전주인 만나는 걸로 변경된 바겐세일 희망사항이다.
이사를 하루 앞두고 미리 청소하러 찾아간 오늘, 분리수거 장소를 알게 해준 전주인에게 또한번 감사를 드려야 했다. 전세고 매매고 다를 바 없는 레퍼토리다. 두꺼비 신세라는 피해의식이 몰아치는 걸 누가 비난하리오. 덕분에 돌아오니 자정이 넘었다. 내일을 위해 비축한 체력 따윈 없다.
매번 당하면서도 두번씩 청소하면서 남들 뒤치닥거리 도맡는 내가 이상한건지 아님 그 반대인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봤다. 마침 한 네티즌이 어느 포털의 지식 게시판에다가 "이사할때 집 비우는 사람이 청소 안하는 이유"를 물었다. "새로 들어올 사람의 복을 쓸어내리기 때문"이란 답변이 있던데 너무 멋진 해몽이지 않은가.
이전에 만난 전셋집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서울 사람들은 이사 들고 나갈 때 청소 안 해주고 또 바라지도 않는다"고. 물론 이는 비단 서울 사람들만의 문제도 아니고 또 사람 성격에 따른 문제라 믿는다. 다만 "바라지도, 그렇게 해줄 의무감도 없다"는 답글은 수정펜이 필요하다. "이젠 내 살 곳이 아니니까"라며 험한 꼴 남기고 떠날게 아니라 "내 갈 곳도 이미 깨끗할 테니까"란 믿음과 그에 따른 행동이 당연시되는 이사 문화 정착이 필요하지 않을까. 어차피 한번은 해야 할 청소,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너를 위한 것이 내게도 똑같이 돌아오는 서로간의 배려를 희망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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