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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촛불 속에서 뇌진탕 한그릇 권하는 남자

[+인터뷰] 촛불 속에서 뇌진탕 한그릇 권하는 남자
프리 카피라이터 정철




그의 블로그 이름은 '뇌진탕'이다. 소개글도 범상치 않다. 방문자들에게 "뇌 고프실 때마다 뇌진탕 한 그릇 드시고 가라" 친절히 권한다. 회색 바탕의 심플한 분위기는 이와 어우러져 보는 이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자니 뭔가가 걸어나와 삶에 가열됐던 감정을 식힌다. 빗속의 거리를 걷는 기분. 혹 염세주의자냐 물었더니 그건 아니란다. 쾅 하는 충격을 주고 싶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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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 - 1961년생.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정철카피 대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겸임교수. 세븐센스 집필.  
 

[+인터뷰] 촛불정국에 뇌진탕 한그릇 권하는 남자 - 프리 카피라이터 정철


기자 - 이미 여러모로 상당히 알려지신 분이군요. 세븐센스의 저자이자, 현직 카피라이터. 60년생... 그래도 여기서 다시 한번 본인 프로필을 여쭙습니다. 드러내실 수 있는 실체, 모두 다 꺼내보여 주시길.


정카피 - 61년생. 고향은 여수. 고려대 경제학과. 대통령과 같은 대학을 나온 것이 쪽팔림. 첫 직업 엠비씨애드컴 카피라이터.

지금도 여전히 카피라이터. <정철카피>라는 1인회사 대표. 즉, 프리랜서. 카피 쓰는 일 만큼 카피라이팅 강의도 하고 있음.

얼마 전 출간된 <세븐 센스>라는 책이 세 번째 책. 벌써 4쇄를 찍고 나름대로 선전중. 음주, 흡연 많이 즐김.


기자 - 제가 먼저 관심을 보이게 된 게, 며칠전 아고라에 올랐던 작품들을 보고 난 뒤였죠. 어느 네티즌이 소개해 주셨더군요. 약간 늦추는 바람에 바이러스에 선수를 빼았기긴 했습니다만.(긁적긁적)

나흘새 조회수 3만, 상당히 반응이 좋은데요. 이같이 네티즌 사이에서 인기를 얻을 거라 예상하셨나요?


정카피 - 전혀 예상 못함. 아니, 아고라에 올릴 생각도 하지 않았음. 그런데 친한 후배놈이 말도 하지 않고 훔쳐가서 올려버림.

그리고 베스트뷰 만들어 버림. 물론 엄청난 반응에 감사함. 그리고 앞으로 올리는 촛불에 대한 약간의 부담도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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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고라에 정 카피 작품을 훔쳐(!) 소개한 노박 님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이렇듯 정카피의 '세븐센스' 홍보를 싣는 만행도 저질렀다. 참고로 무단펌질(...)했다.  
 


기자 - 오늘도 동자승 편으로 열일곱번째 작품을 내셨더라고요.(질문을 던진 시점은 27일이었다) 연재는 앞으로도 계속되는 건가요?


정카피 - 앞으로도 계속됨. 허나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나도 모름. 촛불의 민심과 정부의 반응 등이 연재기간을 결정해 줄 것임.


기자 - 조금 민감한 내용일지도. 현 촛불정국의 민심과 완벽히 일치하는 주관을 보이시던데,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언제부터 유감을 느끼신건지요. 그리고 본인의 정치적 성향이라 한다면?


정카피 - 출범할 때부터. 아니, 당선되기 전부터. 그의 철학(있는지 모르지만)과 내 철학은 가까이 할 수 없다고 느낌.

정치성향은 약간만 진보.


기자 - 블로그 이름이 뇌진탕, 조회객들에게도 '뇌고프면 뇌진탕 한그릇'씩 권하는 걸 보고 조금 섬뜩하던데요. 뇌진탕이라 하면 사망, 디 엔드의 의미니까요. 염세주의로 해석해도 되겠습니까?


정카피 - 전혀 아님. 그렇게 느껴졌다면 작명 실패 인정. 뇌진탕은 머리에 쾅!하고 충격을 주는 새로운 발상의 글들을 모아놓은 블로그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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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다시 이번 카피 시리즈로 넘어와서. 처음 연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정카피 - 촛불을 응원하고 싶었음. 그것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응원하고 싶었음. 남들은 할 수 없는 나만의 방법을 찾다가 '오늘의 촛불'이라는 시리즈를 생각하게 됨.


기자 - 인터넷 상에서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분명 친정부 성향의 네티즌들에겐 반감이 나올 수도 있을텐데, 혹 항의는 없었는지요.


정카피 - 각오하고 있음. 하지만 직접적인 항의는 아직 없었음. 아고라에 몇몇 부정적인 댓글은 있었음.


기자 - 개인적으로 지금껏 나온 열일곱편 중, 가장 잘 되었다라 꼽는 작품은 어떤?(전 개인적으로 히딩크)


정카피 - 열 손가락을 깨물라고요? 가장 멋진 작품은 내일이나 모레 혹은 다음주에 나올 수도 있을 것임. 히딩크 손을 들어주는 것에는 거의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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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가 개인적으로 베스트에 꼽은 작품.  
 


기자 -  어쩜 이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작품에는 현정부에 대해 "앞으로 잘 하라"는 희망과 애정의 채찍을 담으신 건가요, 아니면 '이미 틀렸다'란 회의감으로 꺼내보이신 건가요?


정카피 - 어려운 질문 맞음. 이미 틀렸으니 대통령 바꾸자는 주장은 아님. 희망과 애정의 채찍이라 할 수도 없음. 그 사이에 뭔가가 있다면 그것이 맞을 것 같음. 적지 않은 촛불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 믿음. 즉, 이 정부가 국민에게 진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그런 자세를 기다리는 일말의 기대감 같은 것일지도 모름.


기자 - 흑백 사진에 촛불만 컬러로 넣은 모습이 인상깊습니다. 마치 쉰들러리스트의 그 장면을 느끼게 하는데. 이 또한 특별한 메시지 전달의 도구인가요? (블로그의 본인 프로필 사진과 과거 작품도 흑백이더군요)


정카피 - 흑백을 좋아함. <세븐 센스>에도 저자 사진을 흑백으로 실었음. 그리고 비주얼보다는 메시지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흑백을 택함.

또 메시지 성격상 칼라풀한 느낌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음. 그리고 임팩트! 칼라풀한 것들의 홍수 속에서는 오히려 흑백이 더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믿음.


기자 - 말씀 감사합니다. 혹 인터뷰에 소개됐으면 하고 바라는 다른 이야기가 있다면 풀어 주시길.


정카피 - 힘 닿는 데까지 시리즈를 끌고 갈 것임. 만약 촛불 시리즈를 끝낼 때가 왔다고 판단 될 때는, 새로운 시리즈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얘기를 연재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함. 마지막 한 마디, <세븐 센스> 많이들 사서 읽어주삼.


기자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첨삭 없이 말씀 그대로 지면에 소개합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