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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2009년 10대뉴스 2. 올해도 슬픈 유성우, 별들 지다

2009년 명암과 굴곡의 10대뉴스 - ② 올해도 슬픈 유성우, 별들 지다 
마이클잭슨부터 패트릭스웨이지, 장진영까지

 
 
2000년대 후반들어서부터 몇년새 슬픈 유성우의 행렬이 계속 꼬리를 물듯 이어진다. 벽두에 신성의 원한이 사무치면 연말엔 믿기지 않는 거성의 낙하로 기록이 끝난다. 2005년 이은주가 그랬고 2007년 유니, 정다빈이 그랬다. 그녀들이 스스로 빛을 지웠다면 2008년엔 김민수, 이언이 오토바이 사고로 비명횡사했다. 더불어 박광정, 폴뉴먼, 찰튼 헤스턴, 최진실, 피천득 등 큰 별도 함께 흔적을 감추었다. 

2009년엔 비보의 맥이 끊기지 않을까 기대했다. 헛된 것이 됐다. 정계에선 앞서 소개했듯 노무현, 김대중 두 지도자가 타계했고, 연예계와 종교계를 비롯 각 계에서도 비오듯 별들이 졌다.

나는 벽두새해가 지날때까지 별다른 비보를 쓰지 않음에 올해는 다른가 했다. 성급한 기대였다. 봄이 되자 곧장 타계 소식이 이어진다.

2월, 김수환 추기경이 끝내 선종한다. 이 나라 최초의 추기경이었고, 앞서 입적한 성철 스님과 더불어 세계에 내놓을 종교 지도자. 그가 세상을 뜨면서 명동성당엔 나흘간 40만이 넘는 조문행렬이 줄지어졌다.(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4975) 인터넷 조문도 말할 것이 없다.

사람들은 그저, "사랑합니다"를 연발했다. 잘 가세요가 아닌, 조금은 애매한 인사법.

김 추기경은 공개 조문 기간동안 유리관 안에 안치되어 많은 이들의 작별 키스세례를 받았다. 반년 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유리관에 안치됨에 따라 2009년은 두번에 걸쳐 유리관을 통해 민주주의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를 마지막으로 배웅했던 해로 기억되고 있다.  

3월, 투병 중이던 명배우 김흥기 씨가 끝내 호흡기를 벗는다. 다음날엔 꽃보다남자로 막 피기 시작한 장자연 씨가 숱한 의혹 속에 스스로 꽃망울을 떨군다. (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5035)

지금 생각해보면 이 사람의 죽음은 정말 조명 받지 못했구나 싶다. 다름 아닌, 원로배우 여운계 씨의 타계다.

타계 직전까지도 브라운관을 통해 인사했던 그녀다. 수십년간 쌓아온 그 인지도를 생각해보면 올해 세상을 뜬 스타 중에서도 단연 먼저 떠올릴 법한 원로배우지만, 그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날 노무현 전대통령이 몸을 던짐에 따라 시대를 풍미한 노배우의 죽음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매스컴은 그녀를 위해 비워뒀던 다음날 아침의 헤드라인을 모두 전대통령의 서거로 전환했고 믿기지 않는 국상의 충격은 이 나라의 모든 이슈를 한순간 다 집어삼켰다. 그녀를 평생 아끼던 팬들에겐 이 기막힐 우연을 두고 한층 더 야속하게 느꼈을까, 아님 슬픔이 고조될 찰나 그를 순간 잊게 만들었음에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받아들였을까.

마이클잭슨은 본디 컴백 소식으로 세계적 이슈를 몰고 올 예정이었다. 항시 그랬듯 팝의 황제가 다시 침체된 음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공연 리허설에 개막이 초읽기로 들어왔을 즈음, 믿기지 않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2009년의 6월 26일, 그 날은 내게 세가지 의미로 남게 됐는데 하나는 내 생일, 둘째는 생일의 예비군 훈련, 셋째는 마이클잭슨의 사망.  돌아와보니 그의 사망 소식이 이슈 검색어에 올라 있었다.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서 숱한 잡음으로 진동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2009년에 '현존하는 팝의 왕'이 과거형으로 역사속에 걸어들었다는 거다. 이제 우린 그를 엘비스 프레슬리 보듯 해야 한다.

한편 거의 동시간대에 전설의 금발 미녀 파라포셋도 함께 역사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원조 미녀삼총사의 주인공으로 70년대를 풍미했던 미녀 배우는 그렇게 안녕을 고했다.

9월 1일. 국화꽃이 만개할 즈음 장진영이라는 한떨기 꽃이 졌다. 설마 했던 그녀가 갑자기 위독하다는 키워드가 뜨자 마자, 곧바로 사망이란 검색어가 올랐다. 1년간의 위암 투병은 결국 그렇게 끝이 났다. 국화꽃향기에서 똑같은 캐릭터를 소화했었던 그녀가 정말로 같은 길을 갈 거라 누가 알았던가. 

  

 
  출처 포토로 스포츠코리아  
  

그녀의 사망엔 영화보다 더 극적인 러브스토리가 남았다. 투병기간 내내 헌신적으로 간호했고, 사망 직전 결혼 신고까지 올렸던 그녀의 남은 한 쪽은 죽음으로도 가를 수 없는 순애보로 화제에 올랐다. 한달 후 재산 상속 포기 보도가 떳을땐 설마 하던 네티즌들마저 "그간 의심해 미안했다"며 고개를 숙이고야 말았다.

14일엔 패트릭 스웨이지가 숨을 거둔다. 사랑과 영혼의 그 달콤한 히어로는 그렇게 조용하고도 무거운 걸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저 세상으로 옮겨 갔다.

그는 살아 생전 화려하게 은막을 오르내리던 스타와는 조금 다른 행보였다. 그 흔한 스캔들 한번 없이 수십년간 조강지처와 금슬을 자랑했다. 깨끗한 매너와 사생활로 스크린 밖에서도 존경받는 스타였다.

그는 영화 속에서 항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르내리며 관객을 동요시키곤 했다. 시티오브조이에선 인도에서 의사로서의 새 의미를 얻었고 사랑과 영혼에선 죽음도 가르지 못하는 인간의 인연을 미국식으로 소화해 보였다. 폭풍속으로에선 마지막 서핑을 위해 파도로 몸을 던졌고 그것은 정말 영화의 마지막 도전이었다. 그리고 2009년, 그 많은 유성우의 은하수 속에 자신도 동참했다.

같은 달 일본에선 짱구는 못말려의 작가 우스이 요시토 화백이 등반 중 실족사, 만화 및 애니메이션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이젠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을 시리즈로 여겨지던 짱구는 못말려의 원작자가 아니던가.

 


 

찰리브라운과 스누피로 더 알려진 '피넛츠'의 작가 찰스 슐츠를 그와 오버랩하는 것은 무리일까. 원작자는 떠났지만 그래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앞으로도 짱구네 가족을 계속해 만날 수 있을것 같다.

연말에 브리트니 머피의 요절은 급작스러웠다. 로맨틱코미디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로 알려진 그녀의 나이 불과 33세. 12월 20일 샤워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헐리웃에 있어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그간 그녀를 통해 로맨틱코미디의 달콤함을 맛봤던 국내팬들은 곧장 안타까움을 전하고 나섰다. 포털 다음은 다음날인 21일 이례적으로 젊은 해외 스타를 오늘의 인물에 올려 추모의 뜻을 전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