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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싸웠던 언론, 언론과 싸웠던 4인 "우리가 승리했다"

싸웠던 언론, 언론과 싸웠던 4인 "우리가 승리했다" 
승리한 민주주의 국민보고대회

 
 
17일 서울 서교동. '승리한 민주주의 국민보고대회'로 명명된 행사가 열린다. 어떤 민주주의가 누구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것일까. 이 행사에선 4인의 언론인, 학자, 의원이 그 승리의 주인공이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노종면 YTN 노조 위원장, 신태섭 동의대 교수,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

권력과 싸운 언론인과, 언론과 싸운 학자, 의원은 이 자리에서 말한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라고.

 

1. '골리앗 다운시킨 다윗의 돌팔매' 정연주 KBS 전 사장과 신태섭 동의대학교 교수

    
 
    

 


정연주 KBS 사장은 2008년, 실용정부가 들어서고 방통위에 최시중 위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칼바람을 맞는다. KBS 이사직을 맡았던 신태섭 교수가 학교에서 해임당하고, 이사회는 결국 정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가결한다. 이것이 지난해 8월 8일. 사흘 후 이명박 대통령은 정 사장을 해임한다.

정 사장의 변호인단은 그날 곧장 대통령의 해임 무효 확인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다음날 서울중앙지검은 '전' 사장이 된 그를 체포 조사하고 그 다음날 이사회는 사장 임명제청 절차를 발표, 그리고 20일엔 행정법원이 신청을 기각하고 중앙지검이 배임혐의 기소에 나서는 등 상황이 불리해져만 갔다. 결국 26일엔 이병순 신임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이것은 야당의 일제 반발을 불렀다. 민주, 민노, 창조한국당 3당이 26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응원에 나섰고 이후 KBS 사내에서도 저항이 전개된다.

이에도 불구 12월, 대법원은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효력정지신청을 기각한다. 이걸로 2008년과 함께, 정 사장은 패배한 것처럼만 보였다.

    
 
    

 


해가 바뀌면서 상황은 급반전됏다. 신태섭 교수는 학교를 상대로 해임처분 무효소송에 승소, 새바람을 몰고 왔다. 그리고 잇따르는 승소. 6월 들어 신태섭 교수는 다시 대통령과 방통위를 상대로 낸 보궐이사 임명처분 무효소송서 승소판결을 받는다. 정연주 전 사장은 8월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드디어 11월. 해임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며 정연주 전 사장은 전 사장이 아닌 전 사장이 됐다. 닷새 후, 대법원은 신태섭 교수의 해임처분 무효소송에서 신 교수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연주 전 사장은 이 자리에서 말했다. "우리는 지금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 발표에서 69등을 했고 이것이 현실"이라며 "월드컵에서 싸운 토고가 우리보다 낫게 나왔다"고.

"우리의 승리는 작은 승리처럼 보이지만 희망의 씨앗입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따뜻한 민주주의의 봄이 올 것입니다."

한편 신태섭 교수는 이날 지각을 했다.어제부터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됐고 여기저기서 다시 일을 떠밀어 바쁘다고. 바쁘다는 사실을 매우 기쁘게 꺼내 보이는 그였다.

"제게 그들이 제시한 '사퇴'는 길이 아니었거든요? 저는 결국 차에 치이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 날 정동영 의원은 승자들에게 "돌 하나로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과도 같다"고 찬사를 보냈다. 권력을 상대로 법적 승리를 끌어낸 것에 최상급 격찬이었다.

 

2. 국경없는 기자회 마음 움직인 YTN의 노종면 위원장

YTN은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방송특보였던 구본홍 사장이 출근하는 것을 저지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해외에선 이 사건을 주목했다. 세계언론위원회협회는 구 사장 사퇴 촉구 성명을 냈고 국제엠네스티도 실태조사를 벌였다. 국제기자연맹은 투쟁 중 해고된 직원들을 복직시키고 조합원 징계를 철회하라고 특별권고서한을 청와대에 발송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2009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 순위를 69위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22단계나 떨어진 것으로 결정적 이유는 바로 YTN 사태였다.

법원은 11월 YTN 해고노동자들에 대해 해고는 무효라고 밝혔다. 이미 구본홍 사장은 자진사퇴한 뒤다. 그러나 사측은 해고무효 판결에 항소했다.

11월 30일, YTN은 투쟁 500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벌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에서 전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노종면 위원장은 이 날 끝내 자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3. '언론보복에서 되찾은 건 나의 명예 뿐 아니라 내 어린 자식의 명예이기도 했다.' 정청래 전 의원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 그는 17대 국회에서 문광위원으로 활동하며 2006년, 문화일보의 소설 강안남자에 대해 선정성 문제를 지적해 왔다.

문화일보는 18대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2008년 4월 4일, 그가 교감에 폭언을 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사설포함 11건의 기사가 나가고 자매지 AM7에도 그에 불리한 기사가 나갔다.

결국 그는 선거에서 패배했다. 패배 후 그는 억울함에 울먹이며 "정당하게 국정활동한 것에 이런식으로 보복하면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총 6건의 재판 싸움에 나선다.

결과는 6건 모두 승소. 결과적으로 그가 서교초등학교 교감에게 폭언을 하고 무례하게 굴었다는 보도는 허위로 드러났다. 선거법 위반 형사소송에서 제보자인 한나라당 구의회 의원은 조사결과 허위제보자로 드러나 의원직을 상실했고 기사 중 등장한 학부모 역시 가짜로 드러나 벌금 80만원이 확정됐다.

한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승소, 마포의회의원인 피고에게 2000만원의 배상 판결이 나왔다. 문화일보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 고등법원은 문화일보를 상대로 한 반론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문화일보와 AM7은 반론보도문을 게재하기에 이른다. 또 정정보도 청구소송도 승소, 결국 정정보도가 나가게 만들었다.

사설포함 7건의 관련기사를 꺼낸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반론보도와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내 둘 다 승소했다. 조선일보는 반론과 정정보도를 게재해야만 했다.

    
 
    

 


그는 이 날 자리에서 말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되돌릴 수 없을까 싶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니 그러더군요. 문화일보와 AM7을 통해 얼마나 대대적으로 보도가 나갔는지는 잘 알겠는데, 그것이 선거에서 몇 표의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알 길이 없다고.
(중략) 초등학생인 아이가 운동장에서 우리 아빤 절대 그런 폭언을 한 적이 없다고 외치다 울고 말았습니다. 전 그 우리 아이가 다시 당당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도 기쁩니다."

재판결과 이 사건은 언론의 보복보도가 낳은 결과물로 기록됐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