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신께 참회하며 책을 바칩니다" 축배의 밤에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16일 서울 서강대학교. 노무현 전대통령의 '진보의 미래'가 출판기념식을 갖는 자리.
"여사님이 들어오십니다"
사람들이 기립박수로 맞이한다. 권양숙 여사가,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진보의 미래 출판기념회에서
16일 서울 서강대학교. 노무현 전대통령의 '진보의 미래'가 출판기념식을 갖는 자리.
"여사님이 들어오십니다"
사람들이 기립박수로 맞이한다. 권양숙 여사가,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한 전 총리가 권 여사에게 물을 건네 준다. 다정해 보이는 두사람.
그러고보니 지난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함께 했었던 두 사람이다.
당시 한 전 총리가 권 여사를 부축했었다. "힘내세요"라던 누군가의 외침 속에서 침울하게 들어서던 그녀, 결국은 오늘도, 잠시후에 눈물을 쏟고 만다.
이 날 행사는 스크린 속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이 육성으로 질문을 하면, 함께 했던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일어서서 순서대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야기가 끝나면 노 전대통령도 다시 화면과 목소리로 자신의 답변을 꺼내 보인다.
"버스가 왔을 때, 총칼 들고 들어와 기사고 뭐고 다 밖에 내던져버리고서 버스 몰고 가는거, 그건 공산주의고요, 야 비좁다. 버스에 사람 그만 태워라 우리끼리 가자 하는거, 그게 보수아닙니까. 야 그래도 다 같이 타고 가야지 비좁아도 우리 다 함께 가십시다 기사양반, 김해 손님은 손님도 아이가 하는거, 그게 진보거든요." - 노무현 전 대통령
"지난 10년은, 이례적인 10년이었습니다. 민주주의가 활짝 꽃피었던 의미있는 10년입니다. 국민의 정부 5년은 외환 위기 극복에 다 보내고, 참여 정부 전반은 카드 문제 해결로 보내고, 후반 되어서야 비로소 구상하던 복지 정책 등을 2030 정책을 통해 펴 볼 수 있었습니다. 2009년 두 분이 서거하셨습니다. 30년 후인 2039년엔 어떤 분이 서거할까요. 그 때도 지금과 같은 그러한 분이 서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이해찬 전 총리
"나는 지금, 역사가 아닌 물길 속을 가르는 것 같은 기분이란 말예요" - 노무현 전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님, 당신은 물길 속을 가르셨던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눈을 마주치던 그 국민들과 지금의 국민들은 이미 같은 국민이 아닙니다. 당신은 진정 의미있는 길을 헤쳐나가셨습니다." - 유시민 전 장관
유시민 전 장관은 답변을 마친 뒤 물병을 땄다. 목을 축일 때 그는 메마른 뭔가를 달래는 소년처럼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권양숙 여사가 마이크 앞에 나선다.
예상했던 일이다. 남편의 얼굴과 목소리가 계속해 맴돌던 1시간.
결국, 눈물을 쏟고야 만다.
"불은 새벽이 되어서야 꺼졌습니다. 봄까지 계속됐습니다. 그래도 얼굴은 밝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책은 쓰여졌고 대통령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습니다... 아직 못한 말들이 책 바깥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 권양숙 여사
미망인의 눈물이 떨어지자 장내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남편 잃은 아내의 이야기는 3분간 지속됐고, 끝났을땐 다시 한번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그리고 한명숙 전 총리가 앞에 나선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권 여사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 그녀는 담담히 말을 이어간다.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십니다. 괜찮습니다! 진실은 강합니다. 저는 진실합니다. 그래서 저는 강합니다." - 한명숙 전 총리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킨 노무현의 사람들도 많았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문재인 비서실장 등은 이후 내빈 소개에서야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며 존재를 찾는다.
"조중동이 암만 어떻게 뭐라 그래도 국민들이 셈만 잘 한다면, 정권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노무현 전 대통령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바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 당신께, 이 책을 바칩니다." - 나레이션
기념회가 끝나고 식사가 제공될 때. 난 백세주 한 잔을 따라 마셨다. 이젠 나도 어른이니까 술을 마셔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좋은 일이지.
두어잔을 마신 뒤, 새 잔을 따라 그의 앞에 들어보였다. 물론 결국엔 내가 마셨지만, 그에게 권하는 한 잔이었다.
"축배할 밤이 아니던가요"
이건 내 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