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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광화문 스노우보드 논란, 사실 이유는 너무도 간단한데

광화문 스노우보드 대회 논란, 사실 이유는 너무도 간단하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광화문의 스노우보드 대회에 지금도 논란이다.
14일, 월요일 아고라에서 '오늘의 아고라'에 올라 VS구도를 이뤘던 것은 다름아닌 이 대회였다. 
비난의 축에 선 글 중 하나를 소개한다. 군주론 님이 '대회 열어 홍보많이 되셨습니까'(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211121)라고 올린 글.

작성자는 속이 쓰리다고 했다. 세금 들여 대회 연 뒤, 이젠 또 다른 조경시설을 수억씩 들여 설치할거냐는 거다. 즉, 정부가 혈세로 전시행정을 벌인다는 성토다. 이 글은 15일 오후 현재 3만7000 조회수와 500여댓글 반응을 얻었고 찬성표 2500, 반대 130여표를 기록했다.

반면 찬성 측에선 강냉이 님이글을 올렸다.(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210415)

작성자는 "이 대회가 자랑스럽다, 유럽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던 대회 아니냐"고 밝혔다. 이후 반발하는 댓글이 달리자 "촛불들고 전경버스 부수던거 보단 훨씬 좋아보였다"고 지난해 촛불집회 비난을 추가로 꺼냈다가 논쟁이 다시 번졌다. 이 글은 15일 오후 4만여 조회 수와 댓글 1100여개 속에 찬성 500여표, 반대 2000여표를 기록 중이다.  

잠깐 시간의 태엽을 좀 더 뒤로 감아서. 이제부터는 나의 이야기다.

며칠전, 전직 국회의원을 지냈던 한 야당 정치인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마침 우린 스노우보드 대회를 위한 공사가 한참 진행되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는 내게 "저게 대체 뭐예요"라고 물어왔다.

난 그의 의중을 짚지 못하고 스노우보드 경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아니, 그건 아는데, 이걸 왜 여기서 하는것이냐"고 되물어왔다. 그제서야 그가 말한 뜻이 '저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는 시정에 대한 반발 표시임을 알았다.

그리고 대회가 열리던 13일, 아직 대회가 열리기엔 이른 한낮의 토요일에 이 곳을 다시 찾아 사진에 담게 됐다.


내 소견은 어떻느냐. 실은 니맛도 내맛도 아니라고 할까.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 나도 아직은 젊어서 그런지, 스노우보드 대회 설치물을 처음 봤을때 근사하다는 호기심부터 느꼈다. 마치 평소엔 보지 못하던 신기한 것을 처음 접하는 어린아이들의 그것과 비슷하달까.

하지만 역시나, 광화문에 이것이 들어서는 모습에는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기가 뭣했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이 곳이 어떠한 광장이었는지를 확인했던터라, 그리고 이 광장에 이것저것 들어서는 것이 정녕 시민의 문화생활을 돕기 위한 것인지, 아님 다른 의중이 있는것인지에 대한 의혹은 많은 네티즌들이 품고 있음을 여기저기서 느껴왔기 때문에.

사실, 이번 대회를 광화문에서 유치한 것을 두고 이리저리 말이 많은 이유, 논란이 불거지고 이런저런 언쟁이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전시행정이라거나, 세금문제라거나, 국위선양이라거나, 대회가 성공적이었느냐 실패였느냐에 대한 싸움은 지금 내가 꺼내려는 말에 있어선 아무래도 좋다. 실상 이번 일을 놓고 곱게만 바라볼 수가 없는 시각은 스노우보드 대회 자체가 아니라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일전을 치뤘던 현 정부와 작금의 흐름 때문이다.
 
만약에, 참여정부 시절 이같은 대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면 어떠했을까. 물론 그 때도 호불호는 갈렸겠지. 노무현 전대통령이 한마디 하면 희한하게 재단해서 '별놈의 대통령이 다 있다'는 반응을 끌어내던 언론이 있었고, '무능하고 말 함부로 한다'는 조소가 잇따르곤 했다. 그래, 그때도 분명 논쟁거리로선 충분했을 것이다.

다만, 그 성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왜 시민들이 집회를 하던 광장을 막고 이것을 하느냐'는, '광장의 참가치가 무엇이냐'에 관한 논의와 반발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었을테니까. 최소한 지난 정부는 언론과 여론의 자유는 확실히 민주주의에 걸맞았다는 평가를 듣지 않았던가.

현정부가 들어선 직후 터진 촛불정국에서 광화문은 집회의 광장이었다. 그리고 곧장 광화문에는 여러가지 시설이 들어섰다. 문화광장이 됐을지언정 집회를 열던 광장의 기능은 상실했다. 지금 사람들의 반발엔 '속내가 다 들여다보인다'는 비아냥이 전제돼 있다. 결국은 광화문 광장에서 제대로 뜨거운 맛을 봤던 지금 정부의 행정에 대한 의심이 논란의 뿌리다.

고교시절 때 어느 선생님이 과거 군사정권 때를 회자하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전두환 정권 때 프로야구, 축구가 출범했다. 그런데 스포츠를 무척 좋아하면서도 곧이 받아들일수가 없더라.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나도 같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건가. 한편으로는 또다른 불만감이 마음 한켠에 자리잡았다.

"기껏 근사한 거 열어놓고선,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게시리 이리도 마음 무겁게 만들면 어쩌라는 거야!"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