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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이어폰 끼면 단 줄 알어? 자기 소리 망각하는 구타유발자의 증세

이어폰 끼면 단 줄 알어? 자기 소리 망각하는 증세  

 
 
학창시절 때 그런 경험 한 적 있을 것이다. 자율학습 시간에 구석진 자리서 몰래 이어폰 끼고선 큰 소리 내다 '아작'(!) 나던 애들. 헉. 본인 스스로 체험했다고?

간 큰 놈들은 선생님 있을 때도 그 짓을 했었다. 중학 시절 자습을 시켰더니, 이어폰 낀 채로 짝에다가 "선생 오면 깨사라(깨워라)" 하고 눈 감다, 이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렸던지 그대로 선생님한테 따귀 맞던 놈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철없던 시절에만 통하는 얘기가 아니었다. 다 큰 어른이 공공장소에서 무지하게 실례를 범하는걸 어찌 해야 할까.

짧았던 추석, 귀경하는 장거리 버스에서 지친 몸 좀 쉬어볼까 했더니, 옆에 앉은 양반 때문에 다 말아먹었네. 에헤라디야.

PMP 꺼내 방송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데, 이어폰 끼면 단 줄 알았나 보다. 혼자 쿡쿡대고 소리내어 웃고.

아무래도 맞은편에서 독서하던 남자가 주의를 주듯 돌아봤다. 그는 잠시 멈칫했고, 이제사 좀 '상황 파악이 됐나 보다' 싶어 안도했건만.

이 양반이 그게... 기억력도 붕어급인거다. 정확히 딱 3초 걸렸다.

어쩌겠나. 그렇다고 창문 열고 좌석채 들어내어버릴까?

둘 중에 하나다. 개념이 없거나, 아니면 남들한테 안 들린다고 생각하거나. 후자겠지 설마.

이어폰을 끼면 자기 몸으로 들어오는 그 소리가 바깥과는 완전히 차단된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겠거니 하고 안도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가 내는 출력 결과물까지도 차단될거라는 생각. 인풋과 아웃풋의 영역을 완전히 망각하는 셈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이긴 한데, 실제로 보니 그렇다. 자기가 내는 소리가 절로 커짐에도 그걸 모르고 미세한 속삭임이라고만 착각하는 것.

결국엔 나도 저 이웃도 다 포기. 헤드폰 끼고서 음악 들으며 그냥 현실을 회피해버렸다. 공익을 위해 뭐라고 한마디 할 걸 그랬나? "니만 갖고 있나, 나도 MP4 있어요!"하고.

그건 그렇고. 과연 이게 의학적으로 증명이 된 걸까? 호기심에 검색대에 올라가 봤다. 얼라? 의외로 이거 다룬 내용이 찾기가 쉽질 않다?

하나 건진게 이 정도. 다음 지식에 오른 게시물. (http://k.daum.net/qna/view.html?category_id=QFA&qid=3cIMl&q=%C0%CC%BE%EE%C6%F9+%B8%F1%BC%D2%B8%AE&srchid=NKS3cIMl) 원론적인 답변이긴 한데, 생각보다 원인분석은 명료해서 좋군. 말하자면 자기가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은 볼륨 컨트롤이 안 되서가 원인이고, 저 양반의 경우는 자기 소리가 주위에 피해를 입힌다는 것을 아예 의식조차 못한다는 건가.

사람도 공해를 만드는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리의 공해말이다. 전에 어느 교수님이 "뚱뚱한 여자가 미니스커트 입고 다니면 시각공해"라고 농을 던진 적이 있었는데, 이거야 인격모독적 논란과 사람들이 멋부릴 자유에 대한 비판이 분분할 사안이니 제쳐 둬야 할 문제고. 하지만 자기 입소리 때문에 분위기 험악하게 만드는 것 정도는 서로서로 배려하고 조심할 수 있잖아.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만 무신경해도 정말 생각조차 못한 채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문제다. 이어폰을, 헤드폰을 낄 때마다. 그리고 자기가 시청내지 청취하는 프로그램이 감각의 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의 것이라면 한 번 더 주의하도록.

잊지 마라. 당신이 보는 PMP 속의 프로그램이 웃음 내지 울음(유니크한 상황이긴 하다)을 유발하고 있다면 어느새 당신도 주위에 구타를 유발할지 모른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