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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바의 칵테일] 9. 푸른 밤하늘의 빛깔을 마시다, 블루라군

[바의 칵테일] 9. 푸른 밤하늘의 빛깔을 마시다, 블루라군  
 
 
 

완전히 어두워지기 직전, 블루라군의 빛깔이 감도는 하늘빛.

그랬다. 저 푸른 빛은 방금 마신 블루라군의 그것이었다.

 

[바의 칵테일] 9. 푸른 밤하늘의 빛깔을 마시다, 블루라군

 

갑자기 왠 하늘 사진을 꺼냈을까. 하지만 바를 나서자 마자 올려다 본 밤하늘이 조금 전 음미한 칵테일과 같은 빛깔을 띠고 있던 것은 매우 훌륭한 감흥이라 그냥 흘려보낼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운명이었나 보다. 더운 여름저녁을 식히고자 주문판을 훑어보던 내 눈에 그냥 저 이름이 들어왔다. 본적은 없지만, 영화 이름으로 익숙한 저것에서 느껴지는 시원한 느낌이 주문을 결정짓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바텐더도 고개를 끄덕인다.

"블루라군도 괜찮죠."

자, 이제 소개한다. 블루라군의 비주얼.

     
 
레몬맛 나는 아래의 노란 부분은 꼭 저 달빛 같다. 비주얼만으로도 마시고 싶은 칵테일이다. 내가 마시는 건 밤하늘.
 

밤하늘의 맛은 어떨까. 저 푸른 빛만으로는 가늠하기 힘든 맛이 담겨 있었다. 시큼한 레몬 맛이 강렬한 칵테일.

"어디서 많이 마셔본 듯한 익숙한 맛이예요."

"그래요?"

바텐더 앞에서 눈자위를 굴려보던 나, 드디어 떠올린다.

"맞다! 레몬에이드!"

"으음, 그럴수도 있겠는데요."

썬키스트에서 나오던... 왜 있잖은가. 플라이투더스카이와 '슈퍼주인이여'가 선전하던 그 레몬에이드의 청량감. 사이다가 함유된 탄산의 터지는 느낌, 보드카의 은은한 알콜, 레몬 맛이 들어간 레시피의 조합이 멋진 하모니를 뿜어낸다.

언더락 스타일에 한동안 빠져있다 간만에 마시는 스타일. 알콜 맛은 바텐더의 말처럼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갈증날 때 벌컥벌컥 들이기 딱 좋은 음료. 하지만, 천천히 마시지 않고 그렇게 싹 비우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마시는 속도를 조절하며 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입에 착착 감기는 탓에 속도를 늦추는게 쉽지만은 않다.

저 푸른 빛깔은 무엇으로 내는걸까. 물어보지 않은것이 후회스럽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고 멋진 빛깔이란 말이야. 참 탐나는구료.

아 참, 블루라군의 본래 이미지는 바다였지. 맑고 짙은 바다 속의 색깔. 빠져드는 깊은 맛, 그리고 야한 느낌의 낭만감. 바다 여행에서 한 잔 마시면 그럴듯한 칵테일. 분명 밤하늘을 보지 못했다면 난 이렇듯 바다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괜찮지 않은가. 바다 이야기는 전형적인거고, 저 하늘빛과도 잘 어울린다니까. 7월말, 8시를 넘긴 시간대의 하늘빛은 정말로 블루라군을 마시기에 딱이다. 굳이 바캉스를 떠나지 않았다 해도, 도심 속에서 얼마든지 음미할 수 있어 좋다.

남자, 여자 할 거 없이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메뉴. 지난번 김렛에서도 말했었지만 이건 그 이상의 쿨섬머 아이템.

글쎄, 하지만 겨울저녁에도 잘 어울릴 거 같은데?

다른 블로그에서 이미지를 살펴봤는데, 에메랄드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조금은 다른 모습이다. 아무래도 저 BM의 것이 특이한 스타일인 듯.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더 예쁘다.  

블루라군 (보드카 + 사이다 + ...그리고 뭐였지? 레몬맛 나는 거라 했는데 사일러스?)

바 BM

가격 6000원

촌평 - 브라보, 브라보! 쿨 나잇을 위하여 건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