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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99학번, 09학번을 만나다 - 신입생 환영식날 10년 차 새내기 간의 조우

99학번, 09학번을 만나다 
10년 차 새내기의 공통점? 차이점? 

 "저 친구들이 누구지?"

서울 신촌 거리에 쏟아져 나온 젊은 무리가 있다. 파란 가방을 하나씩 들고 줄을 서서 이동하는 젊은이들.

"아아! 09학번!"

2009년, 오늘은 연세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

    

  
  너무너무 통솔이 잘 된다. 조용하고 착한 학생들이다.(?)  
 


99학번, 09학번을 만나다 - 10년 차 새내기의 공통점? 차이점?

강산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통과 관문

2월 16일 오후 5시. 신촌에서 아직 소년, 소녀티를 벗지못한 이들이 저마다 그룹을 지어 이동한다. 대학 상권내 음식점 등지로 나뉘어 모두 사라졌다 싶으면, 또다시 교차로에 새로운 이들이 등장. 각 학과를 대표하는 깃발을 따라 교차한다. 그 움직이는 모습은 보통 대학생들의 자유분방한 그것과 달리 잘 제련돼 있다. 초,중,고교시절 12년간 몸에 익은 단체이동법이 어디가겠는가.  


    

 


그렇다고 수학여행이나 소풍의 분위기와는 또 다르다. 아직은 서로 서먹한 감이 없지 않아 숫자에 비해 꽤나 조용하다.

머릿 속에서 약간은 세피아색이 된 필름이 돌아간다. 나를 좀 더 젊었을적 기억에 젖어들게 하는 모습들. 세기말 '비둘기학번' 99(구구)학번으로 새내기 소리를 듣던 때가 벌써 10년전인가. 아련할 것도 없다. 그저 엊그제 같건만 벌써 강산이 한번 변했다.

마침 한 무리를 따라가 선두에게 몇 가지를 질문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알파'를 누군가 들고 있던데, 그런 이들 앞에 하이엔드 들이대려니 조금 뭐하긴 했다. 휴대폰(물론 디엠비, 카메라, MP3, 인터넷접속기능 그런거, 없구요)조차 귀하던 내 시절과 데세랄이 입학선물 품목에 오르는 이들의 오늘. 20세기 마지막해의 신입생에 있어 21세기의 신입생은 기기문명 향유란 점에서 확실히 부러운 '데이드림제네레이션'이다.    

 
"네."

"사진 찍어도 괜찮아요?"

"아아, 네! 모두 잠깐 스톱! 촬영이 있겠다!"

선선히 응해주는 리더. 앞의 명찰을 보니 '08학번'의 선배다. 내친김에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그 파란 가방 좀 볼 수 있나요?"

"아아, 이거요? 이거..."

 

99학번과 09학번의 공통점 - 아직 마냥 수줍은 사회예비생

선두에 있던 한 남자 신입생에게 "가방 좀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네"하고 자기 가방을 열어젖히는 순박한 청년. 순간 이 쪽이 당황했다.

"아뇨 아뇨... 그 가방말고 파란 가방이요."

"아아~"

신입생은 망설이지 않고 풀어 보였다.


오오 드디어 봉인이 풀린다...



  
차민재(09학번) 씨에게 '곰인형과 한 컷...스마일~'하고 주문할 것도 없었다. "얼굴 사진 인터넷에 나올건데..." 하니 곧장 수줍어하며 이런 컷을 연출. 얼굴 아래만 살짝 가린 것은 기뻐하며 허락한다는 뜻.(?)   
 


"곰인형 선물인데요."

10년전 난 티셔츠 하나 받았었다. 아아, 그동안 신입생 기프트 센스가 정말 많이도 발전했구나(아니면 학교별 센스 차이의 문제인가) 싶었다.

연세대 09 새내기 차민재(사회과학) 씨.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죠?" 하니 "어어..."하고 '어떡하지' 표정을 지어보였다.

셔터를 누르자 절로 저같이 '괜찮은' 사진이 나온다. 이름을 묻고 '기사 나오면 확인 한번 해보시라'고 뒤돌아서며 느낀 것은 동류감.

"10년 전 나하고 다를 게 없잖아?"

그저 뭐든지 수줍었던 나이, 스물. 나 자신의 존재감을 밝히는 것에 있어 싫진 않은데, 그게 또 수줍고, 그저 자신없는 미소로 허락도 망설이며 수동적으로 맡기듯 하는 모습.

그래서, 반가웠다.

 

99학번, 09학번과의 차이점 - 달라져버린 세계   

"멘트 하나 정도 딸 걸 그랬나..."

'대학생 되니 기분 어때요?'하고 물으면... 물론 예상되는 대답은 딱 하나. "좋아요" 밖에 더 있겠는가.

그래도 이게 아쉬워 다른 무리를 물색했다. 이 때부턴 어지간한 무리는 다 파티 장소를 잡았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추운 날씨가 살렸다. 건물 안에서 바람을 피하던 신입생 하나를 만났다.

"약속이 있어 먼저 돌아가기로 했거든요."

연세대 09 새내기 이준호(기계공학) 씨. 그 역시 사진 촬영 협조를 하자 망설인다. 그리고 이번엔 끝내 "이름은 나와도 얼굴은 좀..."하며 거절. 여기까진 역시나, 90년대 마지막 학번이나 2000년대 마지막 학번이나 별로 다를 게 없구나 싶었다. 그런데...

"소감 한 마디 해 줄래요? 멘트가 필요한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실감이 안 나는거죠."

"오오, 생각했던 '좋아요'하곤 다른 이야기라 좋은데요?"

그러나 그의 이어지는 답변은 조금 의외였다.

"솔직히 (이전보다)더 복잡해요. 들어오면 맘이 좀 편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요."

"...취직? 아님 군대 때문에?"

"모두 다요.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생각할수록 모든게 다 막막해요."

"......"

'다시 만나자'고 기약없는 인사로 헤어진 뒤, 느낀 것은 '10년간의 갭이란게 확실히 있구나'란 생각이었다.

10년전, 나는 그저 맘이 편했다. '실감이 안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건 수능 후 3개월간 줄곧 이어진 해방감이 좀 더 명확한 출구로 이어진 것에 대한 넘치는 즐거움 때문이었으니까.

그러나 10년 후 신입생은 '대학 나와도 취직 걱정, 이것저것 모두 걱정'이란 불안감을 환영회날부터 갖고 있었다. 물론 지금이나 그때나 스물은 후 불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가벼운 나이. 하지만 당시 99학번이던 나는 그 조차 '어디로 날아갈지 너무 기대돼' 하며 여행 전날의 들뜬 기분으로 이를 맞았고, 09학번의 이준호 씨는 "난 어디로 날아가 버릴까"란 중압감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 때도 힘든 시기인건 마찬가지였잖아... IMF 터지고 불과 1년 반 후였다고."

되뇌어보지만, 그 때의 나라면 그래도 분명, 이렇게 말했으리라. '세상이 다 내 것 같아요'라고. 그간 억제됐던 것들을 모두 하고픈 희망으로 에너지가 넘쳐나던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답이었다. 입시지옥철에서 벗어난 것에 저들이 조금은 즐거워 할 수 있는 보상을, 사회가 확약해 줄 시기는 언제쯤일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