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단상 두번째] 천정배 의원, 네티즌과의 약속 지켰다

[단상 두번째] 천정배 의원, 네티즌과의 약속 지켰다


이틀전, 천정배 민주당 의원에 관한 기사 하나를 냈다. (http://kwon.newsboy.kr/1103)

야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네티즌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접수해 국회서 국민의 이름으로 대리 질문한다는 이야기. 비록 타 언론에선 다루지 않은 사안이었지만, 기자는 상당한 흥미를 느끼고 기사에 담았다. 아고라 네티즌들의 반향은 '이것이 진짜 소통' 등 대체적으로 좋았고, 그 중엔 천 의원이 아이디어를 빌리려 했던 게 아닐까 할만큼 괜찮은 질의도 보였다. "환심을 사기 위한 정치적 쇼"라고 비웃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이건 이거대로 결과물과 조합되면 어떤 내용으로 흘러도 흥미로울 일이라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건 이것이 진정 실현되느냐 하는 그 자체였다. 해당 네티즌의 닉네임이 질의 내용과 함께 거론돼 국민 의견으로 대정부질문서 효력을 발휘한다면(원할경우 본명이나 닉네임을 소개해드리겠다고 밝혔다), 네티즌이 보다 구체적으로 정치에 참여한 사례로 남는 점에서 '인터넷사의 한 페이지'란 가치를 부여할 수도 있을 테니까.  

기자는 댓글에 오른 네티즌의 질문들을 보며 '이건 선택될 법 한데'하고 나름 예상되는 질문들을 뽑아봤다. 반면 "이건 너무 세다" 내지 "이건 질의 영역인 사회교육문화 분야와 안 맞다"며 예상 범주에서 몇가지를 골라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약속했던 18일, 오늘. 천정배 의원은 정말로 다음 아고라에서 접수한 네티즌 목소리를 총리 앞에 꺼냈다. 네티즌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게다가, 기자 예상 따윈 훌쩍 넘어서 버렸다. 오늘 나온 기사(노컷뉴스, http://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18&newsid=20090218105412542&p=nocut)를 읽다가 "이럴 줄이야"하고 저도 모르게 놀라 버렸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가 닮은 점이 있는데 그것은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것이란 말이 인터넷에 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설마 이 질문을 선택했을 줄이야. 이 댓글은 게시판 반응을 살필 때 기자 눈에도 남다른 '포스'로 들어왔었다. 그러나 너무 '센' 내용이라 채택되긴 힘들겠다고 논외로 쳤던 게 사실. 그런데 그걸 총리 앞에 떡하니 내걸어 보이며 강공에 나섰다. 어지간한 배짱 아니면 꺼내기 힘들었을 사안이다.  

답변이 기다려질 수 밖에 없다. 기사를 보니 총리가 "그 네티즌이야 말로 한국말을 잘못 알아듣는것 같다"고 발언했다지. 천 의원의 아이디어에 동참했던 네티즌들로선 순간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냐'고 반감을 느낄 법 하다. 그런데 천 의원, "총리도 대통령과 닮은 것 같다"고 응수했다.

만일 천 의원이 정말 '환심을 사기 위한 정략적 쇼'를 펼친 것이라면?

그럼 적어도 결과만큼은 목표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뽑았으리라. 결과적으론 아이디어를 건네줬다 총리에 면박받을 입장이 된 네티즌을 보호하고자 응수한 셈이 됐으니까. 네티즌들의 호감도 상승은 곧장 예상 가능하다.

확실히, 이를 반증하듯 천정배 의원실에서 당일 "여러분 덕분에 질문 잘 마쳤다"(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2310346)고 상황보고한 글은 또한번 찬사에 올랐다. 찬성 2617표에 반대 41표. 760여 댓글란을 살펴보면 "속 시원하다", "기대 이상이었다"는 칭찬이 주류를 이룬다.

다시 링크된 쿠키뉴스 관련 보도를 살펴본다. 한나라당에선 이에 야유를 퍼붓고 다음 질의자가 "화장실서 귀를 씻고 와야 겠다"고 격하게 노여워했다지.

그럼 또 다시 천정배 의원실이 아고라에 공개한 오늘자 게시판으로 넘어와서. '원고는 첨부했고, 동영상은 내일 올려드리겠다'는 말에 네티즌들은 "어서 빨리 동영상을 보고 싶다"는 반응을 꺼내 보였다. 적어도 이 곳 게시판에서의 민심 만큼은 "귀를 씻어야 겠다"는 여당과 달리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아고라 네티즌들이 천정배 의원에(물론 '황당하다'는 비난 의견도 있었다) 네자리수대 두자리수의 '찬성 몰표'를 던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결국은 요새 곧장 나오는 '소통'의 미학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에 있다. 평소 "우리만 인터넷에서 떠들면 뭐하나"란 네티즌들의 가려움을 그대로 짚었고, 이를 '국민의견'이란 타이틀로 대정부질문장에 그대로 던져넣었다. 스트라이크냐 볼이냐의 문제는 다음 이야기.

최근 들어 한나라당에서도 일부 의원과 정당인이 아고라 등 네티즌 광장을 두드리며 여론 환기에 한참이다. 진정 인사치레가 아니라 '장대 날리기'를 목표한다면 민주당 의원의 이번 일은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겠는가. 글쎄, '반한나라 감정'이 팽배한 아고라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국민과의 소통'이란 대주제를 놓고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대표격인 인터넷 광장에서 연일 펼쳐지는 양당의 '데스매치'. 한순간일지언정 '멋진 오빠'가 등장하고 '주적'이 나타난다. 물론 언제 어떻게 역전될지는 모른다. 인터넷 게시판을 민심의 주요 취재터로 삼는 인터넷 기자 입장에선 여러모로 요즘 참, 재밌어. 물론 '재미없고 무료하더라도' 평화의 도래는 진정으로 바라마지 않지만.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