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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아고라서 한나라당 의원간 이색대결


아고라서 한나라당 의원간 이색대결
사형집행 놓고 남경필, 박준선 'vs' 메인 공방

 
 
   
 

다음아고라에서 '한나라 VS 한나라'의 토론공방이 펼쳐지는 이색적 상황이 펼쳐졌다. 

11일과 12일, 양일에 걸쳐 아고라에선 남경필 의원과 같은 한나라당의 박준선 의원이 나란히 메인에 올라 대립의견을 세우는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토론의 주제는 최근 강호순 사건 등으로 다시 논쟁에 오른 사형 집행. 양 의원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렸다.

남경필 의원은 사형집행 반대에 섰다. 남 의원은 '사형제에 대한 단상 - 사형집행 재개를 반대합니다!'란 제목으로 지난 10여년간 중지돼 왔던 사형집행에 대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남 의원은 "연쇄살인사건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극악무도한 범죄에 분노를 느끼는 건 인지상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사형집행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감정적이고 흥분된 상태서 목소리가 커지는 건 우려된다"며 "시간을 두고 논의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글은 완전한 반대의견이 아니라 '유보'의 입장이다. 그는 "사형제가 폐지되는 추세에서 흉악범의 죄질이 심각해지다 보니 고민이 따른다"며 "재개 의견에 대해선 사회가 좀 더 인내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건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 표명을 받아들인 것이며 인권 신장을 위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다시 집행함은 일궈온 역사의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고 어렵게 쌓은 국제사회 신뢰도 잃는 결과"라 주장했다. "사형제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집행은 '그대로 스톱'"이란 것이 축약된 내용. 한편으로는 사형제에 "형벌의 성격과 생명권을 국가가 침해하는 이중성을 띠고 있다"는 의견을 비쳤고 공동체 복원을 거론해 "CCTV보단 이웃끼리 보살피는 노력과 회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글은 12일 새벽 2만6000여 조회 속에 찬성 998, 반대 791의 시소게임에 올랐다. 댓글의견은 1100개.

반면 박준선 의원은 한발 앞서 9일부터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를 통해 '지금은 조속한 사형집행이 필요한 때입니다'란 제목으로 빠른 집행 재개 주장글을 게재했다. 박 의원은 사형제 및 집행의 필요성을 완강히 주장하는 입장.

그는 "세상은 무섭게 변하지만 본인 죄도 뉘우치지 못하는 흉악범, 아니 '사형수'들과 함께 살아간다"며 "잔인한 범죄자도 스스로는 제 목숨을 지키는 안전한 감옥에서 사는 특혜를 주는 느낌까지 든다"고 강력하게 목소릴 냈다. "국민 세금으로 하루 세끼 꼬박 먹으며 사는데다 교도소 예산으로 척추디스크수술까지 받는데 사회정의 관념에선 극히 어긋난 것으로 여겨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의원은 수치상 자료를 내보이며 사형미집행만이 흉악범죄 증가 원인이라곤 보지 않으나 일정부분은 관련있다는 소견을 냈고 "이번에 강 모 씨는 7명을 살해했지만 피해자는 그 뿐이 아니다, 유가족은 어떻게 피해를 보상받느냐"고 물었다. "인간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사형수는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이란 부분은 현재 일고 있는 집행 찬성 여론의 그것과 완벽히 일치한다.

"그들에 반성하고 살 기회를 주기엔 너무 극악무도한 짓을 했기에 용서할 선을 넘었고, 사형이 원시, 야만적 제재수단이란 말조차 범죄행위 앞엔 들리지 않는다"며 조속한 사형집행이 필요하다고 맺은 글은 3만4000여 조회 수 속에 찬성 1312, 반대 1225로 역시 시소게임 양상이다. 댓글 의견 또한 1167개에 달하고 있다.

의견란에서 네티즌들은 양 측 모두 찬반으로 갈려 논쟁 중이다. 물론 한나라당 의원이 아고라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놓고서 "이 시국에 이 사안을 들고 나온 건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아고라에 내재된 '반한나라 정서'를 그대로 보이는 냉소적 관점도 함께 공존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여야 따지지 않고 생각대로 표현하는게 아고라 입장 아니냐"며 토론장에 이들이 이같은 의견을 개진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한나라당이라고 무조건 '깔게' 아니라 충분히 생각해볼 사안"이라며 호의를 느끼는 모습도 보인다.

그간 반한나라 감정이 묻어나오던 다음 아고라에서 한나라당 의원끼리 나란히 메인 토론에 올라 찬반여론을 조성한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전에도 아고라 토론방을 노크했었다. 지난해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이른바 '소통위원장'(유비쿼터스 등 이름이 미묘하게 차이를 보였다)끼리 '아고라 토론'을 벌인 바 있으며 최근엔 혹독한 신고식이 되긴 했으나 진성호 의원실 등이 토론방 및 '네티즌과의 대화'에 모습을 보였던 것.

   
 
   
 

   
 
   
 

그러나 곧장 네티즌의 반감에 부딪혀 반대표만 다섯자리수를 넘기는 등 맥을 못추던 전례와 비교한다면 사형집행을 논지로 한 이번 사례는 양 쪽 모두에서 찬성표가 좀 더 앞서는 등 비등한 찬반표 양상을 보인 점, 또 한나라당 의원끼리 맞부딪히며 댓글란에서 찬반토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일단은 네티즌 여론에 어필한 것으로 보여 주목을 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