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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칼럼

싸이코패스 테스트했던 나, 얼굴이 새파래졌다

[오아시스]싸이코패스 테스트했던 나, 강호순보다 더 무서워?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싸이코패스 테스트에서 경악할 상황이 나왔다.

 

51. 싸이코패스 테스트했던 나, 강호순보다 더 무서워?

 

'싸이코패스 테스트'가 3일 인터넷 핫이슈 키워드로 떠올랐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싸이코패스 테스트를 통과하자 네티즌들이 너도나도 "혹시 나...나도?"라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싸이코패스 테스트는 이미 각 언론을 통해 당일 보도를 탔다. 일부 기사에선 친절히 테스트 질의 전문이 실렸다. 예를 들자면 데일리서프라이즈의 이 기사.(http://media.daum.net/entertain/others/view.html?cateid=100030&newsid=20090203211505020&p=dailyseop)

위 기사 본문 중 해당 전문을 꺼내어 나열한다.

-테스트 1-

전혀 그렇지 않다 - 0점, 조금 그렇다 - 1점, 정말 그렇다 - 2점
1. 말 잘하는 것을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2. 자기의 가치에 대해 자랑하고 다닌다.
3.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4. 속임수를 경멸하거나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5. 범죄를 저질러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6. 감동적인 것을 봐도 감동인지 모른다.
7. 매사에 냉담하고 남이 말하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다.
8. 책임감이 없거나 부족하다.
9. 일상 생활에서 많은 정신적 자극이 필요하고 지루함이 많다.
10. 기생충처럼 남에게 빌붙어 산다.
11. 나쁜 행동을 자제할 능력이 부족하다.
12. 소년비행을 경험하거나 영유아기 때 잔인한 짓을 많이 하였다.
13. 현실성이 부족한 목표를 길게 끌며,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14. 매사에 충동적이다.
15. 무책임하다.
16. 소년비행.
17. 약속을 잘 깬다.
18. 아무데서나 성적인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19. 많고 짧은 연애를 한다.
20. 범죄적인 재능이 타고났거나, 재능을 범죄에 이용하려고 한다.

※40점에 가까울 수록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습니다.

-테스트 2-

문제에 대한 답을 직감적으로 생각나는대로 바로 대답하시길 바랍니다.

1. 당신이 잠이 안오길래, 아파트 베란다로 나왔다. 창밖을 바라보니,어떤 남자가 한 여자를 칼로 찌르고 죽였다. 당신이 그모습을 보고 신고하려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대었는데,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그 남자가 당신 아파트 쪽으로 손을 일정하게 움직이며 가리켰다면 왜 그랬을까?

-일반인들의 대답:다음은 너의 차례다. 신고하지마라. 거기 가만 있어라. 등
-사이코패스들의 대답:'내'가 있는 층수를 세려고

2. 당신이 당신과 절친한 친여동생과 할머니의 장례식에 갔다.그 곳에서 한 검은색 머리의, 검은 수트를 입고 검은 구두를 신은 남자에게 반했다. 근데 그 남자는 당신과 당신 여동생의 이상형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당신은 당신의 여동생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

-일반인들의 대답:동생과 그 남자가 이어질까봐. 등
-사이코패스들의 대답:동생을 죽이면 그 남자가 장례식에 또 올테니, 한번 더 만나고 싶어서.

3. 당신은 도둑이다. 당신이 집을 털고 있는데 그 집주인이 잠에서 깨어나 당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는 당신이 보는 앞에서 잠기지 않는 옷장으로 들어가 숨었다. 당신에게 칼이 있다면 어떻게 죽일 것인가?

-일반인들의 대답:옷장 문을 열고 죽인다. 옷장에 불붙인다. 옷장을 창밖으로 집어던진다. 옷장위쪽부터 칼로 난도질 한다

-사이코패스들의 대답:나올 때까지 그 앞에 앉아 기다리다가 죽인다.

4. 산타클로스가 남자아이에게 축구공과 자전거를 주었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는 기뻐하지 않았다.왜 그랬을까?

-일반인들의 대답:다른 것을 갖고 싶어서. 이미 가지고 있어서. 애가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사이코패스들의 대답:다리가 없어서

5. 당신 앞에 자판기가 있다. 목이말라 음료를 뽑아 마시려는데 그 자판기는 이상하게도 음료수의 이름이 전혀 적혀있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은 손이 가는대로 아무거나 뽑아 마셨다. 그 음료의 색은 무엇일까?(음료수 캔의 색이 아닌, 그 음료의 색.)

-일반인들의 대답:아무 색이나 말한다.
-사이코패스들의 대답:투명하다 혹은 색이 없다.

6. 당신 앞에 전쟁하다 다친 군인의 초상화가 걸려져 있다. 어디를 다쳤을까? (2군데)

-일반인들의 대답:다리, 머리, 팔 등
-사이코패스들의 대답:눈과 왼쪽 심장 혹은 가슴.

7. 당신이 죽여야 할 원수가 당신 앞에서 낭떠러지에 매달려 겨우 봉같은 막대기만 잡고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그럼 당신은 그 손을 어떻게 해서 그 원수를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릴까?

-일반인들의 대답:발로 밟는다. 봉을 자른다. 손목을 자른다
-사이코패스들의 대답:손가락을 하나씩 떼어준다.

8. 집에 당신이 혼자 있는데 누군가 찾아왔다. 당신이 문을 열었더니 택배 배달원이었다. 그런데 그 택배 배달원이 칼을 들고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할까?

-일반인들의 대답:문을 다시 닫는다.
-사이코패스들의 대답:칼을 뺏어서 찌른다.

9. 당신은 연쇄살인범이다. 당신은 창문이 있는 엘레베이터에서만 사람을 칼로 찌르고 도망간다.왜 그런걸까?

-일반인들의 대답:다른 사람을 보여주려고
-사이코패스들의 대답: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창밖에서 보기 위해.
10. 당신은 온통 나무로 둘러싸여진 깊은 산 속에 있다. 당신의 눈 앞에 편히 쉴 수 있는 정자가 있는데 그 정자뒤로 무언가가 휙 하고 지나갔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1번 개 2번 귀신 3번 낙엽 4번 들짐승 5번 사람

-일반인들의 대답:2번 귀신, 3번 낙엽, 4번 들짐승
-사이코패스들의 대답:1번 개, 5번 사람 


기자 역시 순차적으로 풀어봤다. 테스트 1의 경우 몇가지 지문서 서슴없이 2점을 부여하던가 순간 움찔했다. '말 잘하는 것은 매력인가...' 본인의 답변은 '그렇다'다. 요즘시대, 뛰어난 화술만큼 강력한 무기도 없다. 1점과 2점서 주저하다 2점 마킹. 4번의 경우는 주저없이 '아주 그렇다'를 찍었다. 지금도 왜 이것이 가산점(?)이 되는지 의아하다. 속임수를 싫어하면 싸이코패스?

일상생활서 지루함을 느끼고 정신적 자극이 필요하느냐에 대해선 망설이다 1점을 택했다. 난 아직도 스파이더맨의 탄생을 둘러싼 일상탈출 히어로 레퍼토리를 동경한다.

어렸을때 잔인한 짓... 했다. 정말 난 나쁜 자식이었다. 고백하건대 난 언젠가 화단에서 개미를 밟아 죽여봤고...  죄없는 동물에 가학적 몹쓸짓을 한 업보가 있다. 1점.

현실성 부족한 목표를 길게 끌며 희망을 가진다는 것엔 망설임 없이 2점을 매겼다. 분명 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고 외치는 이에 호감을 품는 사람이고 또 나 스스로를 그 선상 위에 올려놓고자 하니까. 20번의 경우는 잠시 주저하다 1점으로 합의(?)했다.

테스트1 채점 결과는... 아아, 다행이다. 11점이면 범상한 수준이군.

그러나 안도감은 여기까지. 정작 심화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테스트 2에서 그만 경악하고도 남을 상황이 벌어졌다.

"살인마가 신고하려는 나를 가리켜? 협박이군."

"죽일 리도 없지만 만약 그랬다면 질투겠지..."

여기까진 괜찮았다. 솔직히 1, 2번의 싸이코패스의 답안지를 보고선 소름끼쳤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3번이 드디어 전주곡이다. 곧바로 떠오르는 답안이 없어 잠시 고민해보다 '정말 이 때의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보니.

"아마도 앉아서 먹잇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파워게임을 하겠지."

정답이다. 솔직히 말하면 옷장문을 열고 죽인다거나 불을 붙인다거나 창 밖으로 던지거나 옷장째 난도질하는 일반인의 답이 더 끔찍하게 여겨진다. 오히려 '이게 그나마 더 자비롭지 않아?'하고 정색해 본다. 어떤 네티즌은 "이 답이 젤 무섭다"고도 하던데, 난 이렇듯 본인 답안에 덤덤한 것에 소스라쳐야 하나.

네번째는 어디선가 본 듯한 (잔혹한) 넌센스. 오래 생각했다면 나도 싸이코패스의 답과 동일했을지 모른다.

다섯번째는 일반인과 동일하게 불투명한 색을 고민했다. 역시 난 정상인가...하고 안심하려는 찰나, 다음 지문에서 가슴이 철렁한다.

"그야..."

상이용사의 초상화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게 얼굴에 영광의 상처가 그어져 한 쪽 눈의 위아래에 걸쳐졌거나, 혹은 하록 선장처럼 애꾸거나. 뭐?! 이게 싸이코패스? 벌써 투스트라이크다.

일곱번째. 나라면 손목째 그어버렸을 거다. 이 섬찟한 답안은 다행히(?) 일반인의 것. 그러나 여덟번째에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의심하게 된다.

"칼을 빼앗아 찔러버린다..."

퍼뜩 떠오른게 그러한 시추에이션이다. 솔직히 "이렇게 해야 하지 않냐"며 '정당방위'를 덧붙이는 자신의 냉정함엔 소름이 쫘악 돋는다. 그래도 이 땐 이게 최선이 아닐까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나.(긁적긁적)

아홉번째는 좀 독특하다. 나의 해답은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간다'로, 범행 후 출구를 의식한 것이었는데 이건 양 쪽 다 없는 답이었다. 헌데 아마 이것이야말로 '미친 생각'이 아닐까.

그리고 마지막 열번째에서 쐐기가 박힌다.

"개일 걸... 귀신? 에이 설마! 그리고 낙엽... 사람일수도 있나?"

정답은 개와 사람. 오호라, 빙고다. 이걸로 싸이코패스와 완벽하게 동일노선을 탄 게 열개 중 네개다. 거기다 이 밖에도 한개는 아슬했고 또 하나는 어떤 의미로 더 무시무시할지도. 결과적으로 심화 테스트 중 무려 절반이나 싸이코패스의 면목을 간직하고 있었다.

물론 테스트의 마지막엔 "비슷한 대답을 해도 '내가 사이코패스였나'라 생각하면 사이코패스가 아니다"란 전제가 소개돼 있다. 다만 내겐 그저 '최소한의 위안'으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어쩌면 좋은가. 게다가 보시다시피... 문제가 된 네개의 지문결과 모두엔 "왜? 왜 이게 비정상인데?"라며 도리어 이해못하겠단 자문이 이어지니 글쎄다. 비록 테스트1에선 27점의 강호순에 훨 못 미치는 정상인으로 판명됐지만 이보다 더 무섭다 할 수 있는 테스트2 결과가 이 정도일 줄이야.

알려지지 않은 그의 2번파트 결과는 어떠했을까. 어쩜 난... 알고보면 강호순보다 더한 폭탄이었을지도 모른다.

국장, 알아서 기세요.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