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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칼럼

미네르바 체포 수시간 후 취재원 "제 기사 삭제해 주세요", '논객 위축 효과' 시작됐나

[오아시스] 미네르바 체포에 '논객 위축 효과' 시작됐나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취재원에게서 수개월만에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기사를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1월 8일 밤, 미네르바 체포 소식이 들려온지 불과 두어시간만의 일이다.

 

49. 미네르바 체포에 '논객 위축 효과' 시작됐나

 

반년 전, 이 나라의 밤이 촛불로 밝혀졌을 때, 기자는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서신으로 인터뷰도 했고, 현장 취재에서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집회 현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었고, 비폭력을 위해 몸으로 행동하며 "손에 든 이 파이프? 빼앗아든거예요"라고 웃어보이던 예비군도 있었다. 현장 중계로 쉼없이 뛰어다니는 야인 저널리스트도 있었다. 인터넷에선 여러 네티즌들이 자신의 주장을 폈고 정국을 풍자하는 작품을 내걸었다. 시티즌, 네티즌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을 만났다. 모두가 거리의 논객, 또는 사이버 논객이었다.

이번에 메일을 보내온 이도 그 중 한 사람. 자세히 밝힐 수는 없고 당시 상당한 팬을 확보했던 이였다. 그런 그가 갑작스럽게 자신에 대한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었다"며 기사를 내려주길 청하고 있었다.

이 날은 촛불 정국 이후 또 하나의 인터넷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체포됐던 날. "미네르바가 잡혔다"는 기사가 쏟아지며 인터넷이 발칵 뒤집힌지 불과 두어시간만에 받아든 서신이다.

우연일까? 기막힌 타이밍으로 일어나는 그런 우연 말이다. 적어도 몇시간 전 일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기 충분할 법한 수준의.

미네르바가 "국가가 내게 침묵을 명령했다"라고 밝혔을 때, 여론과 야권은 일제히 "여론을 탄압하는 공안정부"라며 시대의 역행을 성토했다. 만일 미네르바가 잡히기라도 한다면 여론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위축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재정부에서 그를 찾는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 분분했던 의견 중엔 "지켜보고 있으니 알아서 하라는 엄포"란 시각도 있었다.

실제로 미네르바는 어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 그리고 정말 (우연히 일어난 심경변화가 아니라면) 논객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곧장 발효됐다.

어제 기자는 현재 체포된 미네르바가 진짜라도, 가짜라도 정부의 입장은 이러나 저러나 곤혹스런 상황이란 기사를 내보냈었다. 득보단 실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관점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의 체포에 이런 효과도 나올수 있는 건가"라며 멈칫하게 된다. 역시 이것도 정부 측에 있어 '우연이었던건지, 실제 예상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