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호 "저런 애들이 가스배달..." 파문 |
"직업비하, 경솔한 개그아이템이었다" 비난... 한켠에선 "개그는 개그일뿐" 옹호 |
인기 개그프로그램 KBS 개그콘서트의 왕비호가 직업비하 논란에 올랐다.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코너에서 개그맨 윤형빈 씨가 열연하는 비호감 캐릭터 왕비호가 도마에 오른 건 지난 18일 방영분 때문. 그는 이날 무대에서 KBS의 새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중인 '꽃미남' 4인방의 사진을 들고 나왔다.
그만의 특유적 독설 개그가 시작됐다. 처음에 거론한 건 드라마의 소재. 평범한 여성이 멋진 남성들에 둘러싸이는 설정을 두고 그는 여성팬들을 향해 "평범하다고? 평범한게 이 정도"라며 여주인공의 사진을 내보였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논란이 된건 다음 부분. 그는 이윽고 남자주인공들의 사진을 내보이며 "너네들 이런 (스타일의) 애들 좋아하지? 그런데 이런 애들이 나중에 가스배달하는거야"란 대사로 웃음을 유도했다.
녹화 방영분의 객석에선 의도했던 대로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네티즌들에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곧장 "특정직업을 비하한 경솔한 발언"이란 비난이 나왔다.
19일부터는 개그콘서트와 윤형빈 씨에 사과를 요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다음 이슈청원방에서 천류비 님은 "가스배달 비하 발언 사과해주세요"란 서명을 발의, 2500명 목표로 스타트를 끊었다. 발의자는 "가스배달하는게 나쁘고 창피한 거냐"고 반문한 뒤 "요즘 모 연예인의 직업비하 문제도 알텐데 이렇게 말한 건 잘못"이라 주장했다.
서명은 24일 자정께 940여명에 달했다. 큰 반향은 아니지만 꾸준히 동감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서명한 이들은 "직업에 귀천이 있느냐"(치즈 님), "개그맨은 얼마나 명망 높은 직업이길래"(와신상담 님) 등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에 동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의 저자도 가스배달 하며 공부했다"는 점을 들었고 "먹고 사는 것의 비하는 반대" 등 어쨌거나 처사가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이도 있다.
반면 "가스배달 오토바이가 폭주 등으로 인식이 좋지 않은 건 사실 아니냐"며 문제 삼을 것이 아니란 반발도 일었다. 한 네티즌은 "가스배달이 선망하는 직업은 아니지 않느냐"며 동의하지 않는다란 의견을 비쳤다. 이 밖에 "개그는 개그로만 봐라", "오버다" 등 과잉반응이라며 왕비호와 윤형빈 씨를 옹호하는 주장도 보인다.
이같은 논쟁은 청원 밖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21일, 22일 등 날짜를 넘기면서도 계속해 이야기방 등 타 게시판에서 이 문제를 두고 엇갈린 게시글이 이어졌다. 한 예로 오토바이 배달부에 피해를 봤다며 그들을 성토하는 한 게시물은 조회수가 7만건에 달하며 250여건의 댓글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어느새인가 비하발언을 넘어 오토바이 배달을 놓고 "몰상식한 운전을 반성하라"는 비난과 "그럼 이젠 그들에 배달 독촉도 하지마라"는 옹호가 쏟아지고 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