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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CGV에서 영화 키친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신민아, 김태우, 주지훈 주연에 홍지영 감독의 작품은 작품발표회 당시 파격적 정사신 정보가 나오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시사 후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생각보다 수위가 높지는 않은 것 같다"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정사신에 있어 노출이 아닌 실제를 배우에 주문했다"라고 밝히기도. 아울러 "4분간 롱테이크로 찍었다"는 사실도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어떤 영화일까. 간단히 맛보기 리뷰에 들어가 보겠다.
간단 요약 코스
시사회에서 확인한 작품의 리뷰에 있어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역시 스포일러. 행여나 뭔가 저도 모르게 발설했다간 밤길 조심할 수 밖에. (유주얼서스펙트 개봉당시 버스 타고 나가던 관객이 예매하던 이들 앞에서 "범인은 절름발이다"하고 외쳤다는데 인터넷이 열린 지금 상황이었으면 어떤 일이 이어졌을까)
으음. 간단하게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연애영화.
너무 짧나? 그런 한 줄로 늘여서. 부적절한 관계가(홍 감독은 '불륜'이란 단어가 나오자 이렇게 바꿔 표현했다) 담긴 영화.
이 역시도 불성실한가? 그럼...
속이 무지 깊은 사람 하나, 속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 하나, '어느 별에서 왔니?'하고 물어볼 법한 사람 하나, 이렇게 셋이서 얽힌 영화.
내 잣대로 보자면 이렇다. 삼각관계가 이런 유형으로 흘러가는 연애물(부적절한 관계가 담긴)이다. 그럼 이제 조금 더, 스포일러에 유념하며 디테일하게 설명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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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주지훈 씨는 목과 눈 등 건강이 좋지 않았음에도 강행군을 강행했다. | ||
시각의 잣대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난관일지도
이야기의 초반부, 뜻하지 않게 찾아온 만남의 진행. 두레와 모래의 인터체인지... 여기서 관객에겐 고비가 찾아온다. 사람에 따라선 상당히 불편해질 수도 있다.(물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일단 사견을 밝히자면 개인적으로 본인 역시 좀 불편했다.
어찌보면 뜻밖이다. 시작벨이 울리고(물론 요즘엔 그런거 없다) 다가온 첫인상은 누구나 받아들이는데 어렵지 않을 법한 것. 카메라 속에 담긴 분위기도, 아기자기한 연출과 밝은 음악도 모두 '행복'이란 단어가 여기저기서 물씬 풍겨나올 법한 것들이다. '갈등' 요소 같은 건 생각하기 어려운 연막(?)인 셈. 그렇기에 파문의 서곡은 다소 충격적이다. 아무리 두레가 매력적인 남자로 찾아왔지만서도... 아이고 모래야.(--;)
영화의 스토리가 이뤄지는 모든 것의 시작부는 홍 감독에 있어 약간의 모험이 아니었을까. 스포일러 때문에 더 이상의 자세한 소개는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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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어딘가 몸이 좋지 않았던 것일까. 포토타임 중 "김태우 씨 웃어주세요"란 주문이 나오기도. | ||
난 시종일관 '형'을 응원했다
삼각관계가 그려지는 연애물에서 재밌는것은 관객들이 어디에 감정을 이입시키느냐다. 즉, 누구를 응원하는가에 시선이 집중되겠다. 이수일과 김중배처럼 선과 악이 완벽히 갈리지 않고서야 보는 이들은 자신의 정의, 혹은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누구하고 이뤄졌음 좋겠어"란 판단을 하게 된다. 감상 후 친구들끼리 이를 두고 아옹다옹하게 만드는 것도 일종의 팬서비스가 아닐지.
나? 물론 김태우 씨의 캐릭터.(앞서 밝힌 '불편하다'란 뜻을 알아챈 이는 아마 이해할 듯) '상인'이란 이름은 기억도 안 나고 '형'이란 칭호만 남을만치 양쪽에서 죽어라 "형!", "형!"하고 불러댄다. 사진 속에서 유독 그의 사진이 많은 것도 그에 따른 결과다. 그를 좀 더 카메라 속에 잡아주고 싶더라.
이 부분은 앞서 밝힌 도입부의 고비를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 감독 역시 여기서 어느 한 쪽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자 표현하는데 상당한 인고를 거치지 않았을까. 확실한 것은 이거다. 이 리뷰를 보고 영화관을 찾는 당신이 결국 누굴 응원했는지가 무지 궁금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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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의 캐릭터가 제일 좋았다. | ||
김태우, 부처를 연기하다
일단 필자 관점에서 볼 때, 김태우 씨의 한상인은 여기 나온 인물 중 가장 정상적 캐릭터다. 아니, 어쩜 너무 사람 좋은 것 또한 비정상일 수 있겠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의 연기는 '대인배' 내지 부처의 현신이다.
그는 아내가 결혼기념일 날 너무나 천진한 얼굴로 '자살폭탄'(전혜진이 분한 사진작가 언니가 이렇게 표현한다- 자세한 설명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생략)을 날린다. 그래도 "오늘 부로 다 잊는다"고 한다.
작품이 절정, 위기, 해결 부분에 들어서며 모든 실권을 쥐었을 때도(정말 스포일러 안 건드리는거 힘들다) 그는 말한다. "내가 잊는다 했으니 원망 못 해"라고.
마음속에 부처님을 품고 있는게 확실하다. 그리고 실은 이것이 이 영화의 필수요소였다. 아니었으면 영화는 연애물이 아니라 서스펜스로 흘렀을 것이다.
실은 두레와의 격투신에서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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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여자, 신민아
신민아 씨는 상당히 무서운 여자 '모래'에 감정을 몰입했다. 무서운 여자? 겉으로 보면 물론 아니다. 너무나 천진난만한 얼굴로 사랑을 노래한다. 문제는 자살폭탄 특공은 물론이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랑스러움조차 '정말 무섭다'란 요소로 포함시켜버린다는 거.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 주기 싫다"면서도 이렇게... 모래, 넌 정말 나쁜 여자야.
아, 모래에 대해 이런 해석도 있더라. 함께 관람하던 어느 파워블로거 '미디XXX' 님 왈 "쟨 좀 모자란거 같어..."
막판엔 요리 하나로 해결을 이끌어내는데... 본인은 이를 그녀의 공이라 인정할 수 없다. 그럼? 물론 '부처님'의 은덕이다.
주지훈의 일취월장한 기량에 주목하라
작품 외적인 부분부터 말해 볼까. 주지훈 씨의 연기력에 은근히 놀랐다. 솔직히 예전 '궁'에서 처음 봤을 때는 으음, 그게... 그다지.(주지훈 씨, 그리고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영화에선 '일취월장'이란 표현을 하고플 만치 달라졌다. (주지훈 씨, 그리고 팬 여러분 이젠 나를 찬양하시오) 특히 '말'에 있어서 상당히 기량을 닦았다. 이젠 발음적 문제를 떠나 말의 기교까지 갖춘 듯 한 마디 한 마디에 개성을 담아 낸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에게 딱 맞는 캐릭터라 하겠다. 어딘가 어두운 면모를 엿보이면서도 밝게 치장한 핸섬보이의 모습은 그를 위해 준비된 것만 같다. 그리고 뜻밖에도 아스트랄한 정중동의 개그가 그에게 잘 맞았다.
물 만난 고기마냥 제대로 흡수하고 또 발산했다. 사실 그의 분신인 '박두레'는 아까 밝혔듯 '어느 별에서 왔니?'란 표현이 딱이다. 프랑스에서 왔다고는 하는데, 이건 다른 나라에서 왔다기 보단 은하계 저 너머에서 날아왔다는 표현에 더 맞겠다.
주지훈은 좋지만 '박두레'란 놈은 맘에 안든다. 개인적으로는 남자로서 멋져 보이면서도 맘에 안드는 캐릭터. 다행히 주지훈은 웃는 얼굴로 작품 속의 모든 풍파를 몰고 오는 이 매력적 악마(악역이란 뜻은 아니다)를 멋지게 소화했다. 만일 다른 배우였다면 이를 망가뜨렸을지도 모른다.
사족인데, 실은 이 날 오전에도 뮤지컬 '돈 주앙'의 쇼케이스로 그를 만났었다.(20일자 본지관련기사 참조) 이상하게 이 날은 그를 스토킹하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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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의 젊은 여걸 홍지영 감독. 각본도 그녀가 썼다. 어떤 의미로는 '모래보다도 더 무서운 여자' | ||
캐스팅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
세 주연의 캐스팅에 있어선 흡족하다. 특히 김태우 씨와 주지훈 씨의 두 히어로는 쉽게 대타를 생각하기 어렵다. 전혜진 등 조연급의 연기력도 훌륭하다. 뭔가 독특한 느낌의 연기. 이 역시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으나 확실한 것은 작품 몰입도를 돕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
영상미에 있어서도 이를 따지는 이들에게 권할 만 하다. 한국은 빛의 온도 문제로 영상미의 본고장이라는 유럽에 비하면 필름에 담기는 야외 영상미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선 마치 사철 따스한 남부유럽국가의 아지랑이가 연상된다.
눈부신 햇살의 표현이 아름답다. 장대한 스케일은 아니지만 가게 밖 거리, 풀잎이 무성한 피크닉 장소, 라스트 신의 바다, 앞마당에서의 휴일 등은 아담하고 매력적인 정취가 묻어난다. 비오는 시장통(헌데 여기 혹시 서울 중부시장?)의 모습과 야구장 풍경,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되는 그 좁은 장소에 퍼지는 빛살의 커튼도 상당히 좋았다.
소재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시각적 쾌감에(베드신 말고) 있어선 "예쁘다"란 표현이 확실히 잘 어울린다. 여기에 부드러운 뮤즈 음악이 어우러진 것도 상쾌하다.
그나저나 황병기 옹의 미궁은 어디에서 담겨 나왔는지 미스테리. 화이트데이에서 귀신 음악으로 통했던 이 곡이 어디에서 나왔다는 거지?
정리 - 품평은 당신에게 달렸다
항시 그러하지만, 특히나 이 작품은 보는 관객인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호불호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게 본인 소견. 불륜이란 소재와 불편할 수 있는 사건전개, 그리고 너무나도 사람좋은 한 사람(홍 감독 스스로도 그에 존경하고픈 캐릭터라 평했다)을 안쓰러울만치 괴롭게 만드는 처사에 대해선 논란이 일 법 하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들, 배우 연기력과 영상 및 음악의 매력, 짜임새와 표현력, 그리고 소품에서도 확인 가능한 친절함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는 게 기자의 관점이다. 고비를 넘기면, 당신의 평점은 상당히 올라갈 것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