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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칼럼

KBS성우연기대상, 그들의 존재감에 남은 아쉬움 [오아시스]

[오아시스] KBS성우연기대상, 그들의 존재감에 남은 아쉬움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1부와 2부 사이의 짧은 브릿지 타임. 극회장이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건넸다. '천사소녀네티'로 유명한 안경진 성우였다.

"인터넷으로 찾아와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실은 2000여명의 팬들이 참가를 신청하셨는데요, 장소의 협소함으로 100분만 모시게 됐습니다. 다음번엔, 이 문제가 잘 해결이 되어 보다 많은 분들을 모시게 되길 바랍니다."

     
 

 
  ▲ 홍시호, 홍승섭, 홍성헌, 홍선영 등 이상 4명의 성우가 음향효과 전문가와 함게 공연을 펼치고 있다  
 
 

47. KBS 성우연기대상, 그들의 존재감에 남은 아쉬움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라디오홀에선 2008년도 KBS 성우연기대상이 열렸다. 홀 안은 꽉 찼고, 정문은 행사 내내 열려있었다. 좌석이 부족해 문 앞에 서서 바라보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여기엔 익히 알려진 유명 성우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일반 팬은 물론이거니와 행사의 주인공들조차 미처 전부 수용되지 못한 것.

안경진 KBS성우극회장의 인사말에도 이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담겨 있었다. 보다 많은 팬들이 함께 참여하고 어울리려 함에도 그럴 수 없는 것에 보다 나은 다음해를 기약했다.

실은 이번 행사가 공지되면서 참가를 희망하던 네티즌들이 못내 아쉬워했다. 참가희망자 중 50명만을 선발, 동석자 1인과 함께 총 100명을 초대하는 것에 "기회가 너무 적다"는 한숨이 나왔던 것. 주말이 아님에도 2000여명이 이를 희망했으니 잠재된 희망자는 더욱 많은 셈이다.

같은 시간대, 이웃하고 있는 보다 큰 홀에선 다른 행사가 진행중이었다. 역시, 연말이면 열리는 다른 행사. 이 무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숨통이 트일 법 하다 싶었다. 일정이 바쁜 시기라 스케줄 조정이 힘들었던 것일까.

시상은 무대공연 틈틈이 이뤄졌다. 얼마전 별세한 고 최병상 성우가 외화부문 공로상을 받았고, "63년에 성우가 뭔지 연기가 또 뭔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고 소회를 밝힌 김계원 성우가 라디오부문 공로상을 안았다. 80년 데뷔한 최문자 성우는 최우수연기상에 눈물을 쏟았다. 수십년간 라디오 전성시대부터 컬러TV시대, 현재의 인터넷시대까지 이 나라 방송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산증인들이 선후배 동료들 사이에서 축하받았다.

시상에 앞서, 이를 전달하고자 무대에 나온 관계자는 양해의 발언부터 전했다.

"실은 사장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하는데, 마침 오늘 프로듀서 면접 심사가 있어 하루종일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관계로 제가 대신 나서게 됐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행에 나선 김옥경 성우와 김영진 성우는 박수를 유도하며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프로듀서 선발도 매우 중한 일"이라며 입장을 배려해 줬다. 이에 객석에서도 큰 박수를 보낼 뿐, 섭섭함을 내보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쉬워한 것은 이를 지켜보는 본인이었다. 프로듀서 건이라던가, 옆의 큰 무대에서 열리던 타 행사하고 이를 비교하거나 경중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댈 생각은 없다. 방송사에선 모두가 중한 이들이고, 연말 행사 역시 모두 바쁜 스케줄 속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것임을 안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절로 한다. 그래도 일정을 어떻게 조정해 볼 수 없었던 것일까라고.

좀 더 많은 팬들이 찾아오길 원했다면, 그럼 수요자가 이토록 많다는 검증이 되어 한번쯤은 더 성우들이 원하는대로 보다 넓은 장소 확보가 검토되지 않았을까.   

또, 영웅으로까지 일컬어지던 지난날 그들의 영광에 조금만 더 현재의 것이 가까웠다면, 이들의 존재감이 좀 더 진했다면. 넓은 장소의 가용과, 또 본래의 수여자 참석이 용이하도록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영상 시대에도 여전히 목소리로 각계를 누비며 누군가의 영웅이 되어 주는 그들이기에, 일년에 한 번 있는 그들의 축제에서 그 존재감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