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칼럼

진화하는 '진상' 스팸편지... 설레여라 얍! [오아시스]

 

[오아시스] 갈수록 진상짓하는 스팸편지... 설레여라 얍!  

# 여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선, 네티즌과 시티즌의 담소터.

 

'야시꾸리'(?)한 제목의 메일 한 통이 왔다.

'사진(노모) 3시간뒤 짤립니다'

설마? 

개봉해 봤더니...

 

45. 갈수록 진상짓하는 스팸편지, 설레여라 얍!

 

오오, 오래간만임다. 반가운 얼굴이다.

    

   ?!??!!?   

  ...가 아니고 이거 뭥미?

 

1. '노모'로 유혹하는 떡밥 (12월 3일, 다음 한메일)

'노모'. 첨단을 달리는 낚시 제목이 아닌가.

그게 뭐냐고? 아잉, 잘 알면서. ...아니, 저 야구선수 말고요. 왜 그리 순수의 결정체인양 내숭이실까. (하지만 난 절대 저기에 낚여서 열어본 것이 아니라 기사 때문에...)

색마(?)에겐 체하더라도 먹지 않곤 못 배길 '떡'을 제목에다 '떡'하니 걸어놨다. 참으로 비겁한 케이스. 하지만 덕분에 모처럼 웃었다. 8년쯤 전인가 M본부 '코XX하우스'란 프로에서 자녀 뒷바라지로 병들고 고생하신 노모 대신 저 양반을 아이템으로 사용해 웃었던 적이 있다.(개그맨이 서승만 씨였던가) 그런데 이를 그 이상의 개그 아이템으로 승화시킬 줄이야.

이 가당찮은 테러의 정체는 카페 홍보 메일이었다. 회원수 40만을 자랑하는 '만남의 광장'(순화한 표현)식 사교카페. 으응? 근데 내가 이런 카페에 가입한 적이 있었나? 가입기록이 2003년 1월? 그 땐 작대기 네개 달고선 제설작업하느라 신나게 지낼 땐데?

 

2. 헷갈리는 안부 편지 (12월 6일, 파란 오픈메일)

그런가 하면 이런 케이스도 있다. 며칠전 바이라인 주소를 타고 날아온 편지 한 통.

'참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보낸이, X선영?

선영, 선영... 선영이... 누굴까. 흔한 이름이긴 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런 여성분은 뵌 기억이 없다. '그이 없는 인생'은 이럴 때 헷갈리지 않는 점이 참으로 좋다.

하지만 참 오래간만이라 하니, 언제 스쳐지났을 인연이었는지도 감을 못 잡을 일.

예를 들어, 군시절 정문초소 경비근무 서다 도움을 줬던 어느 면회객이 우연히 내 싸이 미니홈피를 보고... 맞다. 난 미니홈피 안 키우고 내놓은 자식 만들었지.

그럼 취재 도중 만났던 취재원이라던가.

날 수렁에 빠뜨리려 찾아온 불만 독자의 음모일수도 있다. 열어보는 순간 모니터가 폭발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담겼다던가 하는.

아니면 국장을 암살하려는 자객의 예고 편지인가.

대학시절 같이 발표수업했던 선배?

결국은 '그저 내가 기억 못하는 어느 구면의 안부 편지겠거니' 하고 열어봤다. 실체는 이거였다.

    

  
     
맞다. 정말 오랜만이네. 댓글란 도배하던...

라이브 카지노... 라이브 바카라... 너네들 뉴스보이 되게 좋아한다.

 

3. 종말을 말하려 드는 것이냐, 겁나는 종교적 묵시록... (11월 27, 28일 네이버메일)

지난달 말, 무시무시한 편지 제목에 와들와들 떤 적이 있다. 제목이 이거다.

'하나님을 배반하는 자들의 운명이 이렇다네. 악인들의 소망도 이렇게 망해버리지'

제목을 클릭할 엄두는 못내고 살짝 커서만 대 봤다. 네이버의 트레이드마크 '미리보기'가 실행됐다. 근데 이건 더욱 공포스럽다.

'그런 다음에 숫양을 잡고 그 피를 받아서 아론과 그의 아들들의 오른쪽 귓볼에 바르고 그들의 오른손 엄지와 오른발 엄지에도 발라라. 그리고 나머지 피는 제단 둘레에 뿌려라.'

    

  
  ▲ 지옥의 묵시록 시즌2냐?   
 

으아악, 이거 뭐야아?!

놀라운건, 겁을 내면서도 곧장 열지 않곤 못 배기는 마력이 담겼다는 점이다. 그런데 말이다.

열어보니 왠 젊은 여자 사진이 뜬다. 성인클럽 홍보물이다. 제대로 낚였다.

찾아보니 그 전날도 편지가 있었다. '남편은 아내를 신뢰하여 아무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라나.

 

4. 배달준비중, 미확인시 소멸... 세상에 공짜는 없음을 손수 가르쳐주신다 (네이버메일 상시)

아 제발 이런 메일 좀 보내지 마요. 언제나 설레이게 하는 제목들.

피자가 배달준비중이다, 문화상품권이 배송준비중이다, 무료쿠폰이 배송준비중이다... 그리고 이 뒤엔 괄호를 열고 '미확인시 소멸'이란 말이 뜬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열어보고, 그리고 마음을 비운다. '세상에 공짜는 없음을 손수 가르쳐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란 감사인사와 함께.

나날이 진화하는 스팸메일, 제목이 저렇다 보니 스팸 걸러내는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다. 위에 나열한 것들 모두 버젓이 받은메일함으로 들어온 것. 하지만 때로는 덕분에 웃음을 터뜨리며 또 한번 다른 의미의 감사를 하게 된다(쓴웃음도, 실소도 어쨌거나 웃음이다). 신나게 웃다 보면 언제나 달고 다니던 고민도 잠시 잊고 있다. 

다만, 귀여운 애교도 적당히 해 주면 더 좋을텐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