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문국현 대표 "난 돈키호테" - 인터넷 기자 간담회 이모저모

문국현 대표와의 스무고개, "난 아직도 꿈을 꾼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인터넷기자 간담회 이모저모



12일 서울 여의도 외백 특실, 창조한국당과 인터넷 언론인과의 간담회가 마련된 저녁.

"난 아직도 돈키호테죠. 수 싸움에선 불리한데, 또 현실에 안주하는건 아직도 싫고..."

문국현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2시간 내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스마일'이 점등됐다.

"이번 판결 문제가 잘 해결되면? 음, 우선은 있죠..."

그가 꺼낸 스무가지 이야기. 어느새 간담회는 질문과 답변의 선이 모호해졌고 어느덧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의 실체는 이거다'를 밝혀가는 대화가 됐다. 말하자면 '스무고개'였다. 

이것은, 비밀은 아닌 이야기. 

 

1. 이념? 아아, 그 20세기의 유물?

참석자들의 질문 중 상당수는 당의 정체성에 대한 것들이었다. 특히, 이념과 좌우 감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창조한국당의 이념이 모호하다"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그는 주어진 선다형 답안을 넘어 질문 자체에다 수정펜을 꺼내들었다.

"이념은... 20세기의 유물이죠. 하지만 우린 미래를 '창조'하는 집단, 그래서 창조한국당입니다. 좌파, 우파... 전 좌파라고 해서 나쁘게만 본다거나 하지 않아요. 우파도 마찬가지고요. 전 이들의 이념대립에 연연하기 싫어요. 이미 이건 30년전에 끝난 게임입니다."

 

2. 국민은 이데올로기보다 이코노미를 원한다.

이어진 답변에서 문 대표는 빌클린턴의 사례를 꺼내들며 한국의 현재상에 겹쳐 보였다.

"16년전, 빌클린턴이 국민에 약속한 것은 이념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말하길 '국민은 이념이 아닌 이코노미를 원한다'고 했죠. 이후, 그는 '마이라이프'란 보고서에 이같이 서술합니다. '난 2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라고. 그는 92년 꺼내들었던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한국엔 그가 '바람둥이'로 보였졌을지 모르지만 진면목은 따로 있습니다."

 

3. 제 3의 길을 가야 한다 

창조한국당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진보'냐 '보수'냐란 질문이 나왔다. 앞서의 것과 대동소이한 듯 보이면서도 뉘앙스가 다른 질문. 그런데 문 대표는 이번에도 2지선다를 거부하고 다른 답을 꺼낸다.

"제 3의 길, 누군가에 적대적인 길이 아닌 미래로 가야죠. 이건 오바마, 16년전 클린턴의 공통사안이기도 합니다."

 

4. 창조한국당을 정의한다면, 창조적 진보세력이다

이어지는 부가설명. 여기서 문 대표는 창조한국당의 성향에 대해 정의했다.

"저는. 그리고 우린 창조적 진보세력입니다. 물론 기업인(자신에 한정했을때)은 보수에서 시작하지만, 어느 선에서 이것은 멈춰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죠. 그게 진보입니다. 단, 진보도 너무 극단적으로만 나아가선 곤란합니다. 그래서 전 창조적인 진보세력이라 말하는 겁니다."

 

5. 이분법으로 볼 필요 있는가, 평면에서 우릴 보지 말아달라

'창조적 진보세력'이란 말이 나오자 추가 질문이 날아들었다. "그럼 창조한국당은 중도세력입니까"라는 물음이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도 문 대표는 고개를 갸웃한다.

"중도...보단 미래창조라는 말을 꺼내고 싶습니다. 평면으로 우릴 보지 말았으면 해요. 물론 과거형에서 본다면 중도라는 말이 맞을지 모릅니다. 허나 이건 이미 좌파와 우파를 정의하기에 나오는 거죠. 꼭 이분법적으로만 세상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6. 선진과 창조의 연대, 실은 두 정당에 비슷한 점이 많다

이번엔 자유선진당과의 연대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참석기자 중 한 사람이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느냐"며 성향에 맞지 않은 연대가 아니냐라 물은 것. 그런데 문 대표는 뜻밖의 답을 꺼낸다.

"아니요. 천만에요. 그들(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은 비슷합니다. 그렇기에 손을 잡은 겁니다."

문 대표는 "대북문제만큼은 좀 다르지만 교육적 문제 등에 대해선 매우 비슷한 관점"이라고 밝혔다.

"공교육 문제, 대운하 문제 등이 그 예죠. 그리고..."

 

7. 창조한국당이 자유선진당에 끌려다닌다?

18석의 선진당에 2석의 창조한국당이 끌려다닐 것이란 편견에 대해 그는 부정했다.

"대운하 문제를 봅시다. 제가 반대하니까... 저 쪽에서도 비슷하게 따라오지요?"

의석 수만으로 연대의 무게추가 기울 것이란 생각은 편견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문 대표였다.

 

8. 우린 탈연고, 탈지역... 창조한국당의 숫적 열세는 이 때문

말이 나온 김에, 다수정당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창조한국당의 의석 이야기가 추가적으로 진행된다. 문 대표는 이러한 이유에 대해 지역에 자유롭기 때문에 파워는 도리어 떨어졌다고 '미묘한 수긍'을 했다.

"그렇죠. 창조한국당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탈연고, 탈지역의 정당이라서죠. 지역적 이해로선 힘을 얻을 수 없으니, 숫적으로 밀리는 것에 대해선 뭐... (쓴웃음) 인정합니다."

 

9. 그래도 창조한국당은 보이는 것에 비해 세다

수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함을 인정한 문 대표지만 "그래도 우리의 파워는 다른 데 있다"며 또다른 정당의 힘을 밝혔다.

"우리의 진정한 힘은 시류를 리드함에 있습니다. 창조한국당은 FTA문제 등 매 시국에 관련한 정치세미나를 활발히 엽니다. 시류는 우리가 앞서 진단하고 앞서 행동합니다. 현재는 한미 FTA 뿐 아니라 한중 FTA까지 이야기하려 하죠. 키코 사태도 그래요. 정부는 물론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을 때 우리가 먼저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머리수로는 딸릴지 몰라도 시국을 논함에 있어선 약하지 않아요."

 

10. 창조한국당은 빠르다. 속도의 강자는 항공모함이 아닌 구축함이다

부연설명이 시작됐다. 문국현 대표는 창조한국당의 강점이 속도에 있다고 다시 언급한다.

"속도는 구축함이 빠릅니다. 항공모함이 아녜요. 거대정당은 느립니다. 우린 소수이기 때문에 기동력에서 절대 우위에 있습니다. 창조한국당의 절대강점입니다."

  

11. 가짜경제 = 시멘트 경제 = 재래식 경제. 예제는 대운하!

질의는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경제 정책으로 넘어왔다. 그는 자신의 것을 꺼내보이기 앞서, 현재 정부의 경제정책은 '가짜경제'임을 전제한다.

"가짜경제라고 하니 좀 미안하긴 한데, (웃음) 시멘트 경제, 재래식 경제... 그 예라면 대운하가 있죠. 이러한 것들은 잠시 반짝할 뿐입니다. 일자리 창출이요? 이를 통한 거라면 금새, 곧 사라져버립니다. 저는 이와는 분명히 다른 사람중심의 진짜경제를 추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을 죽여가면서 일자리를 늘인다라... 이것도 안될 말입니다. 기업도 살고, 일하는 사람도 사는,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겠죠. 그게 진짜 경제입니다." 

 

12. 중소기업 버리면 경제는 없다

경제, 일자리 창출의 논의는 곧 중소기업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문 대표는 중소기업 강국들의 예를 들며 한국의 중소기업이 찬밥 신세임을 지적했다.

"며칠전에도 다녀왔습니다만, 중소기업 강국인 독일은 이번에 2500억달러의 흑자를 냈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느냐, 중소기업의 부품조달력이 원동력으로 작용했죠.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한국은 어떻습니까. 중소기업은 죽여도 된다고 생각해요. 해외서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조달하면 만사형통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니 안 됩니다. 대학과, 중소기업과, 미래인력의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아울러 "우린 공부해야 산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가 경쟁으로 중국에 무슨 수로 이기겠습니까. 우리 모두 공부해야 살아남습니다."

 

13. 입법활동이 미비하다고요? 섭섭한 말씀!

질문의 주제가 또 달라졌다. 국회의원으로서 문 대표의 입법활동에 대한 이야기로 흐른 것. 문 대표는 "겉으로 보기엔 이런저런 문제로 지지부진해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국회의원 문국현'이 제일 활발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난 입법활동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입니다. 농지법도 그렇고, 노인공경법도 그렇고 벌써 제가 다 낸 것들입니다. 상당 사안이 이미 현재진행형입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은 사람이고 말이죠."

 

14. 4대강정비사업에 숨은 대운하 예산을 걷어낸다

몇차례 언급되던 대운하는 드디어 본 주제로 들어섰다. 문국현 대표는 "4대강 정비에 대운하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들어갈 예산 중 대운하에 쓰일 것을 빼내고자 자유선진당과도 계속해 대화 중입니다. 14조의 예산을 걷어내고자 함이죠. 자칫하면 이 돈은 보도블럭 교체 사업 정도의 낭비밖엔 되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반드시 막아낼 겁니다."

 

15. 예산안 문제, 깃털보단 몸통에 손대고자 한다

한 기자가 예산안 문제에 대해 그의 의중을 물었다. "각 정당이 하는 걸 보면 1천억의 예산을 마치 1천원 대하듯 너무나 쉽게 더하고 뺀다"는 지적이었다. "한국의 예산안 문제에 대해 한 말씀 남겨달라"는 부탁, 그런데 문 대표는 정반대의 것을 논한다.

"저는 보다 큰 예산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천억, 몇조에 연연할것이 아니라, 수십조에 달하는 큰 예산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감시해야 한다는게 현재의 제 관점입니다."

 

16. 나는 돈키호테... 사람은 꿈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문 대표는 자신을 '돈키호테'라 칭했다. 아울러 "아직은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나는 만으로 이제 60이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은 꿈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국민의 꿈이 뭔지, 또 지역사회의 꿈이 뭔지를 알고자 하고, 또 이를 이뤄나가야 하는게 사명이라 생각해요. 아직은 돈키호테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17. 오바마를 보면 한국은 너무 늦었다

간담회가 후반에 이르자, 한 기자는 지금까지의 기록수첩을 정리하면서 이같이 물었다.

"너무 앞서가는거 아녜요?"

문 대표는 웃었다. 그리고 "도리어 오바마의 행적과 목표를 보자면 한국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앞서나갈 필요를 역설했다.

"현시대는 과거시대에 100년 걸리던 것이 10년안에 되어야만 할 것 같은 시대죠. 또 이걸 1년안에 이뤄야만 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18. '만일'이란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집유판결로 의원직 상실 위기에 직면한 것에 대해 누군가가 "만일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엔 어떤 대응에 나설 것이냐"라 물어왔다. 문 대표는 "만일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또 한번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이회창 총재가 말하듯 '만일'에 대한 질문은 받고 싶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는 누구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며 '만일'은 없어야 함을 주장했다.

"그리고 일부 언론에선 이를 은평구 선거와 연관을 짓던데요. 이는 엄연히 당내문제거든요. 아직도 '당선무효' 이야기가 기사에 오르내리는데, 이건 분명 명예훼손감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옆에 있던 관계자도 "지금 문제가 된 사항은 사실 당선무효형에 적시된 사항도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19. 기자들에 바라는 거 하나, 보다 많은 화제거리를 다뤄달라

공식적인 이야기 중 마지막 부분이다. 문 대표는 기자들을 향해 이같이 주문했다.

"지금도 많은 이야기를 써 주시고 감사할 따름입니다만, 좀 더 많은 화제거리를 다뤄주셨으면 합니다. 정치 기사에 있어 맨날 정치인들끼리 싸우는 이야기만 줄곧 나가는 건 좀 그러니까요."

 

20. 법정 문제 해결되면 가장 먼저 풀고 싶은 숙제는 이거하고 이거...

이건 간담회가 마무리된 후의 이야기.

"왜 한 말씀도 안 하시고..."

끝내 말할 기회를 못 잡고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버린 기자, 이처럼 물어오는 문국현 대표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덕분에 비공식 질의응답이 성사, 스무고개의 마지막 고개를 직접 장식할 수가 있었다.

"실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 물을 것이긴 합니다만, 현재의 재판 문제가 잘 풀리고 의원직 상실 위기가 해소된 뒤의 이야기입니다. 이로 인해 그간 밀려있던 숙제가 많으실 텐데, 어떤 것부터 손에 잡고 싶으시지요?"  

"정책적인 것도 좋고, 개인적 문제도 좋다"고 덧붙이자 문 대표는 망설임없이 '중소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도모'라고 답했다.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중소기업과 청년, 대학간의 연계 핵심체제를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싶습니다. 2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이루고, 또 이를 통해 사회적인 대타협을 도모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숙제도 있으실 텐데요."

그는 씨익 웃더니 모든 고개를 통틀어 가장 사람냄새가 나는 대답을 꺼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물론 가족들과. 오랫동안 미뤄뒀거든요."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