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핫이슈] 1. 미안하다 숭례문 - 2.10
2월 10일 숭례문 방화, 11일 새벽 전소
▲ 네이버포토갤러리
2월 10일. 평안하던 일요일 밤 속보 하나가 전해졌다.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의 방화사건은 전국으로 충격파를 확산시켰다.
처음엔 그래도 '설마하니' 했다. 보도 초반 화면에 잡힌 국보 1호는 여전히 건재했다. '연기만 어떻게 걷히면...' 싶었다.
오산이었다. 새벽이 되자 오히려 붉은 화염이 혀를 날름거렸고 '설마'하던 시청자들은 아침, 전소되고 만 숭례문에 아연실색했다. 국보 1호의 믿기지 않는 상실이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째서 초반에 불길을 잡지 못했느냐는 성토는 소방서에서 문화재청으로 옮겨갔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은 이천 화재참사에 이어 이것 또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주장했으나 네티즌은 '너나 잘하세요'로 응수했다. 전 정부의 잘못이냐 새 정부의 불길한 징조냐를 놓고 해답없는 공방이 인터넷을 달궜다.
숭례문을 전소시킨 범인은 곧장 잡혔다. 전과가 있는 노인을 두고 '사형시켜라'는 여론이 들고 일어났다. 결국 징역살이 10년이 확정됐고 살 날이 얼마 안되는 70대 노인이란 점에서 '이만하면 됐다'는 의견과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반발이 교차했다.
온라인 영역을 비롯 여기저기서 추모캠페인이 일었다. 네이버에선 숭례문을 기억하는 포토 게시판을 만들어 추모했다. 세컨드라이프에선 숭례문이 복원됐다. 레이시티, 심시티에선 여전히 위풍당당한 국보 1호를 만날 수 있었다.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경제한파가 몰아쳤고 이젠, 잃어버린 숭례문을 또한번 의식하게 됐다. 숭례문에 깃든 수백년의 애환, 역사, 추억, 의미를 되새기며 국민들은 쓰디쓴 입맛을 다신다.
소중한 것은 잃어버린 후에야 그 가치를 느끼는 것일까. 정작 있을 땐 "대문을 국보 1호로 삼는 나라가 어디 또 있느냐"는 찬밥대우를 받던 숭례문에 이젠 '미안하다', '지못미 남대문' 등 조의가 쏟아진다. 이렇게 2008년은 600년 역사를 자랑하던 국보 1호가 어이없게 잿더미로 사라진 해로 기록에 남게 됐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