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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있는 토요명화 '28+1'

아직 살아있는 토요명화 '28+1'



벌써 1년, 그런데... 

2007년 11월 3일 최종방영, 80년부터 장장 28년의 역사를 마감한 KBS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과 더불어 한국 지상파의 3대 명화 프로그램이었으며, KBS를 대표하던 간판. 이를 넘어 주말 프로그램의 대명사기도 했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했던 토요명화가 시청률 감소로 생명을 다하자 시청자들은 '반대'를 외쳤고 산증인이던 성우들도 탄식을 토해냈다.(유강진 대성우와의 인터뷰http://www.newsboy.kr/news/articleView.html?idxno=1162) 그러나 번복은 없었다. 그리고 벌써 1년.

그런데 토요명화의 생명은 정말로 꺼졌을까.

 

망각의 샘, 아직 마실 수 있는 한 모금

기자는 이번 주 주말엔 어떤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하며 검색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불현듯 기묘함을 느꼈다. 검색에 무심코 올려놓은 키워드는 이미 사라져버린 '토요명화'.

재밌는 사실이 있다. 1년도 전에 퇴장해버린 이 이름에 아직까지도 다음, 네이버 할 거 없이 각 포털은 주말 영화 프로그램을 친절히 찾아 준다. 주말의명화, 명화극장 할 거없이 정작 검색어의 것만 빼곤 죄다 검색돼 나온다. 본인과 같은 경험, 버릇을 가진데다 이 글을 읽는 지금에서야 이러한 사실을 깨달았다면 당신 역시 포털의 이같은 친절함에 기분좋은(토요명화의 팬이었다면 말이다) 망각을 이어온 사람이다.

 
 
 
   
 

'주말영화' 혹은 아직 장수 중인 '주말의명화', '명화극장', 'SBS 영화특급' 등과 동등할만큼 검색어로서의 생명력은 여전하다. 단순히 지난 데이터를 찾는 수준을 넘어 현재의 주말영화 프로그램을 대신하는 대명사로서의 기능을 그대로 간직한 것에 만감이 교차한다.

 

2008년 11월, 토요명화는 아직 살아있다

프로그램은 사라졌을지언정 사람들이 아직 잊지 않았다면 사망선고의 판정은 모호해진다. 지금의 토요명화가 그렇다.

재미있는 사실이 또 있다. 검색해보면 기자들조차 아직 '토요명화'를 잊지 않았다. TV 편성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토요명화의 후계자인 '토요영화 프리미어'를 '토요명화'로 기재한 기사를 어렵지 않게 확인 가능하다. 한 신문은 지난주 '도로시'에 토요명화 간판을 걸어놨다. 비슷한 이름 '토요영화'로 인한 실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를 끄집어내는 뭔가 강력한 자석이 뇌리에 숨어있는 게 아닐까.

일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검색해보면 '오늘 토요명화 뭐 볼까요?'라며 선택지의 모든 영화 프로그램을 통틀어 이를 사용하는 질문이 이달에도 검색돼 나왔다. 마치 이젠 단종됐지만 여전히 '대명사'로서의 존재감이 지워지지 않은 명품 모델을 보는 듯 사람들의 기억속을 오르내리고 있다. 버버리가 사라져도 코트는 한동안 버버리코트라 불리지 않을까란 딴 생각을 해 본다.

토요명화의 종영을 인식하는 이들의 추억글도 아직은 따끈따끈하다. 시그널을 다시 찾아듣는 이도, 토요명화의 전성기를 회상하는 이도,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는 이도 이젠 그를 과거형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사진첩에 먼지가 묻기엔 아직 멀었다.  

 
 
 
  ▲ 토요명화는 여전히 대명사격이다.  
 

물론 후배인 토요영화 프리미어는 그 공백을 메꾸며 잘 해 주고 있다. '이마저 언제 끝날지 모른다'란 우려를 뒤로 하고(적어도 지금까지는) 구하기 힘들던 각국의 최근 영화를 보여준다.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재방영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비해 프리미어는 신작을 공급함으로써 새 더빙을 바라던 성우팬들의 욕구도 충족시켜주고 있다. 어쩜 선배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에 토요명화의 팬들도 그 허전함을 잊고 지냈는지 모른다. 공식기록 28년, 그리고 플러스알파로 1년 연장. 기억의 끝이 어디일지 주목하게 된다.

 

토요명화 오프닝 동영상 (출처  수족관새™님 블로그 )

 

토요명화 시그널 사랑의 아랑훼즈 - 영화 브래스드 오프 중. (출처 엠엔캐스트 juncoco 님)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