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2만원으로 일주일치 장보기 - 유유값 2천원 시대..

우유값 2천원 시대, 2만원으로 일주일치 장보기   





서울 신영시장. 난 여기서 사람 냄새를 맡는다.

어제(29일) 홈쇼핑 채널에선 "이 테이블을 더이상 이 가격에 드릴 수 없습니다"라며 인상 전의 마지막 방송임을 알렸다. 화면엔 '환율 1427원 시대'라는 자막이 떴다.

주가지수는 1000포인트 붕괴 후 '747'의 공포감이 감돈다. 인터넷에선 이미 경제공황시대가 시작됐다.

나? 솔직히 말해 직접 몸에 와닿지는 않는다. 주식도 하지않고, 하는 일도 달러 매수, 매입과는(아직까지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민생경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쌀값이 올라가고, 우유값이 폭주하면서 '운송유류비 때문에...'란 부연설명이 붙기 시작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주부님들과 비슷한 포지션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사실 민생고는 주가나 환율 문제만큼 떠올리는 횟수가 잦지가 않다. 그도 그럴것이, 다루는 기사의 볼륨에서 차가 나니까. 포털 경제섹션을 찾아들어가면 코스피지수와 환율의 아찔한 그래프는 '싫어도' 확인할 만큼 기사가 쏟아지는데 이 쪽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주식과 외환은 신문에서 찾아도 물가는 주부에게 물어 찾는게 빠르지 않을까.

일상다반사인 시장보기 자체가 기사감인 시대다. 일주일치 식료품도 구할 겸, 가볍게 취재에 나서봤다. 목표지출액은 평소와 다름 없이 2만원이다.

 

1000원 마트도 가라, 500원 마트 시대

뜻밖의 지출이 있었다. "무조건 500원"을 외치는 생필품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플랜카드가 극히 인상적이었다.

     
 


  1000원마트에서 다시 반쪽으로... 500원 짜리 가게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시장통 서민들의 소리를 그대로 반영한 플랜카드가 명확히 세일기간을 명시해 놨다.   
 


쉴새 없이 외치는 사람은 "주식은 폭락하고 환율을 치솟고..."를 말한다.

"아저씨, 혹시 그건 없어?"

"아주머니, 그건 우리가 연구개발해야 합니다. 지금은 없어."

"언제까지 500원?"

"묻지마, 어머니. 끝까지 쭈욱입니다. 두말하면 입 아파."

플랜카드를 보면 일단 기간이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긴 하다. 물론 언제가 될지는 누구도 확약할 수 없다. 뭐 건질게 없나 살피다가 국수채(이거 없어서 짜파게티 끓여먹을 때마다 쇼를 했다)하고 물티슈해서, 1000원이 지출. 예상 밖 출혈이었지만 필요했던 거니까 뭐...

 

내 일용할 일주일 양식을 소개합니다

시장통의 할인마트에서 주요 식료품을 구했다. eX트, 롯X마트, 홈X러스, X에버 그런 거, 없구요. 당연히 영세한 시장마트다. 여기서도 아이스크림을 반값에 판다던지 하는 걸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주일간 일용할 양식 중 8할을 여기서 구했다. 돌아와서 공개하는 내 장바구니는 아래와 같다.

     

  


  서민의 일주일 먹거리.(1인분) 물론 쌀과 물은 따로 있습니다.   
 


라면 3개, 강된장 1포, 참치 통조림 2개, 햄통조림 하나, 우유 1리터, 콜라 1.5리터, 그리고 네스티. 평소의 내 식단이다. (쌀과 물은 기본사양으로 구비해 놨으므로 패스)

음료수의 비중이 많은 건, 알콜연료를 즐기지 않는 무연성 엔진을 탑재했기 때문이랄까. 참고로 피워대는 니코틴연료도 사절. 그저 탄산과 카페인으로만 기분을 낸다.

라면을 저마다 다른 제품으로 한개씩 섞는 것은 첫째, 한 제품만 애용하지 않는 이상은 사실상 4개 묶음 패키지의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아서요, 둘째로 하나만 먹으면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이 날은 황태라면과 찌개면, 사리곰탕으로 셀렉트. 딴엔 부대찌개와 설렁탕과 북어국의 기분을 내기 위한 초이스.

자 이제, 물가상승을 체감할 주요 제품을 체크해 본다. 먼저, 참치 통조림.

     
 


  1950원 가격표가 보이는가. 난 요새들어 볼 때마다 질겁한다.   

 


250그램의 스탠다드 제품, 동원 마일드 참치. 타사 제품들보다 고가지만, 딴엔 비싼 입이라(?) 참치 만큼은 이 메이커를 고집한다. 하지만 2, 3년 전만해도 150그램의 취향 제품(ex-야채참치)보다 저가형이었던 마일드 참치가 대세를 역전시킨 건 아무래도 뼈아프다. 

권장소비자가격 1950원. 불과 3년 전엔 1250원대에서 잡았던 제품이건만, 이젠 2000원에서 50원이 빠진다. '이 상승폭은 미친거야'가 절로 입가에 흐른다. 진지하게 1500원대 사조 제품을 고민 중이지만... 역시 안될 것 같다.

저 정도는 아니지만 취향 제품인 고추참치 등도 가격이 1700원대를 오르내린다. 2005년에 1300원대였던 걸 기억하니, 2~3년간 20%이상 오른 셈.

서민 실성하게 만드는 말, '우유값 2000원 시대'. 다행히도(?) 이보다 저렴한 우유를 구할 수 있었다. 보이던 물품 중 가장 저렴한 빙그레 사의 굿모닝 우유를 겟, 1600원에 모셔왔다. 이것을 950원에 구매하던게 엊그제 같지만 그나마 현재 2000원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을 수 있는 제품임에 감사한다. 참고로 우유의 대명사인 서울우유는 이미 2200원대를 호가하고 있었다.

햄통조림도 가장 저렴한 걸 골랐다. 저 런천미트는 1700원. 그 유명한 스팸은 이미 엄두를 못내는 중산층의 제품이 된지 오래.

     
 


  영수증 인증샷   

  
  

이러저러해서 1만3380원이 지출됐다. '오 많이 세이브했는데?'라고 생각하는 당신, 훗... 아직 멀었어.

아침식사 내지 건너뛴 끼니의 대체 전용으로 식빵도 하나 장만했다.

     
  
     
 


서민들의 친구, 파리X게뜨에서 가져온 이탈리안 브레드. 큰 맘먹고 우유식빵보다 300원을 더 쓸 생각...이었으나.

"올랐어요?"

"네..."

2200원하던 제품이 2500원으로 다시 300원 뛰어올랐다. 안녕, 뜯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던 친구여. 그리고, 그동안 고마웠어...

     
 


  사과를 먹으면 예뻐진대요. 하지만 금단 현상은 무섭다.   

 


과일가게도 다녀왔다. 5개 1000원하는 사과. 크기를 생각해 '소녀의 주먹'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기묘하게도 풋풋하고 싱그러운 사과를 일정 기간 이상 먹지 않으면 금단 현상이 벌어진다.

이제부터 호화로운 리스트다.

    


  

  돼지고기 한근도 인증. 국산이고 물론 뒷다리다.     

 


그래도 고기는 먹어줘야지. 푸줏간에서 뒷다리로 600그램을 구해 왔다. 가격은 1800원. 그램당 300원 하는 곳은 구로시장에만 있을줄 알았는데 정말 다행이다. 질기다고는 하는데, 이만한 가격의 수육거리도 없다.

...푸줏간 아저씨, 제발 다음부턴 "수육할거면 앞다리 먹으라"고 강권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돈이 없습니다"란 피맺힌 소리를 꼭 들어야 겠는가.

라스트. 시장의 최대 메리트인 재래손두부.

     
  


  아아. 이걸로 강된장에도 넣어 먹고 된장찌개에도 넣어 먹고 간장에 뿌려 생으로도 먹고 돼지고기 수육에도 곁들여 먹고~ (두부 찬양송)  
 


두부를 볼때면 항상 이 나라 서민에게 하늘이 내려준 선물임을 자각한다. 값도 싸고 든든하기도 하고 몸에도 좋다. 특히나 시장 두부는 무진장 커서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족해진다.

그렇기에 올해의 가격 상승은 슬프기 그지 없다. 1000원하던 것이 1500원으로 오를 줄이야. '죄송합니다. 콩 값이 비싸져서 가격 인상합니다'란 가게의 안내문에 나도 울고 가게 아줌마도 울었다.

이번 일주일치 장바구니 지출을 종합한다. 생필품 1000원, 마트 1만3380원, 과일 1000원, 빵 2500원, 돼지고기 1800원, 두부 1500원. 합계... 2만 1180원. 이번주 가계부는 목표액에서 1180원 초과 기입. 아낀다고 아꼈는데 결국은 이 모양이다. 서민 주제에.

환율이 내리면 올랐던 물가가 다시 내려 줄까. 지금으로선 그것이 서민으로서의 소박한 바람이다. 그저 만원짜리 두 장들고 일주일치 홀로 먹을 장바구니를 즐거이 채우는 것.

좀 더 욕심을 부려보라고? 으음, 낭만엔 돈이 든다고 하니 연예는 아직 무리고... 우선은 펫 한 마리 키울 수 있는 사료값 여유 정도일까. 

정부가 서민에게 이 정도 여유만 책임져 준다면, 그때가 저 플랜카드의 '경제 살릴 때' 실현 순간이 아닐까.

 

뉴스보이 권근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