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저널리스트의 이야기] 1. 기자, 악플러에 대응하다
MLB전문가, '민기자닷컴' 민훈기 기자의 이야기
# 인터넷 시대를 맞아 언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터넷 저널리스트들의 이야기. 인터넷 기자, 블로거 기자들이 털어놓는 오늘날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들어본다.
1. 기자, 악플러에 대응하다 - MLB전문가, '민기자닷컴' 민훈기 기자의 이야기
16일, 박찬호 선수의 시즌 마감 인터뷰 기사가 네이버로 제공됐다. 제공자는 메이저리그 전문기자로 유명한 민기자닷컴(http://blog.naver.com/minkiza)의 민훈기 기자.
▲ 민훈기 기자 - 현 민기자닷컴 대표. 수퍼액션 해설위원, 중앙일보 LA본사 사회부 차장, 스포츠 조선 미주특파원 및 야구부 부장 경력.
LA다저스의 올해 마감전이 된 내셔널리그챔피언스 5차전에 등판했던 박찬호 선수와의 인터뷰엔 내년 선발에 대한 그의 의욕과 소회가 담겼다. 스타 플레이어와 스타 기자의 합작품인 만큼 반응은 댓글이 200개를 바라볼 만큼 좋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고(?) 하나가 벌어졌다. 한 유저가 꺼낸 네 줄의 리플, "박빠짓 하면 박찬호가 맛있는 것 사주느냐", "집하나 장만해 줬을지도 모르지" 등의 내용이 그것. 전형적인 작성기자에 대한 악플이었다.
그런데 이 댓글러는 일진이 좋지 않았다. 정확히 10분 뒤, 작성기자인 민훈기 기자 스스로가 꼬리 댓글을 단 것.
"법적 문제 소지가 아주 많으시네요. 댓글 지우지 마시길. 지워도 소용 없지만..."
이전에도 댓글로 인해 법적 대응에 나섰던 그였음을 몰랐던 것일까. 이에 지켜보던 네티즌들은 "굿바이 홈런", "제대로 걸렸다" 등 실소를 터뜨렸다. 디시인사이드 등 타 영역에서도 '악플러의 최후' 등으로 입담에 오르는 중이다.
사실 그는 평소 네티즌의 댓글에 적지않게 화답, 소통하면서 호응을 얻어 왔다. 오타가 지적되면 곧바로 "수정하겠습니다"라며 '공지댓글'을 달고 빠진 기록이 지적되면 감사인사를 달아놓는다. 네티즌과 소통하는 몇 안되는 프로기자인 셈이다. 이같은 인기 관리로 인해 댓글 반응도 한결같이 "꼭 책임을 물으라"로 흘렀다.
네티즌 사이에선 '악플러의 최후' 등으로 화제가 됐다.
기자가 자신의 기사에 오른 리플에다 재차 답신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가 흔치 않으니 법적 책임을 댓글로 묻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기자에게 있어 가장 큰 욕인 '뇌물'을 들먹인 악플러로선 생각치도 못한 전개였을 법 하다.
민 기자에게 이번 일에 대한 생각과 악플에 대하는 자신의 지론 등을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변한다.
"저는 나름대로 네티즌들과 잦은 소통을 가지려 가능한만치,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거없이 악플에다 비방, 인신공격의 글을 올리는 사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자세입니다. 지난 번엔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해 수사대를 오간 적도 있습니다. (상대가) 백배사죄해 사법처리까진 가지 않았습니다."
네티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돈독히 하면서도 악질적 리플에 대해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어지간한 네티즌 독자 못지 않게 의견리플을 단다. 대개가 자신의 기사글에 올린 것으로 독자 의견에 대한 감사와 사과에서 법적대응 엄포까지 다양하다. 기자가 직접 댓글을 다는 것이 독특한지 네티즌들은 '진짜 기자 본인 맞냐' 등 수많은 꼬리댓글로 화답한다.
인터넷 기자는 게시판을 통해 수많은 네티즌들을 대하며, 여기엔 어떤 모습으로든 악플러 역시 포함된다. 그러나 댓글을 관리하는 기자 자체가 보기 드문 상황 속에서 악플에 전면대응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향후 결과를 주목하게 만든다. 무대응 관습을 깨고 댓글을 통해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및 의견 반영에 나서는 자기 이미지 관리, 한편으로 악플엔 철저히 대응하겠다는 그가 인터넷 기자의 또다른 모델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