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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지하철 연장 운행 없는 부산시 추석 교통 배려 아쉬워...

부산시 추석 교통 배려 아쉬워... 부산 고속터미널 밤풍경 
"연장 운행 왜 없냐" 성토 속의 150분


 
12일 밤, 부산 노포동 고속터미널. 버스에서 나와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려던 귀성객들은 순간 멈칫했다. 공익요원이 손을 내저으며 출입금지를 명한다.

"막차 출발했습니다."

흠칫한 사람들이 출입구 위 시계를 쳐다본다. 기자도 마찬가지. 11시 38분. 아무리 종착역 지점이라지만 너무 이르다. 아니, 무엇보다도...

"연장도 없어?"

추석 귀향전쟁이 본격화되는 오늘같은 밤 연장운행이 없을 줄이야. 서울 강남 터미널의 오후 4시 35분발 고속버스로 여기서 발길이 끊길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정체시간이 길어진 것도 그렇지만 발권시스템 마비 대란으로 출발이 지연된 것과 추석특수운행이 없는 것은 뼈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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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정께 지하철 막차를 놓친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추이를 지켜봤지만 이미 선택의 여지는 하나 뿐이었다.  
 


기자만이 아니다. 서울, 경기 지역에서 찾아와 수도권 교통여건과 비슷하겠거니 생각한 손님들은 생각보다 빠른 운행중단에 발을 구르다 이내 밖으로 향했다. 여기저기서 "일단 버스로 시내 중심가로 나간 뒤에..."라며 작전을 구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언제나 느끼지만 노포동 고속터미널은 버스 교통편이 그리 좋지 않다) 기자 역시 같은 생각으로 귀향길 마지막 코스 변경을 꾀했다. 마침 센텀파크 방향을 가리키는 버스 한대가 도착. 그러나...

"해운대 방향인가요?"

버스 운전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럼 길 건너...'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찾아오는 난감한 발언.

"이미 그 방향은 막차 끊겼어요."

이게 무슨 소린가. 분명 심야 운행 버스라고 되어 있건만. 얼른 보도를 건너 반대편 정류장에서 확인해 보니 정류소 안내판에 쓰여진 심야버스 운행시간은 11시 36분. 심야버스가 지하철보다 한발 빨리 끊어지다니 맥이 탁 풀렸다.

11시 45분. 버스 정류장은 쏟아져나온 인파로 가득 찼다. 조급해진 귀성객들은 휴대폰을 열고 가족, 친구들과 통화에 나선다.

"엄마, 이제 도착했는데 전철 끊겼어. 버스 기다리는 중인데..."

"야, 이거 버스도 끊긴것 같다. 어떡하냐?"

그래도, '설마 동래나 부산역으로 향하는 버스 한 대 쯤은 있겠지' 하며 기다리는 사람들. 그러나, 어느새 시간은 12시를 넘겼다. 가끔 가다 버스 한 대가 찾아오지만 달려갔던 사람들의 탄식소리가 진동한다.

"뭐야, 울산 가는 시외버스네."

버스마저 끊겨버린 것을 그제서야 절감하는 사람들. 지친 얼굴엔 난감한 기류가 흐른다.

"아니 어떻게 연장운행도 없다냐."

12시 15분. 아직 젊은 부부 내외가 딸아이 하나씩을 전담마크하며 보도에 걸터 앉아있다. 아이들의 눈에선 졸린 기운이 느껴진다. 이런저런 상의를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부모. 

한편에선 세명의 젊은이들이 곁에서 푸념을 늘어놓는다. 은근슬쩍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해 봤다.

"저희들도 서울에서 왔거든요. 시간은 5시 30분... 6시에 출발했지만요"

무리 중 서울대생이라고 밝힌 스물한살의 정 모 씨는 "도착하니 11시 50분이 넘었었다"고 밝혔다. 어찌된 게 한시간 전에 출발한 나하고 도착시간은 불과 20여분 차.

"차가 막히더라도 막차는 탈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난감해요."

목적지는 저마다 달랐다. 서면과 해운대 방향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하철 1호선의 끝과 끝인 하단행 친구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세사람은 "그냥 여기서 첫차 다닐때까지 지내겠다"며 인사하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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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30분이 되자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택시 잡기에 나섰다. 옆에선 집이 어딘지 "3만원가지고 될까"란 문답이 흐른다. 택시비를 절약하고자 "서면 같이 가실 분"을 외치는 젊은이도 보인다. 그러나...

"어디? 개금동? 안 가!"

할증 택시비를 감수하고 나선 사람들이지만 최후의 보루인 택시조차 맘대로 잡아 탈 수 없다. '안락동', "화명동'을 묻는 사람들은 곧바로 퇴짜를 맞는다. 오랜 불황에 시달리던 택시기사들, 간만에 손님을 골라잡고자 승차 거부에 나섰다. 여기저기서 실랑이가 벌어지고 고성이 오가지만 어쩌겠는가. 모든건 기사 양반 맘이다. 한켠에선 "영도 가실 분"을 목청껏 외치지만 마침 딱 맞아떨어지는 손님이 없다. 결국 다른 곳을 묻는 손님들 떨쳐내기 바쁘다가 자리를 뜬다.

12시 40분을 넘어서자 혼란은 극에 달했다. 연착된 버스에서 줄줄이 내려 쏟아지는 인파들. 택시는 부족하고 손님은 합승으로 실어나르기조차 버거울 정도. 추석 특수 연장운행 배려의 결여가 빚어낸 가관이다. 여전히 여기저기선 "연장 운행도 모르냐"는 볼멘 소리가 듬성듬성 터졌다.

아직 더운 날씨라지만 심야가 되자 일교차가 확실히 느껴진다. 한 아이가 기침을 하자 어른이 끌어안아보지만 마땅히 덮어줄 것이 없다. 지켜보고 있자니 조급한 마음이 더 갑갑하게 조여온다.

한편 또다른 옆엔 재미있는 친구들이 있다. "아 씨 이 고생할거면 그냥 기숙사에 짱박혀 있을걸"이라 주고받는 두 남학생. 택시가 지날 때마다 히치하이킹 자세로 "서동!"을 외쳐대지만 소득이 없다. 1시를 넘기자 결국은 휴대폰으로 콜택시를 부르는 두 사람.

"얼마 기다려야 된다고요? 10분! 좋아요! 어차피 벌써 한시간을 기다렸다고!"

그런데 와야 할 택시가 암만 기다려도 늦는다. 누굴 주려 장만했는지 한 보따리 준비한 종합선물세트를 내려다보며 "와 씨 왜이렇게 무겁노"를 연발하더니만 "배고픈데 참치(통조림)나 뜯어 먹을까"라며 농을 던진다.

1시 20분. 조금 줄어들었나 싶은 인파는 다시 터미널에서 나오는 이들로 원위치. 이미 사람들은 차도 안으로 들어가 좌악 늘어선 채 택시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매정한 택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지나치기 바쁘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다. 휴대폰으로 기다리는 사람들과 통화하다 날선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야! 내가 가기 싫어 이러고 고생하냐? 나도 가고 싶어 죽겠어! ...아 시끄러. 네가 할 소리냐?"

"아 그럼 날 더러 어쩌라고! 그냥 걸어가? 아 씨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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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잡기도 여간해선 되질 않는다. 이 역시 뽑기 운이 작용하는 모양이다.
  


1시 40분이 되면서부터 그제서야 사람 수가 확연히 준다. 점차 늘어나는 빈 택시. 그래도 승차거부는 여전하다. 합승객을 기다리느라 출발하지 않는 차량과 '빈차' 불을 켜놓고도 대박 손님만 기다리는 차량으로 인해 겉보기엔 대기차량이 많아보여도 실제로는 실속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제 택시도 점차 타협안에 나서기 시작한 것. 처음 제시한 목적지에 못미쳐도 가는 길목의 손님이면 얼른 얼른 태워나른다. 곧 있으면 때아닌 호황도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은 듯 보였다. 2시간여만에 겨우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어느 방향이세요? ...아뇨, 그냥 가는 길이니 태워드릴게!"

보기 딱했던 건지 지나가던 승용차에서 '카풀'에 나섰다. 목적지까지의 완전한 운행은 아니더라도 가는데까지 같이 가자는 말이 그렇게나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한 커플은 고맙다는 인사를 반복하면서 차량에 올랐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소동은 끝났다.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일단 문부터 열고 들어가는 손님들을 말없이 태워 나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손님들은 모두 사라지고 대기 중인 택시 몇 대만 남았다. 지금껏 눈 앞에 펼쳐졌던 것이 한 순간의 신기루만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기자만 보도 위에 덩그러니 홀로 놓였다. 약 2시간 30분, 150분에 걸쳐 지속됐던 혼란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거기 손님은 안 가쇼?"

한 택시기사가 손짓한다. 그제서야 기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택시잡기에 나섰다.

"해운대 가나요?"

"물론이죠. 타요."

차에 올라 기자는 기사에게 "오늘 같은 날 왜 부산은 지하철도 버스도 다 연장운행을 하지 않아 이렇듯 혼란을 야기하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오늘같은 날은 지방 정부도 욕 좀 얻어먹겠는데요."

"욕해도 소용없어요. 아 지하철 배차시간 틈도 늘릴 만큼 늘였잖어."

택시 기사는 "기름값도 올랐겠다, 손님을 없겠다, 굳이 추석이라고 시한을 연장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라며 "서울과는 다를 것"이라 밝혔다.

서울은 12일부터 주요지역도로에 버스임시전용차로를 확대하고 14일부터는 새벽 2시까지의 지하철 연장운행을 시작한다. 반면 부산시 측은 기본적 심야시간대 교통여건이 시간적, 양적 모두 저들보다 비교적 불리해 이같은 배려가 더욱 절실함에도 연휴 내 특별히 준비한 연장 서비스 계획이 들리지 않아 안타깝다. 고속도로의 소통 지체를 감안해 귀성객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자 배려하는 시각이 아쉽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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