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추석 대목 소멸, 이유는...- 의류상인들에게 듣는 추석 특수 실종 원인

"추석 대목 소멸, 이유는..." 
의류상인들에게 듣는 추석 특수 실종 원인

"어우, 추석 대목, 전 올해는 안 바래요."

"대목인데 많이 파세요"란 인사에 고개를 내젓는다.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특수를 찾아보기 힘든 한산한 코너 여기저기에서 같은 말들이 전해져 왔다. 한 켠에선 "손님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반갑네"라며 옷깃을 슬며시 잡는다. 물론 영업 인사지만 오늘만큼은 괜한 말이 아닌 듯 다가왔다.

'추석대목이 소멸했다'고 스스로 고개를 젓는 상인들. 만년 불경기라지만 올해는 더욱 이상한 광경이다. 그 어느해보다 한적한 지금, 그들이 진단하는 '대목 불황' 요인은 뭘까?


1. 추석이 너무 빠르다

"연휴가 연짱이잖아요? 너무 빨리 왔어요."

6일 신촌 밀리오레 매장의 한 젊은 여성은 씁쓸하게 한쪽 보조개를 보였다. 그녀는 "손님이 없다"는 말에 "추석이 너무 빨리 찾아왔다"고 단답했다. 휴가철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찾아온 연휴가 고객들의 '지갑 충전'을 기다려 줄리 만무한 것.

재작년엔 10월, 작년엔 9월 말, 그리고 올해는 9월 둘째주. 이렇듯 추석은 찾아오는 시기가 근래들어 점차 빨라졌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도 빠른 유형. 아직 여름기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덜컥 찾아와 버린 추석이 그들에겐 야속할 수 밖에 없다.


2. 가을신상품? 날씨가 이래서야... 너무 덥다

10일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만난 한 여성 점장은 "이른 감도 있고 날씨 때문에 더 애매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유독 덥잖아요? 그러다보니 아직은 좀 애매한 감이 적지 않아요. 보통 우리가 한시즌 앞서가는게 정석인데..."

가을 옷을 추석빔으로 장만하기엔 맞지 않는 날씨가 손님 발길도, 물품 흐름도 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동대문 헬로 APM 5층에서 단체T셔츠를 전문으로 삼는 한 샵. 점장은 "대목 장사 잘 하라"는 인사말에 "올해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지나가는 손님 보는 거 자체가 반가울 정도"라는 그.

"혹 따로 필요한 거 없어요? 싸게 드릴게."

"글쎄요... 아직 자켓 종류는 별로 없네?"

"아아, 그거요..."

그는 운이 없다는 듯 고개를 가웃하더니 "아무래도 추석 지나야 물건이 들어올 예정"이라며 "아직 날씨가 덥다보니 디피(디스플레이- 진열노출)하기가 뭣하다"고 밝혔다.

"트렌치 코트 같은 것들도 연휴 지나야 제대로 들어올 것 같아요."


3. 연휴가 너무 짧다

헬로APM 4층 남성매장 37호점 'MENPLAY'의 김영근 샵매니저는 "올해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한다. 시기는 물론 날씨와 짧은 기간까지. 여러 요소가 전부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

"이런 적이 없어요. 언제나 추석 시즌 때는 가을 상품을 주력으로 내놓거든요? 헌데 올해는 너무 이른감도 없지 않고 날씨도 덥고 해서 연휴 끝나야 물건이 많이 들어올 거 같아요. 그리고 연휴도 그래요. 이건 기간이 너무 짧은 거예요."

토-일-월로 이어지면서 주말을 다 잡아먹어버린 3일간의 휴가는 직장인들에게만 재앙이 아니었다. 결국 너무 이른 시기와 짧은 기간, 추석을 무색케 하는 더운 날씨까지 모든 요소가 사람들에게 추석을 실감케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한편에선 "차라리 연휴 끝나고 바람 불 때 쯤을 노릴 생각"이라며 일찌감치 기대감을 저버린 모습도 나왔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www.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