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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

6월 10일, 촛불집회의 밤을 앞둔 사람들

6월 10일, 촛불집회의 밤을 앞둔 사람들

강철의 성

8시. 전화 한 통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저 아시죠?"

닉네임 kknd로 활동 중인 블로거 사진기자 겸 자원봉사 청년이었다.

"아침부터 이상한 장면이 보이더라고요. 컨테이너 박스가 막 도로에 들어서네. 모래를 안에 집어넣나 봐요."

그는 오늘도 자신은 의료자원봉사 캠프를 지킬 것이라 말했다. 현장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간략한 통화를 마쳤다.

그의 말대로였다.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검색할 것도 없이 곧바로 펼쳐지는 사진.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가 며칠 전 전경버스가 자리했던 곳에 설치돼 있다. 위압감, 그 강철같은 고성은 보는 것만으로도 "초긴장"이라 새겨넣은 포털 기사들 이상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긴장한 눈빛의 언론, 전초전의 여론

그렇다. 방금 밝힌 대로 조간신문을 비롯 각 매체는 일제히 긴장감을 표현하고 있었다. 제목만 뽑아봐도

"기록적 인파 예고, 경찰 초긴장", "쇠고기 정국 중대기로" - 연합뉴스,

"대형컨테이너로 꽉 막힌 세종로 낯 12시부터는 나머지 2개차선도 완전통제", "촛불시위 기록적 인파, 경찰 갑호비상, 경력 2만여명 배치" - 조선일보,

"6.10 촛불집회 민주당 총집결령" - 중앙일보,

"시민들 '비폭력으로 돌아가자'" - 동아일보

"저항의 광장, 촛불이 들불로" - 한겨레

"100만 대행잰, 정국 긴장 고조" - 경향신문 등.

여론은 어떨까. 먼저 컨테이너박스에 대한 반응을 살펴본다. 머니투데이의 "출근길 광화문에 웬 컨테이너 박스" 기사 중 "난 여기가 부두인 줄 알았다"란 한 시민 반응이 재미있다. 다음에서 오후 2시 700여개의 댓글반응을 기록했고 "코미디"라는 실소가 이어졌다. baraby 님은 "사상초유의 개그정부"라 비웃었고 "쇼쇼쇼!"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소통이 더 멀어진다"란 실망감도 보였다. 한편 뉴시스는 안국동 사거리에도 컨테이너 박스가 설치되고 있음을 알렸다.

한편 다음 사회 섹션에서 오후 2시 2000여건으로 최다댓글에 오른 연합뉴스의 관련 기사에선 벌써 댓글 전쟁 중이다. 지금껏 인터넷 여론을 감안한다면 뜻밖에도 촛불집회 비난 댓글들이 추천의견에 오른 가운데 "좌파 폭도" 등으로 이를 옹호하는 이들과 "사람들 출근하니 알바들 세상이군"의 반박이 충돌.


동맹휴업 나선 대학가

한발 늦었다는 평이지만 대학생 참여자들도 동맹휴업으로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투표기간 연장에 들어가며 10일 당일까지 참여가 불투명했던 고려대학교는 오후 85%의 찬성으로 10일 동맹휴업에 들어갔다. 덕성여대와 숙명여대의 여심도 가세, 여기에 청주교대와 전북지역 최초로 결의한 전주교대 등 교대 학생들도 합세했다. 연세대는 경영학과가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부산대와 부산교대, 부경대, 동의대 등 부산지역 대학은 이미 4일부터 동맹휴업에 들어간 상태. 군홧발에 다쳤던 음대생과 특수임무수행자회원 폭력에 코뼈가 부러진 남학생 등 잇딴 학우 피해자에 분노한 서울대 역시 5년만의 동맹휴업으로 관심을 모았다.


예비군 부대, 출전 전야

회원수 5700명의 다음 카페 '대한민국을 지키는 예비군'(http://cafe.daum.net/korea20080526) 게시판은 9일 밤부터 집회참가를 위한 여러가지 준비상황으로 분주했다. '노트북' 회원은 비폭력집회 피켓을 든 시민들의 보호요청을 알려 지원요청 여부를 검토해 달라 부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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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예비역 kaga' 회원은 "연등 종료, PC 전등 소등"을 알리며 "내일을 대비해 모두 취침하라"고 명했다. 물론 "담배 한대 피고", "나는 불침번" 등 개기는(?) 인원이 어김없이 나와 폭소가 터졌다. 한 신참 회원은 "바닥에 물뿌릴까요"라 묻기도. 기상나팔 핸드폰 벨소리를 선물하는 이도 있었다.

아침이 되자 컨테이너 설치 소식, 계엄 선포 전단계인 갑호 비상령 발동 등 소식으로 게시판 분위기는 다시 다급하게 변했다. 한편에선 도우러 가겠다고 보충부대를 자처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전해졌고 자신을 여대생이라 소개한 네티즌은 "오빠들 다치지 말아주세요"라고 걱정해주었다. 오후 3시 현재, 이번 집회가 큰 문제없이 비폭력 평화 집회로 끝날 수 있도록 기도하는 회원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소박한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갑니다"- 10일 경향신문 1면광고 낸 '구봉숙의 도시탈출 팬클럽'

경향신문 10일자 1면에 보기드문 광고가 나왔다. 김구라, 황봉알, 노숙자의 팬클럽 '구봉숙의 도시탈출' 회원들이 촛불집회를 격려하는 광고를 낸 것. "대한국인 버전 2.0"이란 제하 아래엔 "소박한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갑니다" 라며 집회자를 독려하는 반면 군데군데 "읍니다"를 붙여 폭소를 이끌어냈다. "집에서 광고 보고 놀랬다", "추천 안할수가 없다"란 네티즌들이 성원이 이어졌다.


다음 라이브 현지중계 5시 개시, 1시간동안 2000여댓글 쏟아져...칼라TV, 아프리카 방송도 건재

쇠고기 청문회 중계 등으로 주가를 올렸던 다음의 라이브 생중계. 10일 오후 5시, '6.10 민주항쟁 21주년 촛불집회'란 타이틀로 현지 생중계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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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의 화면제공. 방송 후 1시간이 지난 오후 6시 현재 벌써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미 아프리카TV와 진보신당 칼라TV 등 위력을 떨쳤던 인터넷 생중계 채널도 건재. 지난 연휴 85시간 연속중계를 이어간 칼라TV는 이날 4시부터 중계에 들어갔고 아프리카TV 역시 생방송 란에 '촛불'로 검색결과 6시 현재 120여개의 채널이 가동 중.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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