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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반대, 그래도 촛불 든다" 거리 나선 학생들의 아우성

"어른들의 반대, 그래도 촛불 든다" 거리 나선 학생들의 아우성
선생님 마주칠까 숨어 다니며 참여...학교에선 가정통신문으로 제지 당부
 


"젊은 피들 얼마나 모였는지 한번 볼까?"

9일, 아직 어두워지기엔 이른 시각의 서울 청계천 광장. 우연히 마주친 블로거 한글로(실종아동사이트 액티브엑스 삭제 주역)씨와 몽구(이천 돼지 사건)씨는 자신들의 자문에 반신반의하다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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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미국 쇠고기 반대 집회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이들은 역시 '청춘 열사'들. 대학생은 물론, 교복을 입은 10대들까지 야간 촛불집회에 동참해 "살고 싶다"를 연호했다. 애당초 구내식당 의존도가 높은 대학생과 학교 급식을 받는 고교생들은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군인들과 더불어 가장 우려되는 대상이었던 것.

특히 교복차림의 앳된 학생들이 자신들의 안전한 식사권을 보장해달라고 어른들에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찼다. 지난 3일 집회에선 "밤이 늦어 위험하니 귀가하라"는 경찰의 말에 "우린 12시까지도 야자하거든요?"라고 대꾸하며 기세를 꺾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되자 어른들이 이들을 제지하려고 나섰다. 학부모 100명이 집회장에서 중고교생들을 귀가시키고 있다는 동아일보의 8일자 기사에 이어 서울시교육청이 860명의 교사를 집회장에 배치하기로 했다는 9일 노컷뉴스 기사까지. 더이상의 학생 참여는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게 하는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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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되자 이번에도 '젊은 피'들은 집회장소 여기저기에 출현, 또다시 한목소리로 "미국 쇠고기 싫어"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젊은이들은 물론, 교복차림에 여드름 자국 만연한 고교생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우리 인생 아직 많이 남았다"를 외쳤다. 특히 '교복부대' 중엔 직접 피켓을 들고 거리 한가운데서 자신들의 입장을 외치거나 "양초 사지 말고 공짜로 받아가세요"라며 바쁘게 나눠주는 등 이전보다도 한층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들 모습이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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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에게 다가가 물어봤다. "선생님과 부모님들이 여기에 와서 제지할 것이란 소식을 들었느냐"고 질문하자 학생은 "알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학교는 물론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여기에 올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그래서 저도 그렇고 여기 친구들도 그렇고 여차하면 숨어다닐 각오로 왔어요."

쓴웃음을 짓는 학생에게 "그럼에도 여기에 왔어야만 했느냐"고 묻자 또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들에겐 매우 심각한 문제였음을 시사한 것.

한편에선 "철모르는 학생들까지 누군가가 선동해 끌어들였다"란 주장이 노여웠던지 '우린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란 피켓을 들고 본인들의 결정임을 인정받고자 했다. "우린 미친소를 급식받고 싶지 않아요"를 외치는 청소년들, 어느새인가 그들은 촛불집회의 중심에 서 있었다.

미니인터뷰 - ㅇㅇㅇ 서울 ㅇㅇㅇ고 2년

"예. 학교에선 만류하죠."

ㅇㅇㅇ 군은 "오늘도 교실에서 가정통신문을 나눠줬다"며 "집회가 있으니 귀가한 자녀들이 집을 나서지 않도록 만류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부모님은 집회에 나온걸 알고 계시나요?"라고 묻자 ㅇ 군은 "알고 계세요"라고 웃었다. "반대하지 않으셨느냐"는 질문에 "딱히 좋아하시지도 않지만 말리시지도 않고 제 결정을 존중해 주시더라"고 답변했다. 그나마 학교와 가족들 반대에 첩첩산중으로 가로막히는 친구들보단 한결 짐이 가벼운 상태였다.

집회에 참가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선 "물론 광우병 때문"이라며 "여기에서의 집회가 불법이라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이렇 듯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막는것 또한 불법 아닌가요?"라며 자신있게  대답했다.

"어른들이 이토록 제지하는데도 나온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아요?"

"반대를 무릅쓰더라도 고집부릴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뉴스보이> 권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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