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청문회, 설득문 연재 등 진화 노력에 돌아온 답변은 "전시행정"
지난 4월 7일 파워블로거 논객, 한글로 블로그기자는 청와대 블로그가 발송한 블로거뉴스를 접하고 반가운 기색을 나타냈다. 닫혀버린 청와대 블로그를 다시 열라는 주장문을 게재한게 며칠 전. 그는 당일 블로그를 통해 마치 화답을 받은 느낌이었다고(http://media.hangulo.net/455) 밝혔다. 그는 "확인해보니 4월경 각 포털에 블로그를 대량으로 개장했다"며 블로거와의 소통에 나선 정부를 환영했다. 단, 처음 접한 뉴스에 대해선 다소 허술했음을 밝히기도.
미국산 쇠고기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청와대가 네티즌 여론의 일선에 있는 블로거들과 사이버 청문회를 가지는 등 의사소통에 나섰다. '푸른지붕'(http://blog.daum.net/mbnomics)이란 이름으로 다음에 둥지를 틀고(네이버, 야후 등에도 개설돼 있다) 지난 6일, 네티즌 설득을 위해 꺼낸 것은 '미국 쇠고기 공포, 알고보면 아니죠'란 제목의 글. 본문을 살피면 젊은 인터넷 유저를 겨냥한 듯 이모티콘에 "아니죠!"를 반복하는 등 유행어를 풀어 "어리둥절한 괴소문이 진실인양 남발한다"고 설득을 시작한다. 여기엔 미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 품질의 동일성 등 현재 정부가 대국민 설득 중인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1편'이란 소개와 함께 연재가 계속 될 것을 알렸다. 8일까지 조회건수는 4만5000건. 추천수 45건에 댓글은 1200여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댓글의견에서 보여지는 설득결과는 신통치 않다. "글 잘 쓰셔서 넘어갈 뻔 했다"(파라냐 님), "당신 광우병 초기 증세요"(의사로서 님) 등의 비꼬는 내용 일색인 것.
7일, 청와대는 다시 블로거들에 대화를 청했다. 이번엔 블로그 청문회. 국회의원 청문회가 벌어지던 당일, 오후 2시부터 4시간에 걸쳐 질문을 접수하고 답글을 다는 리플 문답 형식이다. '만문만답'이란 제목을 달고 "대한민국 정부 사상 최초의 전질문 전답변"이라 밝히는 등 질문자 모두에 공평한 답변 기회를 약속했다. 단, 광고, 욕설 및 "행복하게 살고 싶다"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으며 전문적 의견은 별도의 자료 수집 후 게시물 작성으로 답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http://blog.daum.net/mbnomics/3947270)
종료시한을 넘어서 달린 것들까지 총 댓글 수는 8일 오전기준으로 3500여건. 조회수 1만2500건, 추천 16건을 기록했다.
질의를 살펴보면 당일 있었던 국회 청문회와 비슷한 양상. 질문 반, 성토 반이다. 30개월 넘은 쇠고기의 수입 및 국민들 싫다는데 왜 하느냐와 같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미국내에서 30개월 이상소가 사료로도 사용되지 않는다는 건 오해", "국민들의 의견을 매일같이 듣고 있고 모두 잘사는 나라를 꿈꾸며 섬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등의 답변이 달렸다. 몇가지를 추려 소개한다.
sunny 님의 질문. "사후약방문 붙일 생각말고 30개월 이하 소만 들여오면 되지 않느냐"란 말에 "30개월 이상이라도 특정위험부위 제거 경우엔 문제가 없으며 나이는 안전성이 아닌 위생상의 문제"란 답변이 돌아왔다.
집지키는맘마 님이 "30개월이상을 수입해 우리에 돌아오는 이점은 뭐냐"고 묻자 "미 업계 반대에도 불구, 안전성 차원의 사료금지조치를 약속받은게 크며 삼계탕의 수출 발판 마련 및 한우의 미 수출시 필요한 청정국 지위 인정을 추진키로 약속받은 것 또한 소득"이라 답했다.
임태우 님은 "99.9퍼센트가 아닌 100%의 안전"을 말했다. 답변은 "동물성 사료 없이 SRM부위마저 제거하면 위험 제로, SRM부위는 30개월 여부를 막론해 수입 금지"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 노력에도 불구, 돌아온 답변은 "이 역시 안일한 전시행정"이라는 핀잔이었다. 댓글 중엔 아예 "국회와 푸른지붕에선 이미 광우병 소를 드시고 계십니다. 온전한 생각이면 어찌..."(금홍 님)와 같이 질의가 아닌 질타성 글도 상당수를 이뤘다. "답변 만들어 기계식으로 답하는 듯 하다"(리스크관리 님)며 청문회 자체에 의문을 남기는 글들도 보인다.
OIE 기준에 대한 위상과 의무에 관한 답이 나오자 어제 있었던 국회 청문회와 맞물리면서 "의무사항이 아니라면서 왜 여기선 말이 다르냐"는 질책이 나오기도 했다. 어제 강기갑 의원과의 질의에서 이상길 단장은 "OIE는 권고사항"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한동안 별 반응이 없다 된서리를 맞은 후에야 늑장대응에 나섰다는 비난 속에 청와대가 네티즌 여론과 마주하고 나선 것은 언론 및 야당과 더불어 이번 쇠고기 역풍의 중심에 선 성난 넷심을 직접 진화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PD수첩 방영에 국회 쇠고기 청문회까지, "더 이상은 믿을수가 없다"는 불신감이 날로 커지고 있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보이> 권근택
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