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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다이어리

[성우인터뷰] 문남숙 "반대하던 아버지, 라디오서 내 목소리 듣고"

[성우인터뷰] 12. 문남숙 "성우 반대하던 아버지, 딸의 첫 목소리 라디오에서 듣더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봤을 때요. 그 땐 성우는 커녕 어떻게 방송에서 목소리가 나오는지도 생각해 본적 없었는데 비비안리 목소리에 홀릭했죠. 지금도 제게 송도영 선생님은 환상이에요."

 

성우를 만날때마다 느끼는게 있는데 한결같이 인간으로서 매력적이다. 꿈을 이룬 사람이라서다. 

직업이 뭘까. 돈을 버는 수단? 꿈? 다 맞는 말이다. 그치만 수많은 직업세계에서 성우는 후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고 싶은 일'로 요약되는 대표적인 업이 아니던가. 무작정 하고 싶어 서울에 오고, 기약없는 고생 끝에 꿈을 이루고, 그렇게 자기 이름을 세상에 새겨넣는 모습이 좋다. 그래서 난 늘 그들에게 동경과 존경을 표한다. 인터뷰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어떻게 성우가 되었나' 파트다. '가족의 반대와 사랑' 같은 극적 요소까지 들어가면 그 대상의 삶은 더할나위없는 드라마가 된다.

 

오늘 만난 성우 문남숙이 들려줄 이야기도 그렇다.

 

 

 

 

문남숙

2002년 MBC 입사 

 

데뷔작 MBC 라디오 격동50년 여직원

 

대표작

도라에몽 - 도라에몽 (챔프)

꼬마버스 타요 - 타요 (재능방송)

천마루 - 썬더일레븐 고 (재능방송)

로이드 - 닌자고 (니켈로디언)

로보타크 (재능TV)

히마와리 - xxx홀릭 (챔프)

CSI 뉴욕 시즌1 - 에이든 번 (MBC)

키티 (루시 리우) 시카고 - (MBC) 

바이올라 - 주말의 명화 쉬즈더맨 (MBC)

트리샤 포우 - 콘 에어 (MBC) 

조앤 - 유희왕 (챔프)

눈의여왕 (애니원)

우라토 - 극상학생회 (챔프)

네리엘 투 오델슈방크 - 블리치 3기 (애니맥스)

타에 - 스쿨럼블(애니원)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 샘 스팍스(극장판)

아이칼리 - 샘 (니켈로디언)

쥬로링 동물탐정 - 루루 (KBS)

 

 

 

 

도라에몽을 닮았다

 

열두번째 주자로 섭외가 되었을 때, 언젠가 만나겠다 싶었던 분이 드디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사실 우린 구면이에요. 그것도 인터뷰 장소에서."

"아? 누구요? ...그렇구나!"

 

그녀는 MBC 극회 사람으로선 두번째다. 인터뷰 2회째에 만난 채의진 성우와 MBC서 이야기를 나눌 때, 잠깐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게 벌써 2년 전이라니 세월 빠르다. 2회 때 만난 사람을 12회 때 만났네?

 

"제가 문남숙이란 이름을 먼저 인지한건 유희왕의 조앤이에요. 방송사가 옮겨지면서 새로 캐스팅됐었죠."

"어 그거 꽤 오래 전인데 기억하시네요."

하지만 성우 문남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역시나 도라에몽. 본인도 가장 오래 만난 캐릭터가 바로 도라에몽이라 밝힌다.

도라에몽은 녹음실에서 사연 있는 친구다. 챔프에서 도라에몽 시리즈를 런칭할 때 원래 목소리는 김서영 성우였다. 실제로 도라에몽 1기 방송을 보면 그녀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그만. 얼마 안가 큰일이 벌어졌다. 그 고양이 로봇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내다가 성대결절이 온 것이다. 도라에몽 하차는 물론 당분간 일을 쉬어야 했다.

선배가, 그것도 자타가 공인하는 1급 성우가 성대결절로 하차한 캐릭터를 전속 풀린지 얼마 안된 신인이 맡는다는 건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그럼 그 때 그녀 심정은 어땠냐고?

"사실 그 때 전 도라에몽을 몰랐어요. 그냥 그런 캐릭터가 있구나 정도? 애니메이션 자체도 그다지 잘 아는 분야가 아니었구요. 다만 선배가 그렇게 됐다는 소식은 들었기에 무척이나 조심스러웠죠."

 

 

 

 

도라에몽. 지금은 그녀가 첫 손에 꼽을 대표 캐릭터지만, 그 당시로선 처음으로 맡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무거운 중책이었던 거다. 

그 때 그녀의 각오는 "일단 해 보는 거고 안 되면 그 때 다시 생각하자"였다. 최악의 경우 내 성대도 어찌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돌격. 

그랬던게 벌써 7년째인가? 지금 나오는 신작 시즌이 13기인가 그렇다. 이렇게 오래도록 도라에몽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단다. 하지만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도라에몽이 이렇게나 초장기 연재작인 것도 모르고 시작했다니까.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오래도록 함께 하면 부부도 연인도 가족도 친구도 닮는다더니, 성우와 분신도 그러한가 보다. 유심히 보니까 도라에몽을 닮았다? 첫 인상은 도라에몽과 전혀 다른 천상 숙녀지만, 순간순간 웃을 때 보면 이 세상 어린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고양이의 장난끼가 보인다.

그 이야기는, 앞으로는 더욱 더 닮아간다는 그런 말인가.

 

 

 

 

 

 

출처 순서대로 다음 영화 게시판 도라에몽7, 썬더일레븐 궁극의 우정 그리폰, 꼬마버스 타요

 

 

당신은 성우계의 존시나인가요... 요즘 아이들의 대세, 키즈 아이콘 문남숙

 

"도라에몽 목소리 정말 허스키하던데 지금 듣는 실제 목소리는 전혀 다른 쟁반 위의 옥구슬입니다. 어렵진 않던가요."

 

"어렵죠. 저도 목소리 낼 때 조심조심해요. 도라에몽 할 때는, 거기에만 딱 집중하죠. 도라에몽 맡기 전만 해도 제게 오는 배역은 주로 여자 캐릭터였거든요. 하여 제겐 모험이었죠. 근데 도라에몽 이후엔 남자 아이 배역이 많이 찾아왔네요. 찾아오는 일도 주로 애니메이션이었어요."

 

그러고보니 지난 번 주자는 짱구. 짱구가 도라에몽을 소개했네? 둘 다 어린이들의 우상이자 애니메이션 장수 캐릭터의 양대산맥이며 최대 라이벌인데 말야. 

"아이들은 만화영화 속 친구들을 진짜로 믿잖아요. 도라에몽으로 전화 통화를 해 본적 있어요?"

"결혼해 아이 있는 친구나 지인이 부탁하면 몇 번 해봤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도 알더라고요. 엄마한테 '도라에몽 실은 사람이지?'하고 묻더래요."

 

동심이 무너지는 순간이구나. 순간 그녀의 안타까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젠 그녀가 짊어질 십자가다. 그녀가 꼽는 대표작을 보자. 우선 도라에몽이 있고, 썬더일레븐 고의 천마루, 닌자고의 로이드가 있다. 꼬마버스 타요도 그녀다.

 

BGM 한 곡 깔고 가자. 대문남숙의 시대가 찾아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내 친구 딸도 타요를 그렇게 좋아한다던데 어느 순간 아이들에겐 축구선수로도 로봇으로도 닌자로도 버스로도 영웅이 됐다. 아이들 세계에서 이건 뭐 WWE 존시나 급이네. 아동물의 챔프가 아닌가.

아이들이 어른이 된다는 만고불변의 섭리가 그녀로선 이래저래 고민이겠다.

 

출처 다음 영화 아이칼리 시즌1 - 주인공 칼리의 절친 샘은 그녀에게도 재밌는 경험!

 

 

애니메이션 이렇게 많이 할 줄은 몰랐다... 시작은 외화였다

 

아동물 애니메이션에서 어느 순간 독보적인 성우가 된 문남숙. 그러나. 그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소개해달라"고 하니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외화 이야기가 나온다.

 

"주말의명화에서 쉬즈더맨을 더빙할 때 제가 주인공이었어요. 도라에몽이 애니메이션 중에 첫 주연이었다면 이 작품은 외화 중 첫 주연이었죠. 작품도 작업도 재밌었어요. 여자애가 남자로 분장해 여자와 남자를 넘나들었는데 그 때 남자 목소리 냈다가 여자 목소리 냈다가 즐거웠죠. 맞아 아이칼리! 그 작품도 너무 재밌었어요. 주인공 칼리의 절친 샘으로 나왔는데 역시나 선머슴 같은 애였지만 무지 사랑스러워요. 함께 작업한 장 오빠(김장-투니버스)도 어찌나 재밌었는지. 지윤이(박지윤-KBS)랑 현정이(조현정-MBC)도 그렇고 녹음실 사람들이나 분위기도 참 좋았고요."

 

'난 너구리가 아냐!'하던 도라에몽의 절규가 떠오른다. '난 원래 저런 전문이 아냐!' 라는 건가.

 

그녀가 성우를 처음 의식한 것도 애니메이션이 아닌 외화였단다. 그것도 남자나 로봇이 아닌, 빨간 원피스를 입은 세기의 여성이었다. MBC TV에서 바람과함께사라지다를 봤을 때, 비비안 리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떴다는 거다.

신인 때도 들어오는 배역은 대개가 여자였다. "원래 신인 땐 특출나지 않은 이상 이성 캐릭터를 주진 않는다"고는 하는데, 본인 스스로도 자신은 여성스런 역할이 잘 맞는 성우가 될거라 생각했다네? MBC가 외화 왕국인 걸 생각했을 때 주요 무대는 외화일거라고 자연스레 생각했고. 하지만 10년차를 넘긴 지금은 애니메이션, 그것도 남아로 기억되는 성우가 됐으니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그녀가 등장한 외화를 짚어봤다. 주말의명화 주인공이란 왕관을 씌워 준 쉬즈더맨, 그리고 CSI에서도 나왔다!

어디서 나왔지?

 

"뉴욕편이요. 시즌 1하고 죽었죠. 폭발사고로 죽었던 에이든 번이요."

"아. 헐."

 

메인 캐릭터로 계속 나올 수 있었는데. 왜 그렇게 빨리 하차했지? 그러고보니 CSI는 배우가 돈 많이 달라고 하면 죽여버린다지? 범죄보다 더 무서운 게 제작진.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 그리고 MBC는 물론 KBS에서도 방영해 좋은 더빙 비교가 되는 영화 콘에어에서 그녀 목소리 들은 적 있는가. 트리샤 포우로 나왔다. 니콜라스케이지의 그 금발 미인 아내 말이다. 출연 타임은 길지 않지만 여러모로 주요 배역이다.

 

로보타크...는 글쎄. 외화? 특촬물? 인형극? 로봇물? 좀 이래저래 애매하다.

그러고 보니, 그녀가 외화로 성우를 시작하게 됐다는 그 계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성우 송도영의 비비안 리에 매료, 서울 상경한 청주 아가씨의 도전

 

원래 그녀는 서울 사람이 아니다. 청주에서 대학을 다녔고, 전공은 사회복지였으며, 실제 졸업을 앞둔 그 때까지도 막연하게 사회복지사를 희망했다. 만일 성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청주에서 사회복지사로 살고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결국 그 때 TV에서 본 비비안 리가 그녀 삶을 바꿨다.

 

"성우에 대해 정말 몰랐어요. TV 속 영화에서 미국 사람이 한국 말을 하는 사실에 대해서도 그냥 그렇거니 하고 지냈지 시스템이 어떤지는 생각도 안 했죠. 그런 내가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고 빠져들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그 성우의 이름은 송도영이었다. 성우에 대해 조금은 아는 사람으로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로 뽑는 1순위다. 이병헌에게 물어도 같은 답을 할 거라는 밑도끝도 없는 확신을 한다. 그 미성은 이렇듯 한 사람을 성우로 인도하게 만들었는데.

 

"혹시 성우가 된 뒤 만나신 적 있어요?"

 

"자주 뵈었죠. 녹음실에서도 성우협회연수회에서도 극회야유회에서도. 아 저 분이구나 하는데 너무 기뻤어요."

 

어떤 두근거림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어릴적 우상을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언젠가 여기다 모실 분이지만 말이지.

건 그렇고. 대학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가 성우가 되겠다고 집에 말했을 때 순탄하게 일이 진행됐을까?

 

아버지는 반대했다. 원래 방송에 뜻이 있던 분이라 어려운 걸 잘 알았기에 성우가 쉬운 줄 아느냐고 했다. 이해못할 일은 아니었다. 금지옥엽 딸을 멀리 보내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어려운 길이라 생각했을 터, 완강하셨다고 말한다. 

 

반면 어머니는 별 반대 않으셨고, 언니가 도와주었다. 마침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 언니, 그녀를 따라 동생이 함께 서울에서의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녀 나이 스물넷.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채 미지에 도전했다.

 

인터뷰 중에 말은 안 했지만, 아마도 결심했었으리라. 이렇게까지 왔는데 성우가 되지 못하면 아버지에게 무어라 말을 하겠는가 하며 각오하지 않았을까.

 

 

 

가고 싶게한 곳 MBC, 가게 한 곳 MBC아카데미 

 

그녀와 MBC와 인연은 각별하다. MBC 외화 바람과함께 사라지다에서 MBC 성우 송도영으로 도전을 결심했다. 공부를 시작한 곳도 MBC아카데미였다. 그리고 MBC 성우가 됐다. 행복한 사람이다. 

언니와 시작한 서울 생활, 그리고 드디어 바라마지 않던 첫 수업. 그런데, 막상 수업이 시작되면서 큰일이 났다.

"성우가 연기를 해야 하나? 하고 그 때서야 알았어요. 알고보니 정말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왔더라고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 그게 아니라 성우가 연기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 못했다고 말한다. 성우를 희망했지만 성우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할지, 그 무엇은 또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백지 상태였다. 이 쯤하면 드라마틱하다 못해 뭐랄까, 마치 만화 주인공 같은 설정이 아니던가. 

 

평소 못 느끼던 사투리 문제도 여기서 알았다. 실력을 다져가는 동안이라기 보다는, 성우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기간이었다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스물네살 성우지망생은 몇 번인가의 시험을 거쳤고, 조금 눈을 떴다 싶을 때는 벌써 다섯번째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2002년 MBC 합격.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지 2년 반만의 해냈다.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삶이 활짝 피었다.

그런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 아버지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한걸?

 

 

 

 

격동 50년 데뷔... 집에 가니 아버지 베개 옆에 라디오 있었네 

 

목소리가 방송으로 나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첫 작품은 MBC 라디오 드라마의 상징인 격동 50년이었다. "여직원? 여자1?" 하고 어떤 배역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진 못한다. 라디오에서 '출연 문남숙'이라 이름이 불리워지고, TV에서 '우리말 녹음 문남숙'으로 스탭롤 자막이 나오는 걸 봤을 때 정작 실감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딸이 성우 되는 걸 반대했던 아버지는 어땠을까.  

 

"첫 방송이 나가고 전화가 온 거예요. 아버지였어요. '네 목소리 들었다'고. 간만에 집에 돌아가 보니까 오래된 라디오가 밖에 나와 있어요. 아버지가 꺼내서 들으신대요. 제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요. 저보다 더 모니터링을 열심히 하세요. '야, 네 목소리 아닌 것 같다?' 하면서요."

 

이제 보니 본인 보다 아빠의 기쁨이 더 컸다. 성우 문남숙의 팬 1호가 된 건 다름 아닌 아버지. 반대할 때와 달리 합격 후엔 그렇게나 기뻐했으니 그것이 부녀의 정이다. 자신의 말을 거스르고 성우가 된 딸은 이제 당신의 자랑이다.

진취적이고 자립심 강한 어른으로 섰다. 성우가 된다는 건 부모님과 가족에게 있어 그 사실을 천명하는 기쁜 일이다.  

 

 

골드미스! 앞으로 진격할 코스는?

 

인터뷰 중에 사심 섞어 말했다.

 

"만일 제가 더 잘난 놈이고, 저도 꿈을 이룬 뒤라면 데이트 신청했을 겁니다"라고. 풋 하고 웃는다.

 

갑자기 뭔 소리냐고? 사실 이 날은 내 생일이었는데, 이걸 말했다가 커피에다 생일 케이크까지 대접받았다. 황송하다. 그리고 난 아마도 그런 따스함에 반했나 보지.

 

왜일까. 이렇게 호감형인데 아직도 짝이 없다니. 두시간 가까이 대화를 해도 지루하지 않고, 언제나 재밌는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줄 것 같은데 말야. 성우가 됐지만, 앞으로도 그녀 인생에 쟁취하고 이뤄낼 즐거운 것들은 여전히 많다.

 

앞으로? 맞아. 인터뷰를 정리하며 '앞으로는 어떤 성우로 거듭나고 싶으냐'고 물었다. 롤 모델에 대해선 만나는 성우 모두가 다 좋아 한 명만 꼽을 수 없다고. "그럼 우상이었던 송도영 선배님?"하고 묻자 "가능하다면"이라 말한다. 

 

언젠가 그녀도 스칼렛이 되면 어떨까.

 

"바람과함께사라지다 이후를 다룬 후속작 '스칼렛'이 TV 드라마로 나온 거 아세요?"

 

흥미를 보인다. 원작자도 비비안리도 이미 세상을 등진 이후였지만 집필할 작가와 주인공을 전세계에서 오디션으로 찾았던 그 작품, 지난 94년 KBS를 통해 방영된 바 있다. 그 땐 장유진 성우가 새로운 스칼렛이었는데, 혹 재더빙 기회가 있다면 원작이 되었던 후속작이 되었던 어느쪽이나 그녀에겐 쟁쟁한 대선배를 잇는 기회가 될 거다.

 

 

출처 베스트아니메 XXX홀릭 - 히마와리는 개인적으로도 인상 깊었던 아이다

 

도라에몽의 이미지가 크긴 하지만, 이래뵈도 커버 영역이 넓다. 유희왕에서 비운의 여주인공 컨셉으로 사랑받았던 조앤, 챔프에서 극장판으로 보여준 독수리5형제에선 3호 백조 준으로도 나왔지. XXX홀릭에서 히마와리로 등장한 것도 빠질 수 없다. 상냥하고 맘에 없는 말 하고선 울고 마는 여린 소녀 말이다. 한국에선 대원방송에서 2기까지 방영됐는데, 그녀 역시 히마와리의 행보를 궁금해 했다.

실제 모습은 도라에몽이나 타요보다도 이런 캐릭터에 가까울지 모른다.

 

명확하게 이런 성우가 되겠다고 보여주진 않는다. 꾸준하게 정진하겠다는 정도로 이야길 맺는다. 그러나 이미 많은 것을 손에 쥔 듯 해도, 여전히 욕심낼 것이 세상에 많다. 지금껏 잘 해 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것을 저 손에 넣겠지.  

 

저 손에 새로운 것이 들어올 때 즈음,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 땐 나도 좀 더 강하고 매력적인 인간으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에필로그 -

그녀가 소개한 다음 주자는, 이거 놀라운걸? 생각해보니 벌써 세번? 네번? 몇 번이고 이전 성우들이 언급하던 사람이 아니던가. 지금껏 가장 많이 들었던 이름. 이번에 드디어 성공인가.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에도 기대 만큼 각오 단단히 하고 준비해야 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