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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연예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번지점프를 하다 영화 안본 사람은?

 

 

 

2012.6.27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연습실 공개 및 하이라이트 공연 中 -

 

 

 

이병헌과 고 이은주의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 번지점프를 하다가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고서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내달 14일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을 먼저 맛 볼 기회가 있었다. 

 

첫공연을 17일 앞두고 6월 27일 연습실을 공개할 때 참석하게 된 것. 공개행사는 약 50여분간 본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시연해 보이면서 프레스콜 무대를 겸했다. 본 무대의 장치, 장비 등을 제하고 그야말로 '생얼'을 보여준 거였지만 가닥 정도는 잡아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마음 한켠이 시릴 것이다. 자신의 강렬한 빛과 그만큼 어둡게 드리워진 그림자에 스스로 요절한 이은주의 작품. 우리가 그녀를 추억할 때 늘 안타까워 하는 것은 혹 그녀의 캐릭터가 영향을 미친게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그녀의 자취를 돌아보면 거의가 비운의 여주인공이었지 않은가. 이 작품 또한 그랬다. 이병헌은 또 그 낭만적 캐릭터를 얼마나 이 작품에서 쏟아부었을까. 난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래서인지 더 신비스럽게 이를 바라보게 됐다.

 

뮤지컬에서는 강필석 김우형 전미도 최유하 등이 더블캐스트로 그 역할을 한다.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은 "너무 원작 배우들의 아우라가 강렬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답변은 "영화 속 이은주에 비해 더 생기있는 태희를 만들겠다", "십수년전 봤었지만 작품을 맡으면서 다시 보지는 않았다" 등 원작과는 또다른 오리지널 캐릭터를 자신하는 목소리였다. 그렇게 "우린 우리대로의 캐릭터를 만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화와 뮤지컬은 다르다. 영화에서 연출했던 기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무언가를 표현해야 하는데,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을 생각한다면 그냥 원작에 이런 장면이 있었지 하고 대충 넘길 수가 없다. 연출을 맡은 아드리안 오스몬드, 작사 작곡한 박천휴, 윌 애런슨 콤비와 각 배우들의 역량에 주목하게 되는 대목이다. 영화와는 또다른 틀의 그릇에 어떻게 담아냈을지.

 

 

 

 

더구나 1983년과 2000년 두 시절을 넘나드는 작품이다. 영화 원작을 떠나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갈 대목인데 블루스퀘어에서 상연할 때는 어떠 연출기법으로 둘을 떼었다 붙일지도 관건이다.

 

 

 

 

음악에 있어선 글쎄, 딱히 기대해도 좋다라던지 함부로 칼질을 할 수가 없다. 우선 이 날 공개에선 풍금 하나로만 반주를 소화했는데 설마하니 본 공연에서 악기 하나로만 연주할리는 없지 않은가.

 

다만 여기서 우리는 영화의 연출 대신 뮤지컬로 소화해 내야 하는 어려움을 엿볼수 있었다. 흔들리는 사람의 감정을 이 작품은 음악과 노래로 표현해 내야 하는데 때로는 정극 영화에서 할 수 없던 직접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전달력 여부에서 실패하게 되면 '한계' 내지 굳이 대사가 아닌 노래로 처리했어야 했나란 평가와 함께 '강박관념'으로 관객에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날 공개된 음악은 대체적으로 강한 느낌인데 특히 이 부분, 태희의 현신인 현빈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노래할 때는 반주의 건반이 격하게 튀어오른다. 그림 전시회로 치면 섬세한 풍경화보다는 인상주의적 작품이다. 본 공연에서 어떤 완성도로 찾아올지 여기서의 프로토타입만으로는 역시나 섣부르게 속단하지 않도록 하겠다. 다만 매우 위험하면서도 흥미로운 시도임은 느꼈다.

 

하지만 진짜로 판단을 유보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발성과 전달력 부분은 이 날 공개된 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아쉽게도 이 날 50분만의 하이라이트만 갖고서는 이들의 실력을 기대해도 좋다고 전할 수가 없는 대목이다. 아직 본 무대가 아니라서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고 그래서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은 '양해'를 구할 수는 있지만 홍보효과를 노리고 연 행사라는 측면에 있어 '변명'이 될수는 없다. 아직 무리할 수 없어 일부러 모든 것을 다 열고 보여주지 않은 것이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만. 마이크와 장비가 준비되고 본실력을 보여줄 때라면 그땐 달라질까. 실전무대를 봐야 진짜 실력을 가늠할 수 있겠다.

 

 

 

 

나는 질의응답 시간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원작 영화를 보지 않고 그냥 공연장을 찾게 될 그런 관객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느냐, 아니면 철저하게 처음부터 영화 팬을 충족시키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냐"라고. "답변에 따라서 어떤 부류의 관객에게 이 작품을 추천할지 루트가 확연히 갈린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내가 그렇다. 원작이 상영할 당시 나는 군에 갓 입대했었는데 그 와중에 결말이 어찌 되는지 전해 들었다. 결말을 알게 된 상황에서 굳이 찾아볼 생각을 않은채 오늘까지 왔다. 제목을 들으면 그저 그런 영화가 있었지 하고 넘기는 정도랄까.

 

따라서 이 상황에서 무턱대고 상연장을 찾게되면 전작이자 원작인 작품의 감흥을 되새길 수도 없고, 그러면서도 결말이 어찌되는지는 이미 알고 있어 긴장감은 또 느슨할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작품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크로스오버된 이 작품이 굳이 영화를 먼저 찾아보고 오지 않는 이상은 감흥이 반감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원작 팬을 코어타겟으로 삼았다면 이를 기꺼이 희생하고 그들을 위한 작품으로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연출가와 배우, 작사가가 한번씩 이 질문에 응답해주었는데 답변은 "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다"고 요약된다. 그들은 "우리모두가 원작 영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전제 하에서 작품을 만들었다"며 원작에 충실했음을 시사하면서도 "영화를 못 본 사람 역시 같은 경험을 하도록 고려했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이러이러한 명장면은 그냥 장면 연출로만 스쳐지났지만 우린 노래를 통해, 또 새로운 상황을 삽입하면서 오리지널리티를 살렸다"고 말한다. 본 사람에게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도 신선한 작품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장담이다.

 

 

 

 

작품은 7월 14일부터 9월 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공연된다. 140분의 상당한 러닝타임으로 이뤄질 이 뮤지컬은 연출가인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웅장한 성이나 스펙타클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활극도 아니고 평범한 우리 일상의 모습이다"라고 밝혔듯 잔잔하게, 또 애잔하게 펼쳐진다. 흥미로운 것은 명작 영화를 10여년이 지난 지금 뮤지컬로 이식했다는 출생의 특성 그 자체다. 결과에 따라 원작 못지 않은 새로운 전설이 될 수도 있고, 여기엔 부족하더라도 최소한 원작 팬에 있어선 고마운 서비스팩이 될 수도 있으며, 영화를 모르는 누군가에 있어선 나만의 새로운 번지점프를 하다로 기억될 수도 있다. 물론 실패를 맛보고 망작으로 남을 여지도 있고, 드문 예이긴 하나 원작팬은 등을 돌리는 대신 새로운 컬트팬을 얻는 패러랠월드로 독자적 생명을 얻을 수도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부디 이 작품을 통해 번지점프를 하다를 알게 되고 거꾸로 원작까지 찾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