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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센티미엔토, 육체관계로 죽고 못살 사랑이 가능한가

[리뷰] 센티미엔토, 육체관계로 사랑을 느낄 수 있는가




24일 개봉해 상영 중인 센티미엔토 - 사랑의 감각은 육체관계도 사랑도 경험이 없는 자로 하여금 의문점을 남긴다.
육체관계로 점철된 관계가 진실된 사랑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질의.
'엔조이'가 아니라 '죽고 못 사는' 그런 사랑의 열병으로 통하는 방법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센티미엔토는 격정 로맨스라는 장르를 들고 나왔다. 킬러, 사랑, 섹스. 성인물이 가질만한 요소는 다 갖췄다. 영화 내용은 한 줄로 요약된다.

'아름다운 킬러가 표적이었던 상대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시나리오를 스페인 감독이 일본을 무대로 써내려간다. 스페인과 일본. 서로 다른 이국적 정취가 함께 묻어나오는 영화니 일단 소재는 흥미로운 것들로 갖춰졌다. 스페인의 여류 감독이 스페인의 유명 남우를 기용해 한 축을 이뤘고 다른 한축은 여우를 비롯 출연진의 대부분인 일본 배우들이 맡았다. 커다란 물고기가 재단되는 수산 시장을 비롯해 무대 전반은 일본의 정취를 갖췄으며 스페인의 그것은 일본 내에 자리한 와인 가게의 몫이다. 




작품의 출연인물은 상당히 적다. 영화정보란을 보면 알겠지만 대사 한 줄 없이 그냥 넘어가는 엑스트라를 제외하면 남여 주연 둘을 비롯해 네사람의 조역이 전부다.

스토리를 한 줄로만 요약하는 건 너무하니 좀 더 살핀다. 영화는 수산시장 잡부와 킬러를 겸하는 일본의 미인을 축으로 돌아간다. 그의 유일한 친구는 노년의 음향기사인데 소리만으로 그녀의 변화하는 심정을 읽어낸다. 사건의 전개가 이뤄지기 전까진 그가 그녀에게 있어 지인이라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녀에게 일감을 던져주는 새 의뢰인이 생겼다. 돈을 건네는 쪽도, 타겟도 여느때라면 스쳐가듯 끝날 인연이었다. 그런데 타겟과의 접선 과정이 순간 데이트로 이어졌다. 살을 섞고 난 뒤에도 임무는 실행되지 않았다. 육체관계가 주를 이루는 만남은 계속 이어지고 킬러는 어느샌가 여자로의 매력을 찾아간다. 

만남 자체가 비극을 내포한다. 영화니까 어떻게든 안될 것도 없지만 설정상으로는 방아쇠를 당겨도 당기지 않아도 비극이 내정되어 있다.  




정작 문제가 되는건 둘의 엇갈리는 감정이다. 여자의 마음은 어느샌가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격정이 되는데, 남자의 마음은 얼마전 잃은 연인으로 인해 복잡하다. 그것은 공백이면서 동시에 비울 수 없는 채워진 공간이다.  

여자는 참치를 자르는 수산 업무로, 남자는 와인가게의 오너로 일본과 스페인의 정취를 향수삼는다. 하지만 작품에서 이같은 이국인끼리의 문화적 교류가 끼어들 자리는 별로 없다. 그저 농도짙은 정사가 많은 대화를 대신한다. 한 사람에게 있어선 그간 가질 수 없었던 무언가를 확인하는 의식이며 또 한 사람에겐 공허한 마음을 대신하는 위로의 순간이다. 




한 사람은 상대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또 한 사람은 고마울 것 없다고 한다. 서로에 대해 더 가까이 느끼고 다가가고 싶어도 킬러는 그러할 수 없다. 때문에 더 바라지도 더 시도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어느샌가 두 사람의 결말이 어떤 모습으로 날 것인지에 주목하게 한다.




이쯤하면 서두에 던진 의문이 이해 갈 것이다. 만나자 마자 육체적으로 탐닉하고 관계가 앞서는 남녀의 그것은 사랑의 행위라기 보단 짧은 쾌락이라 판별하는 것이 대개의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여자는 섹스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본래 목적까지 파기하면서 이뤄가는 사랑의 한 모습으로 받아들인다. 컨셉호텔에서 남자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녀는 어느새 그와의 사랑에 아픔을 느낀다. 남자는 "당신 아니라면 난 무슨 짓을 했을지 몰라"라면서 서로의 행위에 자기 구원의 의미를 담는다.     

사랑을 해 본 적 없고 육체관계 또한 맺은 적 없는 사람으로선 윤리적 이론상의 그것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영화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환상인 것인지 진실인 건지 당분간은 모를테지.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또한 부정할 것만은 아니겠다는 잠정 결론이 내려질 때 쯤 영화는 피날레를 준비한다.




요즘 세상에야 인터넷이 열리고서 워낙 자극적인 매체가 많아져 어지간한 영화 속 노출이나 베드신은 무덤덤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대개의 대중 작품들 속에서 단연 수위가 높다. 스크리너를 통해 순간순간 식겁하는 장면을 접했다. 그렇다고 잿밥을 위해 영화를 권하고 싶진 않다. 야한영화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엄청난(--;) 영상물들을 엄청나게 접하고도 남았을 테니까. 최소한 나와 같은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그것을 마음에 두고서 본다면 뭔가 답을 얻기 위한 시간으로 가치를 갖지 않을까.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