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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라진 파워블로거, '인사이드 페이스북'으로 귀환

[신간] 사라진 파워블로거, '인사이드 페이스북'으로 귀환
한글로 그 공백의 이유, 얼리어답터의 길라잡이에 가치 두다


파워블로거 실종사건.
아는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블로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알것이다.
 
'한글로가 사라졌다'

뉴스보이의 오랜 소울메이트이자, 현시대의 감시자 중 한명이던 파워블로거 한글로. 작년께부터 그 이름을 듣기 힘들어졌다. 절필이라도 한 것인가.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간간이 트위터에선 속보성 기사가 터질 때마다 그의 케리커쳐와 140자내외의 짤막한 글이 검출되어 나오곤 한다. 하지만 이전의 파워블로거는 그때 그 자리에 없었다.
그렇게 어느샌가 잊혀져가던 최근의 어느날.
소포 한부가 왔다. 본적 없는 이름으로부터 배달되어 온 묵직한 물건.

한참을 생각했다. 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분명 수취인은 내 이름이 정확하다. 잘못 온 것은 아니다.
영화사 스크리너라도 왔나.
폭탄인가.
내 사진이 쏟아져나온다던가.

정광현? 정광현...

아.
그제사 풀어 본다.

 


맞다. 그의 실명. 책한권으로 이렇게, 사라졌던 파워블로거 한글로가 근 2년만에 이렇게 돌아왔다.
책을 열어보고 다시 확인한다. 그의 필체가 있다.




정확하다. 그의 친필이다.
이거였구나. 한 파워블로거의 잠적, 그 이유는 이 책이었다. 256페이지의 집필을 위해 그간의 시간을 담보로 잡혔던 것임을 깨닫는다.
그럴 법도 하다. 그는 늘 얼리어답터의 길을 걸어왔다. 2010년, 잘은 몰라도 지금 이 시대에 불혹을 내다보는 세대는 아마 여러모로 재미있는 시간의 열차를 타고 있을 것이다. 그 역시 그 승객 중 한명. 특히나 그는 새로운 것이 찾아올 때마다 곧장 그것을 탐구하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가 일찍이 파워블로거로 블로그 세계에 안착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후엔 발빠르게 트위터에 입문했고, 그리고 지금 이 책은 페이스북이란 현주소를 제시한다. 

친필로 이렇게까지 마음을 담아 선물을 주었는데 답례로 리뷰 안 할수가 없다. 해서 책을 열어봤다. 




인사이드 페이스북. '페이스북 속으로 빠져 빠져' 하는 제목에서 알수 있듯 이 책은 페이스북의 ABC라 할 수 있는 초보 입문용 지침서다. 문제는 내가 서평을 하기에 너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 사실 난 페이스북 하면 화장품 파는 '페이스샵'하고 지금도 헷갈린다. 책 앞부분을 읽으면서 인식한거라고는 '싸이월드와 비슷하다', '소셜 네트워크란 것의 일종' 정도. 실제로 이 책에서도 싸이월드는 소셜네트워크의 큰언니격으로 소개되어 있다. 부족하나마 내가 인식하는 페이스북이란 블로그보다 지인과의 교류 및 관리 시스템에 충실한 그 무엇. 블로그가 생전 만난 적 없는 손님들에 문을 열고 기다리는 불특정다수 지향적인 가게라면 페이스북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깊숙한 골목 안의 바라고 할까. 한국에선 이미 비슷한 '싸이월드'가 있었고 지금은 그 또한 블로그에 상당부분 영역을 넘겨주었다 생각했는데, 이 파워블로거는 다시 '페이스북'이란 이름이 새 물결로 다가올거라 예상했나 보다.

그의 책은 어렵지 않게, 쉽게 설명하려 애쓴 노력이 엿보인다. 예로 페이스북을 휴대폰(아마 스마트폰일테지)으로 사용하는 방법, 링크 거는 법 등 페이스북 유저가 된 이후라면 반드시 습득할 지식을 소개한다.




한편으로는 페이스북의 그간 에피소드, 역사 등을 토막상식처럼 소개해 재미와 학습적 흥미를 유발한다. 버거킹의 와퍼를 제공하고 그 댓가로 페이스북 친구를 희생시키는 이벤트가 불러온 뜻밖의 결과와 페이스북 마케팅 기법의 위력은 재미나게 소개하고 있다. 실소케 하는 유머러스한 설명 속엔 '인생 별거냐'는 허무적인 시각도 함께 묻어있어 묘한 여운을 남긴다. 배움을 위한 젊은이의 탐구정신과 더불어 중년의 초입에서 겪는 염세적인 슬픔이 연동되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한글로의 글이다'라고 재확인하게 된다. 그간 말많은 세상을 시사블로거로서 겪어온 흔적이기도 하다. 

즉, 이 책은 여러모로 대학생들에 인기있을 작품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페이스북에 대한 리포트나 논문을 작성할시 유용할 것이다. 한편으론 '한글로'라는 저명한 블로거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찾을 기회기도 하다. 이 시대에 '아트'적 차원에선 볼거 못볼거 다 섭렵하는 시사블로거로서, 또 '스킬'적 면에선 기기문명의 얼리어답터로 살아온 디지털 지식인이 어떠한 성격의 시각으로 살아가는지 문체속에 묻어나는 냉소적 온도와 냄새로서 살필 수 있는 기회이기에.   



 
페이스북으로 즐기는 게임 '팜빌'에 대해서도 상당부분이 할애되어 있다. 아이티 돕기 등 국제적 시사문제에 페이스북 유저들은 어떻게 동참했는지도 알려준다. 아울러 페이스북의 태동과 그를 담은 영화 소개, 이를 탄생시킨 대학생의 이야기는 책에 없는 또다른 이야기들을 찾아보게끔 유도한다.

페이스북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이로서 책 내용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한다. 다만, 한 블로거가 꽤나 긴 공백기를 가졌던 사실을 먼저 인지하게 되는 입장에서 이 책은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 파워블로거의 명예에서 과감히 등을 돌리고 적지 않은 시간동안 시야에서 사라졌던 이가 귀환과 함께 들고 온 책 한 권. 그건 본디대로라면 왕성히 활동했을 그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추구했던 그의 가치이기에 그 결과물에 절로 관심이 간다.
그게 아니라면 그에게 있어 이 책은 휴식이었던 걸까. 더이상 시사판 블로거로서 계속 나아가기엔 지쳐서, 또 보기 아찔한 일들이 많은 속세에 권태를 느껴서 잠시 다른 무엇을 가꾸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 책 속엔 블로거로서 보여주던 그의 문체가 그 공백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실과 현상을 설명하면서도 자신만의 주관을 언뜻언뜻 던지지만 그건 절대 직설적이거나 강경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자기만의 스페이스를 구축하는 그만의 방식. 그리고, 그 뒤엔 웃어넘기면서도 씁쓸한 맛의 잿빛이 남는 것. 그건 결국 '파워블로거 미디어 한글로는 다시 돌아온다'란 운명을 예고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굳이 필요없어보이는 영역일지라도 자신만의 특색으로 개척해 나가겠다는 결심을 내비친 것일까.


권근택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