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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중3아들의 기자수업' 경남도민일보 국장 부자의 동행

'아버지와 중3아들의 기자수업' 경남도민일보 국장 부자의 동행





길을 걷는다. 삶에서 가장 감수성 예민한 중학교 3년생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돌담길을 내려온다.

"애 너무 안 챙기는거 아녜요?"

한쪽 발을 다친 아들이다. 아버지는 매정해 보일만치 그냥 둔다. 부축하지도 않는다. 단 한번도 부축하는 걸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아들도 "괜찮은데예"하며 별로 개의칠 않는다.

신문사 편집국장 아버지와 아들래미의 기자수업.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은 아들 태윤이와 1박2일의 블로거 여행에 나섰다. 기자임과 동시에 블로거인 아버지, 그 영향을 받아 역시 개인 블로그를 꾸려가는 아들. 멀리서 보니 영락없는 붕어빵.

이들이 걷는 곳은 경북 상주의 늦가을 경천대다. 여러 블로거들과 함께 하는 여정. 하루에도 산길을 두번 타야 하건만 다친 발로 아들은 잘도 걷는다. 사실 발병 나면 그만큼 갑갑한 것도 없는 것이 기자라는 직업. 블로거기자도 예외는 아니다. 실전으로 그것을 깨우쳐 주는 건가.

아버지 김주완 국장은 앞서 말했듯 파워블로거로도 유명하다. 동료 김훤주 기자와 함께 시사 팀 블로그 '지역에서 본 세상'(http://2kim.idomin.com/)을 운영하고 있다. 만일 누가 덕담삼아 '기명기사보다 여기 포스팅이 더 알차다'라고 한다면 그건 진짜 칭찬일까 욕인걸까. 사실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스스로 "기사체는 기자의 역량을 살릴 수 없는 체며 블로그글이 진짜"라고 소신을 밝히는 '리포터'요 '라이터'다. 적어도 내가 본 바 그는 간결히 팩트만 전달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업계에 있어 '돌연변이' 국장이다.

아들인 태윤 군은? '마산 중딩 태윤이의 놀이터'(http://kimty.tistory.com/)가 절찬리 업데이트 중. 1인 미디어의 어엿한 편집장이다. 어머니에게서 빌린 컴팩트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발자욱을 찍어댄다. 


 


"왜?"

"(아드님) 다리... 아무래도 힘들어 보이는데..."

둘은 아무 말 않는다.

"사진 한장 찍겠습니다."

그렇게 잠시 한숨 돌릴 시간을 번다. 사진 찍을 때도 별다른 스킨쉽은 없다. 나는 나, 너는 너의 마인드가 사진 한장에도 그대로 묻어나온다.

두 사람은 전형적인 경상도의 父子다. 말도 별로 없어서 먼저 말 붙여 듣는 단답형 대답이 거진 전부다. 서로에 대한 소통도 딱딱하기 그지 없어서 아버진 "힘들면 따라오지 마라" 그 한마디로 끝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군말없이 홀로 절뚝대며 뒤를 따른다. 애 너무 강하게 키우는거 아니냐고 물어도 아버진 대답이 없고, 아들은 "괜찮은데여" 한 마디만 남겼다.

그들이 함께 설 때는 아버지의 수업이 시작된다. 저기가 어디다 하며 가리키면 아들은 카메라를 만지작댄다.





경천대를 둘러싼 강가엔 마침 공사현장이 펼쳐져 있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오가고 사람들은 "4대강 공사현장이다"하며 서로 말을 주고 받는다. 아무래도 4대강 문제에 민감한 경남지역 블로거이자 경남도민일보의 기자다. 셔터를 눌러댈 때 아들도 꼭 닮은 모습으로 자신만의 취재사진을 만들어낸다. 헌데 아들한텐 '니 머리로 직접 생각하라'는 건지 별다른 말을 않는다. 이렇다 저렇다 말이 그다지 없는, 거짓말 조금 보태면 묵언에 가까운 수업.

기자가 될지 큰 키를 살려 지금 즐기는 대로 농구선수로 클지 그도 아닌 것일지. 아들이 어떤 길을 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뜻대로 안되는게 삶의 묘미라 한다면 자식만큼 멋진 변수도 없을 것이다. 사실은 정말로 자기의 업을 되물려 받길 바랄지 어떨지 아버지의 본심도 여기서 떠 보긴 쉽지가 않은데. 그래도 자신과 같은 일에 열심인 자신의 아이가 싫을리는 없지. 

전망대에서 내려와 잠시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한 1시간 가량 안보였나 보다. 경천대와 대왕세종 촬영 셋트장에서도 보이질 않는데. 어디로 갔는가. 






돌아가는 길의 흔들다리 너머에서 부자가 보였다. 나란히 앉아서 휴식을 취하다 여기서 일행이 부르니 싱긋 웃으며 손 들어 보인다. 둘이서 나란히 그러고 있으니 아주 희한한 광경을 본것도 같다. 경상도 남자는 본디 웃는 모습 잘 보이지 않는 법. 그래서 순간 실컷 봐 뒀다. 조금은 다정한 모습을 보이려나.

역시나 그게 끝이었다. 두 사람은 다시 나란히 걷지만 절대 부축은 없다. 절뚝대는 아들과 마이로드 마이페이스의 아버지. 너는 너, 나는 나. 그렇게 자기 갈 길을 간다. 기자수업은 남자로서 홀로서는 것까지 옵션으로 붙여 그렇게 진행됐다. 뒤에서 보니 앞에서보다 더 빼다닮은 아버지와 아들. 다만, 키는 곧 아들이 따라잡을 기세다.




아버지란 매정하다. 그런데 그게 때로는 순수하게 정으로 와닿을 때가 있다 .저 한 장의 사진에서 그걸 찾아낼 수 있다면 당신 역시 오래전 꽤 괜찮은 추억을 나눠가진 사람이다.

당신 아버지와 함께 말이지.



권근택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