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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향기가 가장 강할 때는 언제? 상주곶감명가의 비밀

곶감 향기가 가장 강할 때는 언제? 상주곶감명가의 비밀


한번도 맡아본적 없는 향내가 가득한 귤빛 통로로 걸어들어가 봤다. 코를 벌름거리며 찾았다. 이 강렬한 향취가 최고조로 달하는 부분은 어디?

 



11월 20일, 경북 상주.
오후 햇살이 새어드는 공장 안. 상주곶감명가의 내부가 공개된다. 곶감으로 짜여진 벽 사이 복도로 성큼 걸어들면서 새로운 세상을 본다. 





사실 난 곶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난 곶감이나 전통과자를 먹으며 자란 세대가 아니다. 달콤한 간식은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최고였던 시절의 아이로 자라났다. 그런 내가 이토록 많은 곶감의 그레이트월에 들어설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정말 그랬다. 익어가는 곶감의 우주에는 생소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하늘의 햇살과 늦가을 열매가 비슷한 색채를 발하는 공간에 덩그러니 홀로 놓인 듯 그렇게 걸었다. 잠깐동안 내 인생이 걸려든 찰나의 환상이다.




곶감의 향은 처음부터 강한게 아니었다. 후각이 둔감하다면 입구에서는 그냥 과실 내음이 느껴진다 정도로 끝이었을 터. 그저 시각적인 이미지만이 농도짙은 자극을 전해올 뿐. 그런데 향이 점차 짙어져가는 장소가 있었다.




곶감은 안으로 들어설수록 주름이 짙어지고 영글어간다. 맨 끝으로 들어서면 고체에 가까워진 형상,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그런 곶감의 모습이 된다. 하지만 정작 이 종착지는 초입부분과 마찬가지로 향이 엷어지는 부분이다.

정답은 한 가운데.

곶감의 향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장소는 한참 익어가는 단계다. 이 장소의 정한가운데. 사람으로 친다면 청장년의 위치다. 박경화 대표도 그렇다고 했다. 단감의 과거와 곶감의 미래 그 가운데 자락이 향취에 있어선 클라이막스다.
거기에선 색다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신선이 사는 영산의 구름 끝자락, 혹은 도원향이라고 하는 그런 곳에서 이런 내음이 풍긴다면 그럴듯하지 않을까 싶다.
  


박 대표 내외는 여기서 곶감과 함께 익어간다. 아무것도 없던 벌판에다 직접 포크레인을 몰고서 돌과 흙을 날라 곶감명가를 다졌다. 굳어진 기반에다 매년 감을 매단다. 그 곳에선 이를 지키는 인간도 함께 익어간다. 세월과 함께 인간도 곶감도 그렇게 주름져 간다. 나이를 먹는다는게 나쁜 것만은 아님을 그렇게 증명하고 있다. 때론 세월이 흘러야 완성되는 진리가 있다.

그들이 익어가는 세월은 호락하지 않다. 풍파가 있기 마련. 올해는 수확이 전년보다 일주일가량 늦었고, 수확량이 줄어 단가는 올랐다. 시중 백화점에 8만5천원으로 납품하던 가공 제품을 올해는 10만원에 내건다. 그래도 항시 말로 다 못할 것들을 겪어 왔듯 이번에도 그렇게 인고한다. 전국 총생산량의 6할 이상인 곶감의 본고장 상주에서도 대표적인 생산지로 거듭난 곶감명가의 노하우가 올해의 그것도 양분으로 삼을 것인가.


권근택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