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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한명숙에 노무현의 그림자가 버거울 때, 감탄하는 순간

한명숙에 노무현의 그림자가 버거울 때, 그에게 감탄하는 순간




5월 27일. 서울 종로 토즈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블로거들의 번개가 있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이 자리를 함께 하고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도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자리.

후보자가 자리를 떠나고, 이 전 총리와 김 의원이 남아 간담회를 이어갈 때였다.
분위기는 순간 묘하게 흘렀다. 한 블로거가 "사실 불유쾌한 기분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운을 뗀 것. 얼마전, TV토론에서 한 후보의 토론이 실망스러웠다는 거였다. 그는 이에 따른 대안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또다른 참석자도 같은 성토를 했다. "토론 후 후보자 측을 비난하는 상당수는 다름 아닌 나 같은 사람들(야권에 우호적인)"이라며 선대위 측이 스스로 짚고 반성해야 할 것을 촉구한다.




간담회 종료 후, 김진애 의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토론하는 것과 실무능력이 꼭 비례하진 않으니까"라고 토론 후 아쉬움을 애써 달래보였다. 이에 난 "토론하는 것도 분명 유권자들에 보여주는 능력 중 하나"라며 이 같은 말이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님을 밝혔고 김 의원은 "원체 앞에 나서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시라..."며 역시나 아쉬움을 내보였다.

그리고 화제가 잠시 노무현 전대통령으로 흘렀다. 역시나, 노풍과 한명숙은 뗄레야 뗄 수 없었기에. 아울러, TV토론 후 지지층에서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노 전대통령의 토론하고 겹쳐보는 거겠죠."

한명숙에게서 노무현을 보고자하는 친노 성향 지지자들로선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강단있는 언변, 토론하는 능력을 후보자에게서도 기대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러니까..."하면서 수긍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조금 남달랐다.

"그러니까, 노 전대통령께서 우릴(민주당을) 잘못 길들이셨어요."

김진애 의원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너무나도 앞에 나서서 잘 싸웠기 때문에 도리어 그의 사람들은 그처럼 강하게 맞서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때로는 노무현의 그림자가 한명숙 후보에 패널티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거군요."

"그래서 유시민 후보에 대해선 열광들 하잖아요. 토론을 잘 하니까."

'노풍'을 등에 업은 것이 상황에 따라선 도리어 짐이 되고 만다는 것을 김진애 의원도 수긍해 보였다. 바꿔 말한다면, 그만큼 노무현 전대통령은 토론을 잘하는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다. 김진애 의원 말대로라면 그들에 있어 너무도 강력한 방패이기도 했다. 정작 자신들은 그의 부재와 더불어 자신들에게 그것이 부재함을 한탄할 만치.

이번 선거판에서 노풍을 이야기하고 또 단일화를 통해 '노무현의 아이들'이 야권의 핵으로 떠오르는 걸 보며 매번 느낀다. 떠나갔음에도 그의 그림자가 크다는 것을. 또한 그것이 짐이 되기도 하는 모습에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떠난 후에도 매번 돌아보게 되는 그였다. 

한명숙 후보에 있어 노풍은 단순히 순풍으로만 부는 것이 아니라, 검증하고 극복할 과제기도 하다. 물론 토론만은 아닐 것이다. 성패여부에 따라 그 노풍의 성격을 달리할 과제, 그리고 기회 말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