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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스포츠

세레머니 경고, 경직된 K-리그에 아쉬워

세레머니 경고, 경직된 K-리그에 아쉬워

14일, 성남 일화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케이리그 수중전.
빗속에서도 멋진 화력을 과시한 성남 일화. 특히 몰리나 선수의 두번째 논스톱 캐넌슛은 빅리그 경기를 보는 듯한 멋진 장면이었다. K리그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마침 일요일 저녁 채널을 돌리던 나는 이들의 경기력에 내심 감탄하며 후반부 상당부분을 지켜보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내내 서서 웃는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 순간, 골을 넣은 선수가 멋쩍어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건 세번째 골을 넣은 파브리시오 선수가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관련보도 일간스포츠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k_league/breaking/view.html?cateid=1171&newsid=20100314202804431&p=ilgansports)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보여주는 골 세레머니가 과도한 것으로 간주되어 옐로카드를 받았다. 간만에 남미 리그에서나 보던 재미거리에 흥을 더했을 관중 내지 시청자들은 뜨악할 상황이다.

'5분더 캠페인'이란 것은 처음 알았다. 올 시즌부터 실제경기 시즌을 늘리고자 케이리그 측이 벌이는 이 캠페인은 그 일환으로 세레머니도 규제하고 있었다. 이에 파브리시오는 자녀들을 위한 세레머니였다고 해명했다. 신 감독은 자체적으로도 벌금을 물리는 등 규제를 강화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이해못하겠다는 것은 다름아닌 연맹과 신 감독이다.

누구를 위한 골 세레머니인데 누구를 위해 규제한다는 것인가


  프로축구연맹(http://www.kleague.com/) 게시판엔 곧바로 이의 제기가 들어온다. 너무 심하다는 이동호 님은 "파브리시오 세레머니처럼 재밌는거 1분 보는게 지루한 공돌리기 5분보다 훨 낫다"며 "딱히 피해 준것도 아니잖느냐"고 밝혔다. 임현민 님은 "볼거리를 줄이는 자살행위"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날 상황은 시간 지체로 촉각을 다투거나 하는 성질이 아니었다. 3대0으로 벌어지는 상황, 그리고 후반전이 상당히 남은 시간대였다. 가면을 꺼내 세레머니를 한다고 해서 시간이 그렇게 지체된 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융통성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본래는 승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지연하며 재미를 떨어뜨리는 걸 방지키 위한 캠페인의 취지가 도리어 팬들이 원하는 서비스, 재미를 규제하는 꼴이었다는 비판이다.

앞서 소개한 관련보도의 게시판은 더하다. 케이리그 재미를 더 죽이는 것이라고 맹비난하며 파브리시오 선수를 두둔하는 글이 봇물처럼 터졌다. "외국 리그 못 봤느냐"며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반응도 나왔다. 세레머니에 경고가 나온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는 선수 본인의 것과 일치하는 반응이다.

사실 케이리그는 그간 재미나 게임 수준의 제고 등으로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중계가 확산되면서 찬밥신세가 된 것도 사실이다. 대놓고 재미없다는 평이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로 디시인사이드 축구갤러리의 유저 중엔 대놓고 "벽 보는 것과 케이리그 보는 것 중 뭐가 더 대단하냐"고 묻기도 해 사람을 실소케 한다. 특히 그간 벌어졌던 고의적인 공돌리기 등은 많은 지탄을 받았다. 승부에 집착하다 팬들이 다 떠난다는 경고를 받아들였다는 점에 있어서 이번 캠페인은 의미를 가진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골 세레머니 규제에 대해선 역효과란 평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너무 경직된 사고로 도리어 팬들이 원하는 재미 요소 하나를 죽여버린다는 것.

국내 최대 축구커뮤니티 중 하나인 다음 카페 아이러브사커(http://cafe.daum.net/WorldcupLove)에서도 이날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폭발적 화력을 자랑한 성남에 대한 이야기에 이번 경고 논란도 당연히 도마에 올랐다. 파브리시오는 이날 경고에 따라 누적에 따른 결장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 함께 거론된다. 멋진 경기력을 지닌 선수를 이런 일로 못 볼 수도 있다는 점이 또한번 축구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모습이다. 한 카페가입자는 '병신같은 5분더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형평성에 안 맞다는 의견도 있다. 얼마전 불교계는 축구선수의 기도 세레머니를 두고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 이에 한 관계자는 규제가 곤란하다는 멘트를 냈는데 이를 두고 네티즌 사이에선 '차라리 이걸 규제하라'는 주장이 돌고 있다. 종교적 논란에 오르는 세레머니는 터치하지 않는 반면 팬들이 원하는 재미있는 세레머니는 터치하는 것이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원칙이란게 지켜지지 않아 문제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 아쉬울 때가 있다. 더욱이 그 원칙이 원칙대로 적용된 것이냐는 부분에 닿으면 논란은 커지기 마련이다. 상식에 따른 적절한 판단이 아쉬운 순간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