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대설 속에 파묻힌 서울
4일 오전 9시. 서울 까치산. 포털 뉴스에서 폭설로 교통 마비라는 기사를 막 접하고 나온 터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갯길에선 운전자들이 나와 차를 밀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바퀴 달린 탈 것의 숙명이다.
이미 출근시간은 한참 지났을 9시45분. 그러나 지하철 상황은 러시아워가 한창일 때를 방불케 한다. 영등포구청 라인은 신도림 역을 보는 듯 인파로 넘쳐나고 열차는 평소보다 연착. 그러나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이다. 신도림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폭발에 날려들듯 비집고 들어와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신도림에서 대림으로 가는 지상 구간에서 열차는 멈춘다. 강남 구간에 문제가 생겼고 바로 앞 대림역 플랫폼에도 바로 앞 열차가 아직 떠나지 못한채로 있다는 것. 높은 지상 구간에 열차가 걸려 있다보니 꼭 케이블카가 대롱대롱 매달린 듯한 착각을 가져왔다.
열차 안은 콩나물 시루보다 더하다. 콩나물을 이렇게 심었다간 모두 과채쥬스가 됐을 터, 비위 약한 사람은 당장에라도 도피하고플 만큼 상황이 어렵다. 결국 2호선 열차는 일곱정거장을 가는데 평소보다 30분가량을 더 잡아먹었다.
하늘 위 상황은 정오경이 되어도 크게 달라질 바가 없었다. 가방 위에 내리는 눈송이는 보송보송한게 스티로폼 가루를 연상케 한다. 드라이한 백설, 싸락눈인가.
정오경의 서울 봉천동 거리. 오전내내 내린 눈이 새하얗게 세상을 덮었다. 그래도 이 때는 잠시 눈발이 그친 듯 보였다.
착각이었다. 김포공항 방면으로 향하는 651번 버스 안에서 다시 불어난 눈덩이가 쏟아져 내리는걸 지켜봤다.
1시. 신월동. 이미 횡단보도와 차도의 구분은 신호등만으로 가능하다. 인도 위에선 사람들이 집 앞 눈을 치우느라 바쁘다. 사람이나 차나 한데 뒤섞여 슬로시티를 연출한다.
어린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어른들 사정이야 알 바 아니다. 흰 눈의 속살을 헤집으며 솎아내고, 뒤집고, 퍼뜨리고.
어른들 괴롭히는 폭설을 도리어 몸살날 때까지 괴롭히는 무서운 것이 아이다.
제설차량 투입. 한번 주욱 밀고 갔다가 어느새 다시 소복히 눈 쌓여가는 도로를 또 한번... 무한루프다.
신월동과 화곡동의 경계선에 위치한 가로공원길. 주차차량은 눈사람이 됐다. 시속 20킬로미터를 채 내지 못하는 차량들. 버스는 유턴하다가 신호에 딱 걸려 빼도박도 못하고, 승용차 헛바퀴질 보는 것도 이젠 익숙하다.
차라리 눈이 발 위까지 쌓이니 미끄러질 염려는 없더라. 동네사람들이 멀리서 걸어온 나를 흘긋흘긋 본다. 설인 비스무리하게 새하얘진 것. 머리에 쌓인 눈은 녹아 떨어져내리는 대신 머리칼을 얼려버렸다.
화곡 1동 언덕길. 카트라이더를 보는 듯한 장면의 연속. 눈 속에 반쯤 파묻힌 바퀴로 힘을 내는 차량들. 미끄러짐 없이 달릴 수 있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었다. 남쪽 출신은 좀체 볼 수 없었던 서울의 기이한 풍경들이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
4일 오전 9시. 서울 까치산. 포털 뉴스에서 폭설로 교통 마비라는 기사를 막 접하고 나온 터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고갯길에선 운전자들이 나와 차를 밀어주는 모습이 보인다. 바퀴 달린 탈 것의 숙명이다.
이미 출근시간은 한참 지났을 9시45분. 그러나 지하철 상황은 러시아워가 한창일 때를 방불케 한다. 영등포구청 라인은 신도림 역을 보는 듯 인파로 넘쳐나고 열차는 평소보다 연착. 그러나 문제는 그 때부터 시작이다. 신도림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폭발에 날려들듯 비집고 들어와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신도림에서 대림으로 가는 지상 구간에서 열차는 멈춘다. 강남 구간에 문제가 생겼고 바로 앞 대림역 플랫폼에도 바로 앞 열차가 아직 떠나지 못한채로 있다는 것. 높은 지상 구간에 열차가 걸려 있다보니 꼭 케이블카가 대롱대롱 매달린 듯한 착각을 가져왔다.
열차 안은 콩나물 시루보다 더하다. 콩나물을 이렇게 심었다간 모두 과채쥬스가 됐을 터, 비위 약한 사람은 당장에라도 도피하고플 만큼 상황이 어렵다. 결국 2호선 열차는 일곱정거장을 가는데 평소보다 30분가량을 더 잡아먹었다.
하늘 위 상황은 정오경이 되어도 크게 달라질 바가 없었다. 가방 위에 내리는 눈송이는 보송보송한게 스티로폼 가루를 연상케 한다. 드라이한 백설, 싸락눈인가.
정오경의 서울 봉천동 거리. 오전내내 내린 눈이 새하얗게 세상을 덮었다. 그래도 이 때는 잠시 눈발이 그친 듯 보였다.
착각이었다. 김포공항 방면으로 향하는 651번 버스 안에서 다시 불어난 눈덩이가 쏟아져 내리는걸 지켜봤다.
1시. 신월동. 이미 횡단보도와 차도의 구분은 신호등만으로 가능하다. 인도 위에선 사람들이 집 앞 눈을 치우느라 바쁘다. 사람이나 차나 한데 뒤섞여 슬로시티를 연출한다.
어린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어른들 사정이야 알 바 아니다. 흰 눈의 속살을 헤집으며 솎아내고, 뒤집고, 퍼뜨리고.
어른들 괴롭히는 폭설을 도리어 몸살날 때까지 괴롭히는 무서운 것이 아이다.
제설차량 투입. 한번 주욱 밀고 갔다가 어느새 다시 소복히 눈 쌓여가는 도로를 또 한번... 무한루프다.
신월동과 화곡동의 경계선에 위치한 가로공원길. 주차차량은 눈사람이 됐다. 시속 20킬로미터를 채 내지 못하는 차량들. 버스는 유턴하다가 신호에 딱 걸려 빼도박도 못하고, 승용차 헛바퀴질 보는 것도 이젠 익숙하다.
차라리 눈이 발 위까지 쌓이니 미끄러질 염려는 없더라. 동네사람들이 멀리서 걸어온 나를 흘긋흘긋 본다. 설인 비스무리하게 새하얘진 것. 머리에 쌓인 눈은 녹아 떨어져내리는 대신 머리칼을 얼려버렸다.
화곡 1동 언덕길. 카트라이더를 보는 듯한 장면의 연속. 눈 속에 반쯤 파묻힌 바퀴로 힘을 내는 차량들. 미끄러짐 없이 달릴 수 있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었다. 남쪽 출신은 좀체 볼 수 없었던 서울의 기이한 풍경들이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