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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군대 18개월, 2-7-7-2 진급방식으로 변경하면?

군대 18개월, 2-7-7-2 진급방식대로 바뀌면? 
이병,병장 딱 2개월에 일병 상병은 14개월 그대로? 허와 실 살펴보기
 
 
 
복무기간 18개월, 이등병 두달 만에 일병 진급... 병장 두달 달면 고향 앞으로.

신문 읽다가 생각해본다. 몇년 전이었다면 '어느 나라 이야기냐. 정말 부럽다'며 화들짝 놀랐을 거라고. 지금이야 무덤덤하지만, 필시 그랬을 거 같다.

국방부가 27일, 군 복무기간 단축에 따라 진급 시스템을 파격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다. (관련보도 경향신문 http://media.daum.net/politics/view.html?cateid=1021&newsid=20091227174610717&p=khan)

가만 읽어보니까, 놀랄만한 대변화도 있고 반면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는 '불문율'도 지속되더라.

이건, 26개월 복무제였던 9년여전 입영했었고 내년이면 예비군 7년차가 되는 젊은 아저씨의 관점에서 짚는 이야기다.

      

 
  조만간 떨어지는 낙엽도 피해간다던 말년병장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1. 이건 진짜 상상하기 어려웠던 거야! 군 생활 18개월 - 복학 계산법, 겨울 3번은 이제 옛 말

말 그대로다.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이래 써 놓으니 10년이 상당한 세월이긴 하다) 복무기간이 3분지 2가량 줄어들 줄이야. 생각도 못했네. 이미 단축 방안은 오래전부터 접해 들었지만, 막상 가시화되니까 기분 참 묘하다.

나는 육군으로 26개월을 복무했다. 2년 2개월. 조금 넘치는 2년이다.

울 아버지 때는 항시 '군대 3년'이란 말을 썼다. 참말로 죽을 맛이었을 기성세대로다. 연민마저 느껴진다. 그러던 것이 내가 제대할 즈음엔 갑자기 24개월로 단축되더라. 머지않아 제대할 군번이건만, 조금씩 혜택을 보는 후임들을 보면 도리어 부러웠다.

그러던 것이 이젠 1년 반이라. 8개월이 줄어들다니. 이건 가장 길게 달았던 상병 기간만큼 없어진 거잖아.

하지만 그 의미는, 단순히 짧아진 기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청춘 스케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오는 것. 26개월 세대와 18개월 세대는 시간 설계에 있어 벌써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인다.

군대 들어오는 시점은 십중팔구 20대 초반. 대학 진학자가 다수를 이루는 실정이다 보니, 대개는 재학 중 휴학계를 내고 입소한다. 대학 1, 2년 때 들어오는게 '정석'으로 여겨지던 01군번이었다.

복무기간이 26개월이다 보니 여러모로 애매했다. 군대 생활은 2년하고 조금 더 하는데, 실질적인 공백기는 3년. 군대 가기 직전까지 대학생활하고 돌아오자 마자 복학하면 되지 않냐고? 학기 스케줄이 있잖은가. 이래재고 저래재도 2년만의 컴백은 어렵다. 대개는 3년만에 대학 생활을 재개한다.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시간을 잘 설정하면 여유없이 꼭 맞게 2년만의 복학을 이룰 수 있다. 그 시점은 딱 두 번 존재한다. 12월~1월과, 6월~7월 사이. 학기 끝나고 방학기간 돌입하자마자 들어갔다가, 역시나 학기 직전 내지 학기 초에 돌아오는, 초쌈박리얼나이스 타이밍이다. 실제로 나 역시 그런 케이스. 1월 둘째주에 입대해 3월 둘째주 제대. 복학 첫 주는 말년휴가로 커버하거나 어쩔 수 없이 포기했지만, 그 정도 선에서 운 좋게 2년 복학을 성사시켰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가능은 하되 쉽지는 않았다. 이 때를 노리는 사람이 많아 미리 손 쓰지 않으면 밀려 버리기 일쑤. '군대 3년'이란 선대 때의 옛 말이 바깥의 지인들에겐 지속됐던 이유다.

그러나 18개월로 바뀌면? 이럴 일은 전혀 없단 말이지. 어느 때 입대해도 입대연도와 다음해인 제대연도만 비우면 최소한 군대때문에 2년 이상 학교 자리를 비울 이유는 없다.

아니지. 만일 시간을 잘 맞춘다면 1년 반, 3학기만의 복학도 가능하단 계산이군. 코스모스 졸업으로 말이다. 참... 세상 좋아졌다.

하나 더 있다. 26개월 복무세대 중 1월을 비롯한 겨울 군번은 군대에서 겨울을 세번 났다. 추운 최전방 지역에서 겨울을 세번 나는 것은 은근히 손해보는 기분. 물론, 여름 군번 역시 폭염을 세번 나는 것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 때를 선호했던 이유는 앞서 말했듯, 2년만의 복학을 노리기 때문에.

18개월엔 그런거 없다. 군에서 지낼 계절은 여섯에서 일곱 계절이다. 상황에 따라선 싫어하는 계절을 1번만 지내고 돌아와도 되지 않느냔 말이다. 봄, 가을을 입대 시점으로 선호할 것이 눈에 선하다. 

 

2. 군대 분위기가 달라질 수 밖에 없겠는걸? 이병, 병장 시절은 딱 2달

자, 이번엔 현재 조정 추진 중인 2-7-7-2 시스템을 한번 보자. 여기엔 두가지 상반되는 결론이 나온다. 하나는 군대 풍토 자체가 뒤흔들리는 변화요, 또 하나는 26개월때나 18개월때나 별반 다를게 없는 것이다.

먼저, 분위기 변화를 예상할 수 밖에 없는 점부터.

지금 논의 중인 2-7-7-2는 진급 시스템. 다시 말해 이등병 기간 2개월, 일등병 기간 7개월, 상병 기간 7개월, 병장 기간 2개월을 뜻한다. 현재 네티즌들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병과 병장 기간의 파격적이다 못해 상식을 뒤엎는 단축분량이다.

26개월 시절엔 6-6-8-6 시스템이었다. 상병만 두 달 더 길 뿐, 나머지 계급은 동일하게 반년동안 달고 지냈다. 이렇다보니, 단순히 계급만 놓고선 위계질서가 분간이 되질 않았다. 상병과 병장은 첫 두달 간 '물병장', '상병물' 등으로 불리며 니도 내도 아닌 이상한 기간으로 여겨졌다. 반면 상병 마지막 두달은 병장 이상의 입김을 과시했고, 병장의 마지막 한달은 정반대로 '민간인'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부대 간부들조차 투명인간 취급을 하니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꽤나 웃겼다. 

세월무상을 느끼게 하는 2-7-7-2 시스템을 두고 국방부 측은 "병사간 서열 의식 완화"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어떻게 보느냐를 떠나 확실히 서열 의식에 변환점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병보충이 적은 소규모 부대의 경우엔 '쫄병'인 이등병 자체가 매우 희귀(?)해짐에 따라 전반적인 평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까. 반면 병장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복잡해 진다.

6개월일 때는 '꺾인 병장'이란게 존재했다. 중간을 기점으로 위력이 상승하고 쇠퇴한다. 소위 '꼬인 군번'에 해당하는 경우엔 병장 달고도 물청소를 하는 웃지못할 광경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젠 그 가능성이 엄청 좁혀짐에 따라 최고참으로서의 체면은 설 수 있게 됐다.

일단은 귀하신 선망의 대상으로 가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곧 떠날 상황이다 보니 '꼬장 부리는 독한 병장'을 보기는 힘들어지겠지만, 그와 동시에 완전히 '종이호랑이' 취급 당하는 말년 병장의 포스 역시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 워낙 머무르는 시점이 짧다 보니 존재감 미비할 시기도, 독하게 발산할 시기도 부족한 것. 즉, 실질적인 리더로서의 인정은 절로 받되, 제 스스로 허세부릴 형편은 못 된다. 어느 네티즌 말마따나 '병장 할 맛 난다'는 것도, 또다른 네티즌 말마따나 '너무 짧아 병장 달 맛 안 난다'는 말도 다 동감할 부분이다.

그러나, 일병과 상병의 기간이 각각 7개월의 장기간을 고수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이건 뭐, 세월 지나도 못 바꾸는 거야? 수년간 깨지지 않은 일병과 상병의 '14개월'

이병과 병장이 엄청 줄어든데 반해 전투력의 실질적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일병과 상병은? 이건, 26개월 때나 18개월 때나 매한가지인 부분. 정말이지 이 부분은 세월이 바뀌어도 쉬이 손 대질 못하는구나 싶다.

무슨 말이냐. 26개월 복무기간 때 일병은 6개월이었고, 상병은 8개월이었다. 각각 7개월씩 동일한 지금과 비교해보면 서로 1개월씩 줄고 늘었을 뿐, '일병-상병'을 한데 묶은 14개월 기간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할 듯 하면서도 기묘하게 손발이 잘 맞는 관계를 유지하는게 일병과 상병이다. 적당히 때묻었고, 중간 계층으로서 동류감이 깊은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계급간 위계 의식이 엷다고 할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어디서 빗자루질이라도 하게 되면 가장 많이 동고동락하는게 이들이다. 상병으로 진급을 해도 무의식 속엔 일병의 연장선상이란 잉여 의식이 남는다. 이렇다 보니 따로 생각하기도 어렵고, 군 생활 중 가장 오래 기억남는 14개월 과정이다. 그저 일병 기간에 상병 기간 한달이 옮겨 갔을 뿐, 26개월일 때나 24개월로 축소된 지금이나 18개월로 바뀔 때나 이 때의 14개월은 십수년이 넘도록 깨어지지 않는 불문율로 남게 됐다. 커다란 변화를 맞을 것만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한가지 변화점을 굳이 꺼내자면, 이 기간은 더욱 더 그 의미가 강렬해(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졌다는 것. 이병과 병장 기간이 확 줄어듬에 따라 18개월중 무려 14개월을 차지하는 이 때의 비중은 군 생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웃지 못할 상황은 6-6-8-6 시스템에서도 심심찮게 터졌건만...  
 


마치며 - 실용적인 듯 하면서도 무용한 셈법

2-7-7-2로 이어지는 진급 시스템은 언뜻 봐선 실용적이고 계급의 의미를 확실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소한 숫적으로 팍 줄어들 병장만큼은 '몇호봉이냐'를 잴 거 없이 그 존재만으로 훈련이나 유사시 상황 때 소대원들의 리더로서 파악이 용이한 것. 위관급 장교나 부사관이 없을시엔 견장을 달았는지 계급장이 꺽여 있는지 볼 거없이 내무실장 보듯 하면 되니까. 작대기 네개 자체가 곧 견장과 진배없는 상황이 된다.

이병이 줄어들게 되면 그 의미 자체가 일병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내지 '잠깐의 견습과정'으로 굳혀질 것이 예상되는데 이급과 일급의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것은 자명하다. 이 부분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유보한다.

문제는 이것이 계급의 가치나 의미를 명확하게 구분할 것처럼 보이면서도 막상 병영 현장에선 이병-일병-상병-병장의 공존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군대 생활을 해 봤더니, 군에선 병력 배치가 원칙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더라. 게다가 부대 내부의 특성으로 인해 인원 배치가 원래 것과는 다르게 이뤄져 각 내무실의 '생태분포'가 기이해 지기도 한다.

각 계급별 기간이 고루 분배됐던 26개월 시절에도 웃지 못할 기현상이 벌어지는 소대가 있었다. 부대에 병장들이 우루루 제대하고 나니 사람이 없어 일병이 견장을 다는가 하면, '똥차'는 너무 많은데 비해 후임의 공백이 너무 커 병장이 기상시간에 '소대원님들 일어나십시오'라 깨우기도 한다. 제대하고 나면 서로 킥킥대며 웃을 추억들이다. 그런데 이병과 병장의 존재를 이렇듯 희미하게 둔다면, 일병과 상병만 존재하는 내무실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계급의 가치를 명확히 한다기 보단 아예 없애버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것.

내 보기에 인원 공급이 정상대로 이뤄진다는 전제가 확실하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 아이디어는 군대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한 주먹구구식 셈법일 뿐이다.

 

글/그림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