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이색 수련회, 아카데미 현장을 가다
4일 용인의 한 리조트 세미나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웃음소리를 키운다. 어느 회사의 단체 야유회라도 되는 것일까.
"자네 다리가 왜 그래?"
"족구하다 다쳤어요. 다리가..."
"오늘 우승한 팀 왔어?"
8개조로 나뉜 테이블. 이 중 7조는 "우리만 찍어줘"라며 사진촬영을 즐긴다.
7조 공현라 씨(사진 맨 우측)는 붙임성이 좋다. 이름 꼭 소개해달라고 하기에 그러겠다 확약했더니 곧장 가슴팍에 어퍼컷 소나기. 아니, 저 알아요? 아니. 그것보다 먼저, 무슨 모임이야?
아하 그렇구나. 알고보니 이 사람들, 회사원이 아니라 민주당 사람들이다. 서울시당을 비롯 여기저기서 모여든 당원들이 옹기종기 앉은 이 곳은 '민주당 리더십 아카데미' 현장. 수련회도 아니고, 야유회도 아니고 아카데미라... 대충 비슷비슷한거 같긴 한데.
이야길 들어보니 이 날은 3일간 일정 중 마지막 밤이라고. 정당 사람들의 모임은 어떤 모습일까 호기심이 동한 나, 본격적으로 취재에 나섰다.
이 날 저녁 행사는 5분스피치 대회를 주 내용으로 이어졌다. '말발 좀 된다' 하는 사람들 아홉명이 나서 열띤 웅변을 선보이고, 네명의 심사위원이 이를 심사한다. 이들이 꺼낸 이야기 주제는 현 정부의 문제와 정치 이슈 비판, 시민을 대상으로 한 민주당 홍보 등이었다. 이 중 수상권에 들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연사를 골라 동영상에 잠시 담아봤다.
연사는 침착하게 이야길 잘 끌어갔건만 기껏 긴장감 잡힌 분위기, 진행자나 심사위원이나 곧장 그걸 풀어버리고 만다. 어디까지나 즐거움을 전제한 진행이다.
그런가 하면 이 연사 , 뜬금없이 노래를 부른다. 서울시민들 앞에 민주당 홍보하라니까 뭔 짓이야?
서울시민들을 향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낼 민주당의 프로포즈. 솔직히 프로포즈 곡 치곤 올드하긴 하다.
헌데 다른거 제쳐두고, 노래. 이 정도면 잘 하는 편입니까? 가산점이 됐는지 감점이 됐는지는 좀 더 지켜보면 알겠지요.
아차 룰 설명을 잊었다. 스피치의 제한시간은 5분. 절반이 지나면 종이 한번 울리고 5분이 되면 2번 친다. 15초가 더 흐르면 세번 울린다.
"에, 세번 울리면 그 땐 열화와 같은 박수로... 더 이상 연설 못하도록 방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이."
진행자의 설명에 웃음소리 요란하다. 문제는 역효과가 발행, 연사마다 종이 두번 울릴 겨를도 없이 거의가 일찍일찍 연설을 접어버렸다. 난감한 진행자, 결국 3명째까지 듣고서 다시 말한다.
"너무 짧습니다. 시간 좀 지켜주시면..."
우짜라는거야.
시간을 재며 종을 치는 관리자들. 훗. 하지만 나는 봤지. 종치는 시간이 가끔씩 영 이상하다. 3,4분 지나도록 종 한번 안울리더니 첫째종과 둘째종이 30초 간격으로 터지면 어쩌자는거야 시방?!
자. 그렇게 열띤 스피치가 끝났다. 심사위원들의 점수집계 완료. 드디어 영예의 최우수상 발표다.
역시나 내 눈은 정확했다.
축하의 박수소리가 울리는 가운데 나는 또 한사람, 예견했던 후보자에 아쉬운 탄식을 꺼냈다.
"그러게 노래 좀 잘하라니까..."
담번엔 좀 더 첨단을 달리는 노래를 찾아보길 제안해 봅니다. 예를 들면 빅뱅의 그 멋진 친구가 부르는 '나만 바라봐'를 개사한다거나... 아. 맞다. 그 노래는 생각해보니까 가사가 좀 여러모로... 난제네.
...그래도 빅뱅 팬들에겐 만사 제쳐두고 호응 좀 얻을껄?
한 심사위원은 마치고 나서 "넷 중 세사람의 의견이 등수까지 거의 일치했다"며 놀라워했다. 자칫 딱딱하게 흐를 수 있는 행사가 흥미있게 진행됐다고 말을 건네니 그는 이렇게 촌평한다.
"형식에 얽매이거나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페이스를 이끄는 면을 보면요, 일단 우리가 여당보다 그런 점에 있어선 건전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성의 목소리도 함께 꺼낸다.
"다만 이러한 점도 짚고 넘어갑니다. 이전 우리가 선거에서 패했을때를 생각해보면, 아직 국민들 중엔 '이 녀석들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하고 밝은 분위기를 안 좋게 보실 수도 있거든요. 여러모로 건전하고 발랄하고도, 또 한편으론 진지하고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모두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밝은 모습으로, 또 한편으로는 '승리'를 외치며 내년 선거를 말하는 민주당이었다. 이제 반년 앞으로 다가온 지역선거. 다른 당에선 또 어떤 모습으로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까. 점차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함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