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100일, 마지막 연설 다시 보니

김대중 전대통령 서거 100일, 마지막 연설 다시 보니   

 
 
김대중 전대통령이 서거한지 100일이 흘렀다.

사람들은 노무현 전대통령과 달리, 그의 죽음은 이미 예견됐었던 것이기에 그 충격이 덜했다고 한다. 허나 그 직전까지도 삶의 행보를 계속해 보여왔기에 그냥 받아들여지기엔 너무도 뜻밖이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 행보의 대외적인 마지막 발걸음, 많은 이들은 두달 전에 있었던 6.15 기념 연설을 꼽을 것이다. 서거 100일을 맞아, 그의 연설을 다시 들어보았다. 

그의 연설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야기가 둘이라, 그 외의 것을 하나로 뭉쳐 나란히 두고 셋으로 의식한 결과다. 하나는 노 전대통령 서거에 부친 이야기, 또 하나는 6.15 기념 연설답게 대북관계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은 민주주의에 대해 꺼지지 않은 소명의식의 표현이다.

이 중 노 전대통령과 대북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기로 한다. 지금은 그가 떠난 세상에서, 그가 정부와 국민에게 남긴 충언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이명박 대통령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에 전국에서 500만이 문상하고 이걸 보더라도 우리 국민의 심정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 국민이 걱정하는 건 과거 50년 동안 피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위태위태한 점을 매우 걱정합니다. 민주주의는 나라의 기본입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죽었습니까. 광주에서도 죽었습니다."

 

어찌보면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노환으로 세상을 등지기 불과 두달 전 전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게 직접 꺼낸 말.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역행의 비난이 국민의 심정이요, 곧 자신의 것이기도 함을 밝혔다. 당연히 여당에선 곧장 험한 말이 쏟아져나왔다. 국회의장 또한 이와 같이 했다. 두 달 후, 그가 누운 세브란스 병원에 의장이 문상 왔을 때 이 곳을 지키던 사람들은 품었던 독기를 여지없이 쏟아냈다.

 



 

당시 병원에서 현지 상황을 취재하다 포착했던 순간이다. (http://kwon.newsboy.kr/1378)

"국민의 권력이 무서운지 알아!"라고 외치던 사람, 그리고 묵묵부답의 문상객.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졌다. 그러나 그의 조언과 죽음에도 불구, 세상은 그 드라마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그래서 여야정권 교체해서 국민의 정부가 나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밑에서 그 모든 민주주의적 정치가 계속됐습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반드시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습니다. 이런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나는 오랜 정치한 경험으로 감각으로 만일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갖고 말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큰 결단할 것을 바랍니다."

 

여당이 발끈했던 최대의 포인트. 여기서 그는 직접 과거 세 명의 독재자를 언급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국민도 이명박 정부도 불행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잊혀져 가던 독재 시대, 불행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또다시 꺼내볼 수 밖에 없는 현 정권, 그 어두운 흑색 사진첩을 꺼내들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국민의 모습을 그 말에 담았다. 촛불과 쇠고기 파문, 이어지는 대운하 논란,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에 이르기까지 쉬지않고 이어진 파동에 던진 전직 대통령의 진담. 그러나 그가 떠난 100일 후의 세상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와 진배없는 미디어법 헌재결정, 대운하로 언제 수로가 확장될 지 모를 4대강 사업이 이어졌고, 그리고 너무나도 폭등해 버린 건강보험료에 "4대강 하려고 이리도 세금을 많이 걷냐"는 피맺힌 서민의 비명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의 바람과 달리 세상은 끊임없이 폭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간곡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제가 마음으로부터 피맺힌 심정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자가 칼날을 휘두르면서 백수십명 죽이고 그렇게 얼마나 많은 사람 죽였습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우리는 결코 그 분들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양심, 행동할 때 누구든지 사람들은 마음 속에 양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행동하면, 그것이 옳은 줄 알면서도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보니까, 이렇게 해서 양심을 도피합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까운 사람들이 죄없이 이 세상을 뜨고 여러가지 수난을 받는 것입니다. 이것이 과연 우리의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국민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가 다시 이런 것이 될 것을, 그는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운명은 끝까지 그를 민주투사로 남게 만들었다.

그리고 역시나, 본의 아니게 그는 세상을 떠나면서 이것을 국민들에 확장해 해석토록 만들었다. "이젠 남은 여러분이 '이어가라'"라는...

잊고 싶었다. 그저 과거의 역사로만 남기고 싶었다. 우린 그 혜택을 받은 행복한 세대로서, 그 민주주의의 행복을 보장받은 시대의 사람으로서 오로지 개인의 삶과 행복에만 경주하고 싶었다. 더 이상 철창속에서 민주주의의 노래를 부르는 카나리아가 되고 싶진 않았다.

마지막까지 민주투사로 살다 간 그의 유지는, 결국 이 땅의 국민들이 그것을 이어가길 바라는, 그것이었다. 누가 사람들을 투사로 만드는가. 용사로 만드는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