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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왜 대통령은 대운하에 집착할까요" 한방에 납득하고 만 답변

"왜 대통령은 대운하에 집착할까요" 한방에 납득하고 만 답변  


 
10일. 말 많은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삽을 뜨는 모습을 살피자니 과거에 여러 사람들에 이렇게 물었던 것이 생각난다.

"왜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에 집착하는걸까요?"

이름은 바뀌었지만 4대강이 곧 대운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지금 반대하는 목소리도 결국은 4대강사업이 대운하로 통하는 길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언젠가 대운하 사업도 국민들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고 담화한 적이 있다. 그리고 적어도 내 임기 내엔 대운하 사업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4대강 사업은 이처럼 흐르기 시작한 것인데...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왜 대운하를 고집하는가에 대해 물으면 대개의 반응은 그랬다. "원래 그래"라는, 정말이지 해석이 모호한, 어찌보면 밑도 끝도 없는 답변들. 내 생각? 건설경제 시대의 사람이기에 아직도 국가적 대형 건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정도?

헌데 말이다. 내가 들은 것 중 걸작이었다고 생각하는 답변이 하나 있었다. 정말이지 단 한방에 납득하고 만 이야기.

어느 군소정당의 대언론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다. 지금은 업무가 바뀌었다고. 당시는 '4대강'이 아닌 '대운하 사업'이 이슈 키워드의 핵이었던 상황. 마침 화제가 그 쪽으로 빠졌고 나름 정치 쪽 전문인을 만났다고 생각한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도 대운하 사업에 집착하는 걸까요?"

그는 "으음 그게..."하고 숨을 한번 고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로망인거죠."

"로망이요?"

난 고개를 한번 갸웃했다. 그는 "그런거 왜 있잖아요"라며 말을 이었다.

"남자들한텐, 어렸을때 '아 나 크면 저걸 꼭 해내야지'하고 다짐하는거 있잖아요. 뭔가 대단한 걸 보고 감격하게 되면 그걸 목표로 삼는..."

영화 영사기가 머릿속에서 돌아간다. 한 소년이 언덕 위에 올라 출항하는 배를 본다. 바다는 석양에 물들어 황금색으로 물결치고 소년은 다짐한다. "난 커서 꼭 선장이 될거야!"하는 야무진 꿈. 그게 로망인게다.

그건 여러모로 각색될 수 있다. 자동차 경주장에서 카레이서를 꿈꾸는 소년일수도, 멋진 요리를 대접받고선 개과천선하며 요리사를 목표하게 되는 불량청소년일수도, 혹은 뮤지컬에 감동받고 히어로를 꿈꾸는 개구장일수도 있겠다. 이 사람의 말대로라면 그저, 그것이 한 사람에게 있어선 외국의 대운하였을 뿐인 셈이다. 물론 그게 소년시절인지 청년시절인지 혹은 야망에 불탈 나이인 청장년시대일지는 알 수 없다.

영사기가 똑 끊기니, 곧바로 납득해버리는 거였다. 아아, 납득해 버렸습니다...

한편으론 그 낭만적 로망이란 것이 여러모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도.

아는 사람한테 이 이야길 들려줬다. 내 기억으론 100퍼센트, 죄다 그 자리서 쿡 웃는다.

"그 로망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시끄럽더냐?"

"...우왕."(?)

한줄 소감은 저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하나쯤 꿈을 가슴에 품는다. 문제는 무작정 사람들이 응원해주는 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꿈을 가진 자가 그걸 실현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손에 넣었다. 나라를 주무를 수도 있는 최대권력이다.

낭만적이잖은가! 젊은날 꿈이 더이상은 꿈이 아닐 수 있는 날이 왔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그 궤적에만 한해서 바라보자면 한편의 자수성가 낭만담이다. 다만 지도자의 궤적엔 민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장본인에게도 이를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도 그 마음, 심히 편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그 힘이 왕권신수설의 전제주의시대 권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 주권 시대다 보니 맘대로 했다간 곧장 독박을 쓴다. 대통령의 권력은 신이 내려준게 아니라 국민에게 잠시 빌린거거던. 그러나 밀어붙이면 공사착수가 안될 것도 없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쯤하니 4대강이고 대운하고 간에. 이것이 정말 "언젠간 국민들도 내 뜻을 이해해 줄 것"이라던가 찬성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문제는 중요치가 않다. 지금 내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사업의 시시비비를 떠나 한 사람의 로망이 상황에 따라선 얼마나 큰 파문을 몰고 올 수 있는가 하는 그 영향력이다. 야권의 말대로 단단히 잘못될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그건 '위험성'으로 고쳐 쓸 수도 있다. 소년의 파랑새가 이제 곧 무엇을 몰고 올까. 첫삽을 뜬 4대강 사업. 난 지금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향후 전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