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보수를 보수라 부르기 힘들 때
친일인명사전발간을 놓고 눈썹에 불이 붙은 듯 시끄러운 세상이다. 후손은 물론 보수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머리속을 또 한번 복잡하게 만든다. 보수는 보수가 맞는가.
내가 규정하는 보수의 이미지, 실상은 매우 간단하다. '나라와 이 나라 국민에 이로운 일에 있어선 한없이 이기적이 되는 세력'. 어이없을만치 단면화된 상이다. 진보? 이에 융통성을 요구하고 원론적인 정의를 한발 더 나서 주장하는 대립세력이고.
그래서 친일인명사전을 놓고 찬반으로 갈라선 양 진영을 보면 생각과 완전히 뒤집힌 것에 혼란스럽다. 암흑기의 과거 청산을 찬성하는 곳은 보수, 한 명이라도 억울하게 기록되는 사람이 없도록 인권적 차원서 제약을 두는 것이 진보. 상황이 알기 쉽게 돌아가려면 이래야 한다. 그리고 그게 맞다. 헌데 이를 논의할 새조차 용납치 않는다.
보수는 보수가 맞는가. 보완도 아닌, 연구소 해체를 외치는 보수가 보수가 맞는가.
극으로 치닫는 분쟁 속에서 보수는 진보를 좌파, 빨갱이라고 한다. 진보는 보수를 친일, 수구꼴통이라고 한다. 이 나라 좌우대립을 보면 머리가 좋아야 이해가 쉬운지 나빠야 쉬운지 선뜻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실은 쉬울지도 모른다. 기나긴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지 5년만에 다시 이념대결의 희생양이 됐던 한국 역사의 파란만장한 사연에 얽히고 섥힌 결과물.
그러나 이 역시 내 잣대로선 납득할 수 없다. 그럼 보수는 친일과 친북 모두에 반기를 들어야지. '나라가 거꾸로 돌아간다'는 한탄의 이유는 어찌보면 매우 간단하게 설명될지도 모르겠다. 양 세력의 이번 충돌을 보면.
보수는 보수가 맞는가.
무엇을 지키는 보수인가. 수십년간 청산하지 못한 역사를 바로잡자는데 왜 좌파 발언이 나오는가. 보수가 해야 할 일을 진보에 맡긴 것이 아닌가. 그걸 반대하면 보수의 존재가치는 어디에 있나.
이해는 간다. 그들의 시대에 우상인 지도자가 친일 사전에 올랐다. 민족지를 자처하는 언론사가 친일행적 눈초리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이해는 안한다. 이걸 곧 자신으로 받아들일건 뭐야. 부정할 일부를 용납하지 않는 것은 어째서.
스톡홀름 신드롬을 연상케 하는 이것, 정녕 엄청난 표본 규모의 연구대상인가.
보수는 보수가 맞는가.
젊은이는 방황한다. 진보의 말에 식상함을 느끼고 때론 무능함에 고개를 젓고 가끔씩 신념이 뿌리째 뒤흔들려도 이 나라엔 잠시나마 기대 쉴 보수가 없다. 사는게 다 그런거지라는 푸념 말고 들을 게 없다. 빨갱이로 다 몰면 그러려니 납득할 시대는 종결인데 재방송만 지리하다.
행여나 진보 탓 돌리려 마라. 좌우 개념에서 자유롭고파 하는 어린 양들조차 '이 나라엔 보수가 없소라며' 애써 등 돌리는 건 보수의 업보다. 학생들이 거리에 쏟아져나오면 친북이라고 내몰았다. 죄다 싸잡아 빨갱이로 몰았는데 누굴 탓하랴.
보수는 보수가 맞는가. 보수를 원하는것이 맞는가. 일본엔 침묵하고 미국엔 내어주고. 이 나라를 봉으로 보는 것을 보수라 할 수 있나. 가끔은 꽉 막혀 답답함에 몸서리쳐질만큼 이 나라 이름에 작은 따옴표를 찍는 보수를 기다린다. 진보가 정녕 이 나라를 우선시하는지 의문스러울때, 그 때 자문을 구하러 찾을 수 있는 보수를 찾는게 왜 이리 힘든가.
의향이 없다면 역사의 보완은 진보에 맡겨라. 진정한 보수를 기다리며.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