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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마지막 구글애드 수표환전기를 쓰며, "안녕 아날로그의 추억이여"

마지막 구글애드 수표환전기를 쓰다 
굿바이, 설레었던 '아날로그'의 추억 

 
자아.

세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구글애드센스 수표환전기를 쓴다. 실은 환전내용보다 넋두리가 훨씬 많은...

불편하게 느꼈던 이야기들, 그러나 벌써부터 그리워질 것만 같다.

      


  
  내가 오랜 설레임 끝에 받아드는 마지막 (아마도) 수표가 될 것 같다.  
 


두번의 수표를 받았고, 두번에 걸쳐 추심전매입 환전기를 썼다. 첫번째는 지난 2월이었고(http://kwon.newsboy.kr/1108) 두번째는 지난 6월(http://kwon.newsboy.kr/1287) 이었다. 국내 블로거들에겐 아직도 암초가 있는 항해마냥 길고도 변수가 많은 해외수표 환전이기에 꾸준히, 은근히 많은 방문자들이 들었던 기사기도 하다.

세번째로 100달러를 넘기고, 또 한번의 매입기를 준비하고 있던 지난달. 구글애드센스가 갑자기 히든카드를 꺼냈다. 웨스턴유니온 송금 서비스를 국내서도 펼쳐든 것이다. 이는 (http://kwon.newsboy.kr/1412)에서 소개한 바 있다.

다른 이들은 주저없이 눌렀을 지급방식 변경버튼. 그러나 나는 잠시 주저했다. 어째서일까. 이젠 수표출발 후 1~2주간 혹 분실되진 않을까 노심초사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데. 발품 팔면서 매입을 시도하지 않아도 되는데. 수수료가 추가로 떨어져 나갈 일도 없는데. 지급 다음날 곧장 수수료 없이 그냥 준다는데.

변경을 결정지으면서 이같은 '장고'가 언젠간 그리워질거라고 예감했다. 성격이 이상한 모양이다.

수표는 약 일주일만에 도착했다. 이만하면 꽤 빠른 편이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던 첫 데뷔전, 채비를 단단히 하고 나섰다가 뜻밖에 김 팍 새버린 두번째 실전에 비해 이번은 한층 복잡미묘한 출전소감이다. 우선은 세번째가 되니 여유가 붙었다. 그리고 이전만큼 어렵진 않을 것이란 자신까지 붙었다. 실제로도 그같은 결과가 나왔으니, 사실 환전기라고 하기엔 뭣할만큼 쉽고 짧게 해결. 게다가 처음으로 환전금액을 곧장 현금으로 받아보는 색다른 경험까지 선물로 돌아왔다.

이번에 찾은 곳은 용산에 위치한 한 국민은행 지점이었다. 아마도 구글 수표 환전 블로거가 꽤 있었던 지점인 모양이다. 외환 창구 직원은 "이게 뭐예요"라고 묻는 대신 수표를 보자마자  "이건 VIP룸에서 처리해 줄 것"이라고 안내한다. VIP룸이라는 게 다소 뜻밖이긴 했지만.

여튼간에, 난생 처음 방문한 VIP룸. 이번엔 "고객이세요?"라던지, "통장 주세요" 같은 이야기가 없다. 수표와 신분증 확인, 신분증 카피와 몇가지 신상명세서를 기입하는 것으로 대강의 요구사항이 끝났다. 전산조회에선 당연히 내 거래조회가 나오고, "추심전 매입으로 해달라"는 요구가 기꺼이 수용됐다. "구글이 어디냐"와 같은 물음은 없었다. 심지어 "혹여 잘못되면 토해내 달라"는 부탁마저 없었다. 솔직히 말해 이 정도로 무난하다면 수표매입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뜻밖의 제의도 나왔다.

"현금으로 드릴까요? 그게 좋겠죠?"

그간 통장으로 입금되던 것과 달리 이번엔 흔쾌히 지폐와 동전으로 그자리에서 받아보는 애드센스 지불금이다. 드디어 현금박치기(?)를 해보는구나.

    


  돈은 언제 받아들어도 좋다. (???)   
 
시간이 지날수록 수표 환전은 쉬워지는 느낌이다. 조금씩 통장 거래내역이 늘어나서인지, 아님 점차 구글수표를 들고 은행을 찾아오는 블로거가 많아져서인지 혹 둘 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나름 내공이라고, 두어번 겪다보면 어떤 이유에서건 여러모로 수월해지는게 사실. 혹 좀 기다린다 해도 웨스턴유니온 대신 수표 환전 방식을 고수하겠다면 그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듯 하다. (어디까지나 계속 수월해진다는 가정 하에서)

과거부터 블로거들이 줄곧 희망 지명했던 웨스턴유니온 방식이 막상 찾아왔는데, 왜 홀가분한 마음대신 허전한 기분일까. 그건, 옛 것에 대한 막연하고도 정감가는 애착 때문인가 보다. 지금으로선 그 말곤 달리 생각할 수가 없다.

말하자면, 수표 방식은 디지털 시대에 들어 좀체 보기 드문 '아날로그'의 향수를 간직하고 있었달까. 국제 전자송금체계가 정착되지 않은 탓에 바다 건너 며칠씩 이뤄졌던 우편 송금. 그것은 마치 펜팔친구의 답장을 기다리며 설레는 소년의 기분.(솔까말 펜팔 경험은 전무하지만)

흔히들 편지의 시대를 그리워하지 않는가. "전화 죽도록 해봐라. 편지 한통만큼 효과 있나"라던 선생님의 연애 코치에도 불구, 우린 어느새 디지털에 젖어 문자 송신과 전화로 청춘의 날밤을 지새운다. 우편은 어느샌가 돈 내라는 달갑잖은 손님만 찾아오는 루트가 됐고. 그런 와중에 도리어 수표를 건네오는 구글 애드센스 수표는 '낭만의 아날로그'였는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올까 기다리는 설레임과 재미, 찾아오면 뜯어보는 기분, 손에 쥐어지는 종이의 질감, 발품팔며 여기저기 기웃대는 오프라인 미션... 마지막으로 "난 이렇게 환전했어요"라고 작성하는 환전기까지. 비록 우린 지금껏 '불편해요'를 줄곧 외쳐댔지만 말이다.

이제 우린 웨스턴유니온 퀵 캐시로 디지털화되고 신속간편한 절차를 통해 기쁨을 맛볼수 있다. 바라마지 않던 일이다. 하지만 아마 한번 정도는 되돌아 볼 것이다. 때론 몇주가 지나도 오지 않아 열불터지던 나날, 수표를 받아들고서도 시내를 돌며 몇번씩 딱지를 맞던 도전의 연속... 그 고행이 어느덧 '즐거운 모험'으로 채색되어 기억 한 켠에 걸릴 것이고 그걸 우린 추억이라고 부르겠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