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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보수단체 현충원서 김 전대통령 묘소 이장 시위, 시민 폭행

보수단체 현충원서 김 전대통령 묘소 이장시위, 시민 폭행


10일 오후 서울 국립 현충원 앞.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한 무리의 노인들이 현충원 안에 들어서려 하자 현충원 관계자들이 문을 닫으며 진입을 봉쇄한다. 그러자 노인들에게서 "참배하려 왔는데 왜 걸어잠그냐"며 고성이 터진다. 잠시 문을 열었던 현충원 측, 그러나 다시 들어왔던 이들을 내보내며 다시금 원천봉쇄한다. 

이 때 한 노인이 "삽을 한 백자루쯤 들고 와라"고 누군가에게 말했다. 그리고 전달되기 시작하는 전단지.

김대중 전대통령의 묘소를 이장하고 국장을 취소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를 요구하고자 보수단체들이 시위에 나선 것이었다.

현충원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노인들은 이후 경찰들이 배치되자 이들에게도 "너네가 경찰이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리고, 갑자기 유혈상황이 벌어졌다.




한 시민이 노인들 사이에서 집단 구타를 당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무방비상태로 주먹에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져선 발길질을 당했다. 어느 블로거기자가 "누가 좀 말리라"고 크게 외쳤고 현충원 관계자들이 그를 도와 안으로 들였다. 가까스로 피신한 남자의 입가엔 유혈이 낭자했다. 흥분한 어느 노인은 우리 취재진에도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을 가한다.

"떨어지세요. 행여나 흥분해서 확 문을 밀면 큰일나요."

현충원 관계자 중 한사람이 내게 문에서 좀 더 떨어져 있으라 충고했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것일까. 돌아보니 블로거기자가 폭행당한 시민에게 상황을 묻고 있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말없이 촬영에 응하다 우리를 차례대로 돌아보며 계속 되물어온다.

"아니, 난 그냥 참배하러 왔는데 왜 나를 때리는 거예요?"

그 말 뿐이었다. 아직도 비몽사몽인듯한 표정의 남자. 입에선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함께 있던 블로거 역시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계속 봤는데 저 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목격담을 꺼냈다. 역시나 현장에 있던 현충원 관계자에게 물어봤더니 그도 "저 사람은 '하지 말라'는 말만 했을 뿐 별다른 말 없이 맞기만 했다"고 증언한다.

한편 자신을 국립현충원장이라고 밝힌 관계자는 우리에게 "다음에서 오셨냐"고 묻더니 이렇게 말했다.

"보셨죠? 보신 그대로 알려주세요."

그는 "다음에서 오신 분들 옆 문으로 안내해서 보내드려라"며 자리를 지켰다. 아까 우리 취재진에게도 욕설이 날아오던걸 봤던 모양이다.



한편 시위에 나선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후 현충원 앞에서 김대중 전대통령의 묘소 이장 등을 요구하며 묘를 낫으로 파헤치는 퍼포먼스 등을 벌였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