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갱신 이야기 3 - 내가 무사고 9년이었던 비결(--;)
9년만에 돌아온 운전면허 갱신, 그리고 무사고 7년 기록으로 가능했던 1종 변경.
사실 7년간 무사고로 1종 변경한다는게 쉽지만은 않지요. 내게 그 비결을 물어 볼 법도 한데. 까짓것 밝히죠. 뭐.
실은 7년이 아니라 9년간 무사고올시다. 말 그대로 내 생애 단 한번의 교통사고도 낸 적이 없다는 거지요. 더더욱 놀라운 일 아니겠습니까. 무사고 9년이 제일 쉬웠어요.
장장 9년간 단 한번의 사고도 없었던 2종 보통 면허자의 비결, 간단합니다.
살인면허걸랑.
. . . (뭐야!?!?!)
장롱면허를 넘어서는 극강의 면허. 네. 저는 단 한번도 차를 끌고 나간 적이 없습니다!
2000년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도로연수 주행이 있었죠. 그 때가 실제 도로에서 뛰어 본 마지막이었고, 최종시험 때가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았던 경험입니다. 그리곤 근 10년이 다 가도록 한번도 차를 끌지 않았군요.
전적이 없으니 당연히 패배도 없죠. 차 안 몰면 사고도 없답니다.
이 쯤 하니, 무사고의 비결보단 어떻게 차 한 번 안 몰고 살았느냐가 궁금하겠네요. 우선 저는 소위 '부모 잘 만난 도련님'이 아니라서, 제 20대 시절에 자가 차를 소유할 일이 없었습니다. 벌어서 사면 되지 않냐고? 한두푼도 아니고 굳이 차에 목 맬만치 바라진 않았거든요. 오토바이는 꼭 몰아보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신 자전거 면허 경력은 꽤 늘었다고요. 운전면허 따기 직전 구입한 자전거는 지금도 잘 모시고 있습니다. 대학교 통학을 자전거로 했습니다. 솔까말 자전거 사고는 2번인가 있었고요. 그 외엔 뚜벅이, 버스쟁이, 지하철두더지로 살았군요.
나쁘지 않았어요. 차창을 통해 비치는 감상도 나쁘지 않겠지만, 대신에 만일 차를 끌고 다녔다면 놓쳐버렸을 수많은 상을 볼 수 있었죠. 자전거로 내달리는 해안가, 스치는 겨울바람. 차 없이 자전거로 갈 때까지 막 가보자며 기어이 1박 2일만에 부산서 대구까지 내달렸던 땡여름의 노가다여행. 그리고 만원버스 안에서 바라보던 울고웃어야 할 인간군상들. 보잘것없으나 그나마 기잣밥 먹을 수 있도록 돕는 통찰력은 여기서 기인한 건지도.
20대에 연애 한 번 못해본 건 실패한 인생이라 불러도, 20대에 차 한번 끌지 못한 건 실패라고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 (죽어도 형편 안 돼 장만 못한단 소린 안하죠)
결국 내 면허증은 지갑 속에서 9년간 그저 신분증 제시용으로만 사용되며 동고동락했습니다. 본래의 능력은 발휘도 못하고 떠나간 면허증이 날더러 원망을 할지, 그냥 픽 웃을지는 모르겠지만. 새 면허 발급을 위해 이걸 내놓으면서 한 번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그렇게 이별 인사를 하고, 무사고 겸 무운전의 9년 기억을 정리했죠.
이번의 면허증과는 또 어떤 전적을 쌓을지 알 수 없습니다. 역시나 무전무패의 신화를 쌓을지, 아님 드디어 위험 감수하고 첫 시동을 걸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하다못해 스쿠터라도 탈까 생각중입니다.
참고로 제 어머니도 무사고 경력으로 앞서 1종으로 변경했습니다. 유선상으로 운전면허 갱신 이야기를 전하니 웃습니다. "무사고는 문제가 있는 거라고."
역시나, 장롱면허였거든요.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더니.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