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에 지역축제 줄줄이 취소네요" 담당자와 나눠가진 한숨
"결국 1년 연기네요."
신종플루의 매서운 바람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도 확인하고 있다. 개막을 코 앞에 뒀던 지역축제에도 불똥이 튄 것. 축제위원회도 한숨, 담당자도 한숨, 나도 한숨 그렇게 한모금씩 나눠가지는 한 주다.
사정은 이렇다. 월 마감으로 계약 중인 다른 원고 일거리가 있는데 각 지역의 특색있는 축제를 찾아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이다. 각 축제위원회에 가용할 자료를 부탁한 것이 지난 주. 10월에 개최 예정인 이들은 모두 날짜를 받아놓은 상황이었고 자료 요청도 흔쾌히 이뤄졌다. 별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사실 이번달은 담당자 쪽에서 미리 '암초'를 언급했었다. "혹 신종플루로 인한 취소 여부가 날아들면 바로 알려달라"고 말이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구나 했는데...
이번주가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먼저 강원도 어느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 축제. 자료 도착이 계속 지연되더니 갑자기 "축제가 취소될지도 모르겠다"는 통보가 날아든다.
"조만간 결정이 나긴 할 건데, 상황에 따라 취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죠."
일주일전만 해도 "오늘 안에 발송하겠다"던 사무국장의 목소리는 많이 어둡다. 차마 어떤 이유때문인지는 묻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내게서 보고받은 원고 담당자에게서 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시국이 시국인지라..."
남 이야기하듯 있을 상황이 아니다. 처음에 '당일 발송' 확약을 받았던 터라 믿고 있었는데 원고 한 쪽이 텅 비게 생겼으니 어떻게든 핀치히터를 찾을 수 밖에.
하지만 이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더 큰 일이 하나 터진다. 이 중에서도 메인으로 잡아뒀던 세계옹기문화엑스포도 오늘(8일) 그만 간판을 내려 버린 것.
축제 홈페이지엔 울산시장이 직접 담화문을 내고 1년 연기의 변을 밝혔다. 사실상 이번해는 취소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보듯 국제적 행사를 지향했으며 울산에서 올해 열릴 시내 축제에서도 최대 규모였던 축제다. 설마 이 축제가 원고마감을 코 앞에 두고 펑크날 줄이야.
설상가상으로 이미 자료를 보내온 곳에서도 전화해 봤더니 줄줄이 '취소' 답변을 보내온다. 혹시나 싶어 확인차 연락했더니 "우리도..."라며 저마다 말끝을 흐렸다. 그나마 남은 곳에서도 기간단축 가능성을 밝힌다. 결국 남은 곳보다 떠나간(?) 곳이 더 많아져 버렸다. 축제 개시를 불과 한달여 남겨두고 접어야 하는 것에 다들 맥이 풀린 목소리인데 이를 접하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편집부도 어쩔 수 있나. 다른 때보다 조금 서두르려 했던 마감이건만, 앞서긴 커녕 도리어 날짜를 확 늦춰야 하는 상황이다. 담당자 역시 부랴부랴 새 섭외처를 찾고 있지만 전부 신종플루로 고개를 젓고 있노라고 방도가 없음을 토로한다. 전국 각지, 심지어 외국인 관광객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이 오고 가는 축제 행사다 보니 신종플루 앞에선 장사가 없다. 최소한 이번 가을만큼은 '축제의 무덤'으로 화하는 현실이다.
이쯤에서 끝나질 않는다. 알고 보니 지난달 나간 원고의 축제도 뒤늦게 불발 중. 곡성심청축제가 오늘자로 전면취소 결정을 낸 뉴스를 봤을 땐 머리가 멍했다. sbs 뉴스는 어제 광주비엔날레의 기간이 절반으로 축소됐음을 전한다. 본의아니게 시간차로 오보를 낸 셈이다.
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지침 때문"이라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온다. 1000명 이상 모이는 축제에 대해 취소, 연기, 혹은 축소 등을 이행하라는 공문서가 내려왔다는 것.
"만일 불응하고 추진했다가 신종플루 환자가 생기면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요..."
이렇듯 신종플루는 국민들의 건강과 우려는 물론이요, 가을하늘 아래 축제를 만끽할 문화적 즐거움마저 빼앗아 버렸다. 지역에서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 축제를 준비해오던 이들의 실망도 가늠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나 더 붙이자면... 원고 마감에 비상을 맞은 우리도 역시나 고생 중이고.
신종플루로 인해 다방면에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태의 심각성. 뜻하지 않은 데서 새삼 깨닫게 된 체험이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