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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이 기사(newsboy.kr)/시사

운전면허 신체검사에 분노한 사연 - 무사고 2종, 1종으로 갱신!

운전면허 갱신 이야기 2 - 1종 변경했고 신체검사에 세번 분노했다




# 알림 - 이 편만 읽으셔도 별 문제는 없고요, 앞편부터 읽으시면 9년만의 2종보통면허 갱신 가이드를 전부 습득하실 수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1종 면허를 취득하면 배추장사를 할 수 있다고

자아, 1편의 일반 루트에 이어 2편에선 스페셜 루트와 분기점을 소개하겠다.

2종 갱신 기간이 차올라 찾았던 면허시험장, 여기선 나의 사고기록 조회 후 단한번도 사고가 없었음을 알고서 1종 갱신 의사를 물어온다. 당신도 7년간 무사고였던 2종보통면허 소지자라면 갱신시 1종으로 변경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자. 여기서 아버지의 옛말이 떠올랐다.

"왜 2종 따? 1종 따면 나중에 배추장사라도 할텐데..."

그렇군요. 미래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넓게 열어두면 좋죠. 그래서 난 배추장사를 위해 기꺼이 1종으로의 레벨업에 응했다. 

자. 배추장사를 위해선 추가로 필요한 것이 두 가지. 하나는 총알. 이미 6천원의 거금을 냈지만, 다시 5천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앞 편에서 밝혔듯 사진이 하나 더 필요하다. 바로 신체검사 때문.

2종-2종 갱신이 아닌 2종에서의 1종 갱신에는 한가지 루트가 더 추가된다. 바로 즉석 신체검사 코스가 되겠다.
별 어려움은 없다. 신체검사실을 물어서 찾아가면 신체검사 신청서가 구비돼 있다. 여기서 신청서를 한번 더 작성하는데, 앞뒤로 채워야 함으로 시간은 두배로 걸린다. 약간의 짜증이 몰려올 수 있으니 마음을 다스려라. 레벨업과 득도는 한 끝 차이로다.
결국 처음의 것까지 해서 세 장을 썼구나. (먼산) 사진도 한 장 떡하니 붙여주면 완성.

자. 그럼 이제 대망의 신체검사가 시작되는데.


신체검사하다 도합 세 번을 분노했다

신체검사는 선불이다. (으응?) 5천원이 다시 수중에서 사라진다.
자 신체검사 개시. 먼저 시력검사다. 왼편부터 가리고 그 다음 오른편 가리고...

이제부터 여러분은 세 번을 분노하게 된다. 대상이 불확실한 버닝 업.

시력검사가 끝나면 그 결과에 한 번 분노하게 된다. 시력이 전성기 때 비해 절반 가량으로 팍 줄은 것. 세상에나 다시 0점대로 돌아가다니. 컴퓨터가 대중화된 요즘 시대는 이런 부작용이 있구나. 모니터 앞에 붙어 일하는 직업은 이래서 문제로구나. 나이를 먹었구나... 하며 만감교차. 여러분도 하나 골라잡아봐.
후우... 다시 결명자차를 끓여야하나.
그냥 다음부턴 확 외워버릴까 보다.

그리고 두 번째 분노가 동시상영으로 찾아오는데.
"나 더 맞힐 수 있다고!"

시력검사 자체가 이상하다. 분명 맞춘 건데 그 아래로 더 나아가질 않았다. 왜! 왜! 왜냐고! 이거 이렇게 중간에 끝내도 되는 거야? 갈 때까지 가 봤으면 시력이 더 높게 측정됐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지만 지금까진 워밍업. 세번째 분노는 한층 극렬하다.
 
십수초의 시력검사가 끝나면 다음 코스는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

"불편한데 없으시죠?"

"넹"

무릎을 굽혔다 폈다를 몇번 반복했다. 그걸로 끝.

...정말이다. 끝났다니까. (좀 더 하고 싶었던) 시력검사, 그리고 앉았다 일어섰다 몇 번. 그걸로 5천원짜리 신체검사는 디 엔드. 진짜로 이 말이 절로 튀어나오더라.

"주인장 이게 5천원 짜리야!"

이...이거 아무래도 날로 먹는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선불은 선견지명인거다. 후불로 했다간 필시 실랑이 벌어지는 일이 한번이나 두번이나 세번이나 네번쯤은 있었을 거다. ...사건사고 뉴스란에 떳을지도 모르지.

암만 생각해봐도 5천원은 너무 심하다니까. 뭐... 그냥 레벨업의 댓가다 생각하고 빨리 잊는편이 심신에 좋긴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 하아, 1종 갱신과 해탈은 한 끝 차로다.


신체검사 끝나면 즐겁게 새 면허증을 기다린다. 그리고 잠깐은 슬퍼해도 좋다...

신체검사도 끝이 났겠다. 이제 당신이 할 일은 번호표를 뽑고 다시 기다리는 거다. 그리고, 잠깐 이별의식을 하는 거다.
이제 지난 9년간 지갑속에 든 채 늘 함께 해 왔던 면허증과 작별할 순간이 찾아왔다. 접수대 앞에선 신체검사증명서 뿐 아니라 '곧 폐기될' 구 면허증을 함께 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걸로 면허증은 사라진다. '굿바이, 릭'.(언제 면허증에 이름을 붙였지?) 시간이 그리 길진 않으니 서두르도록.
자,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있는 법. 접수 완료되면 자기 이름이 불릴 때까지 기분 전환하고 기다려라. 조만간 '면허증 받는 곳' 창구에서 자기 이름이 불려질 것이다. 이 때부턴 조금 들떠도 좋다. 시간이 좀 남으면 화장실 가서 손 깨끗이 씻고 세수 한 번 하고 경건하게 새 만남을 준비하던가.

새로운 만남. 번쩍번쩍한 새 면허증이 드디어 나온다. 그리고 왼쪽 위 귀퉁이엔 2종보통과 1종보통이 나란히 찍혀 있다. 면허증 받은 뒤 굳이 "다 끝났나요?"라고 여러분들은 안 물어도 된다. 그냥 쿨하게 떠나라.

이것으로 2회차에 걸친 2종보통 갱신 및 무사고 운전자를 위한 1종 갱신의 분기별 루트 공략을 마친다.

그런데 이 쯤하니 여러분들 가운데에선 이같은 물음이 나올 법도 하다.

"전 사고기록이 그어져서 1종 갱신이 안되네요... 7년 무사고의 비결이 있으신가요?"

정확히 말하자면 9년 무사고. 난 면허 따고서 단 한번도 사고낸 적이 없다고.
...좋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한가득 소회와 함께 털도록 하지.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