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PD "지식채널 e의 X파일을 밝혀주마"
민주夜 시리즈 '2009 시국강연회'
20일 서울 정동 프란체스코 교육회관.
"여자분만 있나요? ...남자분도 있네요. 감사합니다."
그의 말에 폭소가 터진다. 하지만 (평균연령이 조금 높은) 오빠 부대 팬미팅을 연상케 하는 청중의 성비율은 사실 과언도 아니었다.
'지식채널e PD'로 유명한 김진혁 EBS PD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하는 ‘민주夜 시리즈-2009 시국강연회’의 1탄 강사로 나섰다. 그는 이 날 지식채널 e의 ABC부터 X파일까지 다 보여줬다.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가?
‘지식채널e는 이런 프로그램이다’를 보여주는 ‘철거민 편’
“지식채널 보신 분들? 안 보신 분들?”
김 pd는 과거 몸담았던 지식채널의 프로그램 중 2005년 방영된 철거민 편 영상을 보여줬다. 지식채널과 자신의 시각이 어떠한 것인지를 이 방송분으로 제시한 것.
“사실 여기 나온 영상 중 동대문 운동장 부근에서 찍은 영상분은 이보다 1년쯤 전에 찍은 것입니다.”
'지식채널e' 중에서도 대표격으로 꼽히는 이 방송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린다. 당시 그는 이 곳에서 사회고발이 아닌 미담 내용을 담고자 카메라를 들고 찾았노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자신도 몰랐던 철거민들과 노점상들의 애환을 확인하게 됐고, 이 때부터 이 영상분은 더 이상 처음 의도했던 아이템으로 쓸 수가 없었노라고 말했다. 이 영상분은 우여곡절 끝에 1년 후, 지식채널의 ‘철거민’ 편에 쓰이게 된다. 지식채널이 어떤 것을 담고자 하며, 어떤 것을 느낀 이의 어떠한 의지로 만들어지는가를 알리는 단면이다.
지식채널e의 태동, 전환, 그리고 성장의 길목이던 ‘1초 편’
지식채널e의 태동과 프레임의 완성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한 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선배였다고. 그리고 지식채널은 말 그대로 지식 전달 프로그램으로 시작하게 된다.
“캐나다의 한 프로그램을 모토로 개발해 봤죠.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해서 ‘1초’ 편을 만들어 보니 재미가 없는 거예요. 단순히 이것이 이렇게 해서 날아가는 시간이 1초다 하는 정도인데, 또하나의 단순 주입 교육이랄까.”
고심 끝에 편집 영상에 하나를 더 넣어보기로 했다.
“‘우주의 시간 150억년을 1년으로 축소할 때, 인류가 역사를 만들어낸 시간은 1초’라는 멘트 하나를 마지막에 넣어봤어요. 그거 하나로 분위기가 싹 바뀌었습니다.”
1초 편은 지식채널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됐다.
지식채널e의 소통 방법, 그리고... "우리가 인간 노무현에 미안한 이유는 '진정성' 때문"
“지식채널e를 보기 전에도 저기 들어가는 문장은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명제... 그러나, 다시 보면서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진리.”
김 PD는 그것이 지식채널의 문장이 갖는 의미라 간략히 밝혔다.
“사람들이 인간 노무현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하잖아요. 그게 뭘까요...(청중들 침묵하자) 왜 그걸 알면서 표현을 못할까요. 지못미? (웃음) 최소한, 노 전대통령이 가진 진정성에 대해 조롱하고 비난하고, 혹은 그 부분에 대해 반박하지 않고 은근히 방조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죠. 휴머니즘! 인간이 인간다움을 가지려는 노력이 곧 휴머니즘이예요.”
알고는 있지만 막상 표현하려면 하지 못하는, 휴머니즘을 전제한 것들, 그것이 지식채널이 표방하는 메시지이자, 소통의 철학임을 밝히는 그다.
한편 그는 그 밖에도 20대들에게 “성공의 매뉴얼에 아예 실패를 집어넣는 등 실패를 필수화하라” 등을 조언했다.
뉴스보이 권근택 기자 kwon@newsboy.kr